- 2015년작입니다. 1시간 37분이구요.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적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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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저 책상들 상태 좀 보시죠. 영국의 공교육 환경은 한국보다 훨씬 열악한 게 틀림 없습니다!!? ㅋㅋ)



 - 이제 막 16세가 되는 '핀'이라는 남자애의 일상을 따라갑니다. 부모님은 두 분 다 안 계시고 아빠가 물려준 집에서 형과 형의 여자 친구와 함께 살아요. 이 둘은 자꾸만 자기 신경도 안 쓰고 19금 상황을 연출해서 짜증이 나구요. 근데 여자 친구는 나름 성격 좋고 핀에게 관심도 보여주는데 형이란 놈은 하등 보탬이 안 되네요. 나름 섬세하신 우리 핀군은 뭔가 좀 맘도 안 좋고 속이 복잡합니다만, 교복 입고 집을 나서면 그냥 양아치가 됩니다.

 정확히는 친구 조엘이란 녀석이 정말 개진상 양아치인데, 어차피 핀도 그냥 거기에 묻어가니 별반 차이 없구요. 이들이 가장 많이 괴롭히는 건 학교 선생들입니다. 맨날 차를 긁어서 낙서해 놓고, 수업 시간엔 일부러 속 박박 긁어서 도발한 다음에 조롱하며 즐거워하구요. 

 하교 후엔 또 나름 속이 복잡하고 알고 보면 섬세한 질풍노도 청소년으로 돌아옵니다만. 어쨌든 이 삶을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애초에 삶에 별 의지도 없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조엘이 가장 독하게 괴롭히고 놀리던 심약한 선생 미스터 게일 때문에 우리 핀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습니다. 이 양반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망치로 뒷통수를 후려쳐 핀과 조엘을 기절 시킨 다음에 자기 집 지하실에 묶어 놓고 인문학 특강을 시작했거든요. 손에는 망치, 못, 각종 가정용 전동 공구들을 들고 말이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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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영국 양아치들은 그렇게 난동을 부리며 살면서도 교복은 열심히 챙겨 입나봐요.)



 - 제가 설명을 농담조로 적어서 헷갈릴 수도 있겠는데, 농담 한 점 없이 건조하고 살벌한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교직 생활 20년 동안 거친 학생들에게 시달려서 돌아버렸다... 고 핑계를 대 봐도 우리 미스터 게일은 그냥 불쾌하게 미친 놈일 뿐이구요. 주인공들이 학교에서 진상 부리고 다니는 장면들 역시 아주 리얼하게 불쾌하고 '나쁩니다'. 그나마 주인공에겐 알고 보면 그렇게 단순한 양아치는 아니라는 식으로 핑계를 마련해주긴 하지만 조엘이나 다른 친구놈들은 정말 그렇게 고문당해도 싸다 싶을 정도로 짜증나는 놈들이구요.


  근데 보다보면 괴상하게 웃기는 게, 각본이 게일씨의 인문학 수업에 좀 괴상하게 진심입니다. 실제 사상가들과 그 저작들이 막 튀어나오고 그들의 역사적 의의와 저작의 의미에 대한 해석, 그리고 그것이 이후 사회에 미친 영향 같은 걸 아주 많이 압축됐지만 어쨌든 '진짜 수업' 느낌으로 열심히 떠들어대니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난 무엇을 보고 있는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슬쩍 웃음이 나오더군요. 영화가 웃긴 영화인 건 아닌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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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 열연을 해주시고 연기가 막 좋진 않아도 딱히 나쁘지도 않았는데, 이 영화가 데뷔작이자 현재까지 마지막 작품이신 '로버트 핸즈'씨.)



 - 이야기는 되게 단순해요. 양아치 둘이 자기들이 괴롭히고 놀려대던 선생에게 감금, 고문 당하며 그 선생의 수업을 듣는다. 이게 다입니다. 수업 중간에 선생은 자꾸 질문을 해대고, 답을 못 할 때마다 몸에 못이 박혀요. 심플. 그런데 우리 주인공은 불우한 성장 환경과 기타 등등의 영향으로 일생에 학교 수업이란 걸 열심히 들어 본 적이 없는 녀석이니 당연히 힘들겠고 몸에는 상처가 계속 늘어나겠죠. 대충 이런 식의 고문 호러(...)라고 생각하심 되겠구요.


 이와 별개로 주인공의 집안 사정, 정확히는 형과 형 여자 친구의 드라마와 주인공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전개되는데. 음. 뭐 되게 뻔한 이야기이고 중심 스토리와 그렇게 자연스럽게 달라 붙는 느낌도 아니라서 각본 쓰신 양반의 번뇌가 느껴졌습니다. ㅋㅋ 결국 주인공이 마지막에 탈출 시도를 하는 데 활용되겠구나. 라는 의도가 뻔한 구성이고 정말 그렇게 가요. 


 아마도 원래 의도는 학교에서 진상 부리는 양아치들에 대해 나름 고찰을 해보고자 했던 거겠죠. 그래서 주인공의 성격도 그렇게 설정이 된 것이겠고. 단순하게 양아치들에겐 빠따와 장도리가 제 맛이다! 라고 가는 이야기은 아니면서... 그게 나름 그럴싸하게 구현되긴 했습니다. 실제로 주인공에게 나름 이입을 하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봤을 땐 그리 자연스럽게 잘 짜여지진 않았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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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하는 순간부터 어떤 역할을 할지 넘나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던 이 분. 중심 스토리와 깔끔하게 안 붙는 게 끝까지 아쉬웠습니다.)



 - 그래도 영화는 그럭저럭 재밌습니다.

 일단 그 선생이 참말로 제대로 미친 놈이라는 게 잘 표현되어서 긴장감이 꽤 살아요. 그리고 아이디어 자체가 좀 튀잖아요. 인문학 수업 듣고 시험 봐서 살아남기라니. ㅋㅋㅋㅋ 덧붙여서 주인공과 미친 선생 둘 다 최소한의 공감은 얻을만한 인간들로 도입부에서 잘 설정을 해줬구요. 어차피 런닝 타임도 짧고 그나마도 20여분을 빌드업에 써서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쉴 틈 없이 달리며 심심하지 않게 해 줍니다. 좀 늘어질만 하면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장면들을 넣어서 심심함을 덜어주는 센스도 좋았구요. 결말을 장식하는 뻔하디 뻔한 몸싸움 클라이막스도 이 정도면 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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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하나의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저예산 호러/스릴러의 전형이라 할 수 있겠는데 그 중에서 완성도는 준수한 편이다. 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 근데 뭐 더 할 말은 없습니다.

 그냥 독특한 소재를 잘 생각해내서 적당한 완성도로 만들어낸 B급 스릴러에요.

 좀 진지하게 대접받을만한 영화가 되려면 주인공의 드라마를 더 현실적이고 와닿을만하게 짜냈으면 좋았겠다... 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 정도로도 만족했습니다.

 그렇게 뭐, 한 번 보면서 한 시간 반 시간 죽이고, '나름 볼만했네? ㅋㅋ' 이러면서 흘려 보내면 될만한 소품 스릴러였습니다.

 잘 봤지만 그렇게 막 추천하거나 길게 생각해볼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끝입니다.




 + 별로 중요한 건 아니지만, 미스터 게일이 펼치는 인문학 수업의 주제는 (그런 거 안 알려줬지만 전반적인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성악설입니다. 대체로 인간의 본성이란 것에 대해 시니컬했던 글쟁이, 철학자들에 대해 설명을 하구요. '파리대왕' 이야기를 가장 길게 하고 그래요.



 ++ 그러니까 의욕 없는 학생들에겐 매가 정답이라는 교훈을 전해주는 영화입니다? 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진짜 좀 그런 식으로 전개가 돼서. 진지하게 만든 이야기는 아니니 진지하게 생각할 필욘 없겠지만요.



 ++ 스포일러 구간이겠죠.


 인문학 수업이 시작되면 주인공과 친구 조엘이 나란히 앉아 묶여 있는데, 조엘은 계속 고개를 떨구고 의식이 없는 상태입니다. 고로 억울하게 주인공만 수업을 받는데요.

 죽어라 집중해서 어떻게든 버텨 나갑니다만 결국 일생 동안 공부 안 해 본 티가 나서 몸에 못구멍이 몇 개 더 뚫리고 점점 맛이 갑니다.

 그러다 갑자기 조엘이 슥 하고 일어나서 선생 조수 노릇을 해서 어이를 상실하는 주인공입니다만 그거야 한참 뒤에 결국 환각이라고 밝혀지구요.

 근데 그때 이런저런 사정으로 (굳이 설명할 의욕이 안 생기네요. 전혀 안 중요해서요 ㅋㅋ) 형과 싸우고 집을 뛰쳐나와 돌아다니던 형 여자친구가 아무리 봐도 주인공이 남긴 듯한 박박 긁힌 낙서가 달린 자동차를 발견해요. 그래서 hoxy? 하는 순간 어느샌가 밖에 나와 있던 선생이 (휴식 시간이었나 봅니다 ㅋㅋ) 또 장도리를 휘둘러 그 여자친구도 지하실로 모시구요. 때마침 정신을 차린 조엘과 셋이 수업을 받나... 했지만 애초부터 워낙 악독하게 선생을 괴롭히던 게 조엘이라 그런지 선생은 제대로 질문 한 번 안 하고 조엘의 목에 못을 박아 골로 보냅니다. 그러고선 수업을 마무리하는 퀴즈 퍼레이드를 시작하죠.


 나름 열심히 버텨 보지만 결국 한계에 달하는 주인공을 더 괴롭혀 보겠다고 이번엔 형 여자친구 귓구멍에 네일건을 들이대고 '자 10초 안에 대답하라고!!' 라고 시키니 자기도 몰랐던 초인적인 기억력과 이해력으로 신나게 정답 퍼레이드를 펼치는 주인공입니다만. 런닝타임 사정상 결국 막다른 길에 직면하고, 형 여자친구의 목숨이 경각에 달하는데... 우리 여자친구님께선 선생이 핀에게 집착할 때 슬쩍 조엘의 목에 박혀 있던 못을 빼서 손에 쥐고 있었단 말이죠. 결국 어찌저찌 몸싸움 끝에 선생은 사망. 주인공과 형 여자친구는 탈출.


 그러고서 온몸이 피칠갑 된 상태로 집에 돌아가선 소파에 널부러져 있던 형을 꺼지라고 쫓아내버리구요. 그대로 커플이 된 둘은 며칠 뒤 그 미친 선생 집에 찾아갑니다. 신나게 고문당할 때 이 선생이 '아 내가 무려 5만 파운드어치 각종 고전 초판들을 갖고 있거등? 싹수 있는 학생 만나면 얼마든지 빌려주고 도와줄 수 있는데!!' 라는 소릴 했거든요. 그래서 그 집 책들을 싹싹 꺼내서 팔아 버리고, 새로 이사간 집에서 행복해하는 둘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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