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31분. 장르는 블랙 코미디 정도 되겠구요.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로고를 한글로 떡하니 박아 놓은 게 인상적입니다. 물론 영어 이니셜이 함께 있긴 하지만요.)



 - 한 여자가 아주 고급진 아파트에서 911에 신고를 합니다. 자기 집 주소를 부르고 남자가 여자를 쥐어패고 있대요. 그러고 거실로 가서는 남편인 듯한 사람에게 쌩뚱맞은 고백을 해요. 얼마 전에 자주색 봉투에 담긴 편지를 받았는데 자기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미친 척하고 거기서 부르는 데로 나가서 남자를 만났다. 이후로 나는 삶이 새롭게 보인다. 정말 미안하지만 당신과 헤어지고 싶다. 재산 분배 이런 것도 필요 없으니까 그냥 이혼만 해달라. 응? 그러자 남편의 응답은 즉각적인 칼질이고 여자는 사망합니다(...)


 장면이 바뀌면 등장하는 진짜 주인공 '조던'은 꽤 바쁘고 잘 나가는 헐리웃 업계인입니다. 에이전시에서 일 하는데 배우 매니지먼트 같은 것은 아니고, 쇼 제작에 관련된 판권을 사고 팔고 뭐 대충 그런 일을 하는 것 같아요. 회사도 일단은 잘 나가는 것 같고 참하고 선량한 약혼녀도 있으니 행복해야할 것 같지만 뭔지 모를 욕구 불만 같은 데 시달리고 있죠.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자주색 봉투 하나가 배달되는데, 뜯어 보니 '나는 니 취향을 잘 알지롱! 몇날 몇시에 무슨 호텔 몇 호실로 가보렴!!' 이라는 맹랑한 내용의 카드가 들어 있네요. 허허 이런 미친... 하고 휴지통에 버리지만 그 날 저녁 친구 커플과 커플 데이트를 하며 또 환각이 보일 정도로 극심한 내적 갈등을 겪고, 다음 날 개진상 고객에게 한바탕 시달리고 나니 그 카드 생각이 나서 쓰레기 수거통을 다 뒤져 카드를 찾아낸 후 미친 척하고 호텔로 찾아가 보는데...


 우왕! 완전 좋았어요!! ㅋㅋㅋ 근데 카드에 적힌 규칙대로 마스크를 쓰고 서로에 대해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시간을 보낸 후 헤어진 관계로 그 사람에 대해선 아무 것도 알 수가 없고. 자꾸만 마음을 잠식해가는 그 상대 생각에 조던은 점점 더 정신이 나가면서 과격한 일들을 저지르기 시작하는데...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행복한 척 하는 현대인 커플. 이것 자체는 클리셰 중의 클리셰인데 남자 배우님 생김새와 표정 연기 때문에 종종 웃겼습니다.)



 - 아. 뭐 일단 말하자면 이것 또한 무슨 유명하고 잘 나가는 사람들과 별로 관계 없는 인디 스릴러입니다.

 그리고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요. 기본적인 스토리 텔링이 잘 안 되어 있습니다. ㅋㅋㅋ 거기에다가 자막도 살짝 이상해서 초반엔 상황 파악이 좀 피곤합니다. 거기에다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체 어떤 이야기인지 의도적으로 감을 못 잡게 하는 초반 전개까지 겹쳐서 대략 20여분 정도는 좀 고통스럽습니다. 그래도 도입부 설정이 흥미롭기도 하고, 또 이렇게 무슨 이야긴지 감이 안 잡히는 작품을 보면 어떻게든 이해는 하고 보겠다는 평소의 집착 때문에 참고 봤죠. 그랬구요.


 이제 본격적으로 주인공이 그 봉투를 추적하기 시작하면 많이 나아집니다. 일단 이게 어떤 이야기인지 대충 감이 잡히구요. 또 초반의 산만함도 '거의' 사라지고 집중해서 따라갈만한 이야기가 돼요. 그래서 후반부는 꽤 재밌게 보다가 엔딩을 맞았는데요. 그래서 이게 무슨 얘기냐면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입에 물고 있는 게 그 공포의 자주색 봉투구요. 두 남자 배우님은 모두 이 영화의 감독 겸 작가이기도 합니다. 요즘 이런 콤비가 많네요.)



 - 글 제목에도 적었듯이 이것저것 마구마구 풍자해대는 블랙 코미디입니다.

 일단은 인터넷, sns 시대의 개인 정보 대량 유통 상황을 갖고 상상력을 발휘한 풍자적 스릴러이구요. 또 헐리웃 업계가 돌아가는 모습을 나름 내부자의 디테일을 바탕으로 비꼬고 놀리는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성공과 큰 돈!을 향해 달리는 양복쟁이들 내면의 공허함을 비웃고 놀려대는 이야기이면서 또 주인공의 뻘짓들을 통해 보통 말하는 '위험한 남성성'을 비판하기도 하고... 중요하게 다뤄지는 굵직한 요소들만 이 정도이고 그 외에도 자잘하게 뭐가 많아요. 각본, 감독, 주연까지 맡아서 한 우리 '짐 커밍스'와 'PJ 맥카베'란 분께선 저엉말 하고픈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었나보다 싶구요. ㅋㅋㅋ


 초반에 이야기 따라잡기 힘들었던 건 이런 요소들이 잘 교통정리 되지 않고 서로 충돌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게 핵심인지 저게 핵심인지 아리까리한 가운데 각 요소들의 비중이 오락가락하니 마치 영화 (최소) 두 편이 그냥 교차 편집되어 붙어 있는 느낌이랄까요. 앞서 말했듯이 중반을 넘어가면 대충 정리가 되어 집중해서 따라갈 수 있지만 초반의 어버버는 분명하고 큰 단점이 되겠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렇습니다. '올드보이'는 갔어도 장도리는 20년이 넘도록 영원히...)



 -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최종 감상을 '준수하다'로 끝맺을 수 있었던 건 크게 두 가지 덕입니다.

 일단 각본, 감독, 주연을 맡은 짐 커밍스란 분의 비주얼과 연기가 극의 내용에 정말 잘 맞아떨어져요. 그러니까 이 분이 잘 생기셨는데, 좀 뭐랄까. 흔히들 떠올리는 양키 센스 매끈매끈 양복쟁이 느끼남 스타일로 잘 생겼어요. 그리고 극중에서 이 분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딱 그 이미지 그대로의 캐릭터입니다. ㅋㅋ 그래서 차림새도 계속 그렇게 하고 나오고 연기도 과장되게 코믹한 스타일을 유지하는데 그게 나름 웃기고 또 구경하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살짝 양복쟁이 버전 브루스 캠벨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핵심이 되는 '자주색 봉투' 사건의 진상이 좀 재밌습니다. 자꾸만 그 봉투와 관련된 살인 사건들이 나오면서 뭔가 대단한 게 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잡다가 살짝 힘을 빼는 식의 진상이 밝혀지는데, 그게 참 말도 안 되지만 한 번 상상을 해 볼만한 아이디어랄까. 그래서 '응, 말도 안 되지만 애 썼네' 라고 생각하며 대충 만족했어요. 물론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벌이는 개진상 민폐쑈도 그럭저럭 재미가 있었구요.


 또... 둘이라고 했지만 하나만 덧붙이자면 극중에서 묘사되는 헐리웃 업계 이야기도 아주 조금은 신선한 맛이 있습니다. 보통 헐리웃 내부 사정 그리는 영화들은 배우나 연출자들 입장이잖아요. 근데 이 영화는 사무 업무 담당자들, 그것도 영화사 소속이 아닌 뭔 에이전시 사람들 이야기라서 '아 이런 부분도 있구나' 하면서 봤네요. 뭐 특별히 깊이 파는 건 없었지만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중국 쪽 자본가들에게 중국어까지 공부해가며 영혼을 바친 영업을 시도하는 것도 뭐 나름 현실 디테일이었겠죠.)



 - 그렇게 길게 말하거나 강하게 추천할만한 영화는 아니어서 적당히 끝을 맺겠습니다.

 완전 재밌고 대단히 신선하고 연출이 끝내주고... 와는 모두 거리가 꽤 먼 작품입니다. 이야기 전달에도 문제가 있고 또 내용 구성도 매끄럽지 않구요. 전개에 있어서도 비약이나 대충 스킵이 많고... 그러니까 이 또한 '환상특급 에피소드였음 훨씬 좋았을 텐데' 그룹에 소속될 운명의 영화 되겠습니다만.

 결국 온전히 감당해내지는 못한 그 야심의 파편들이 각자 조금씩은 재밌구요. 배우의 연기도 괜찮았고. 또 넘쳐나는 B급 스릴러의 세상에서 이 정도면 이야기의 개성이나 주제의식 면에서 충분히 존재 가치는 있는 이야기라고 느꼈어요. 저엉말 뻔하고, 또 '뭐하러 이런 이야기를 하나 더 만드셨나요' 싶은 작품들이 워낙 많다 보니까 말이죠. ㅋㅋ 덧붙여서 영화 다 본 후 확인해보니 토마토 지수가 무려 92%나 되는 호평 인디 영화였네요? ㅋㅋ 리뷰 수도 80여개를 넘기는 걸 보니 걍 제가 무식해서 이해를 못한 부분이 많을 수도 있겠다 싶구요.

 그러니 뭐... 웨이브 이용자이면서 좀 특이한 스릴러 한 편 보고 싶다는 분이라면 말리진 않겠습니다만. 역시나 추천은 절대 못 하겠다는 거. 그러합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런 얼굴&표정 좋아하는 분들은 보셔도 됩니다. 전 웃겨서 좋았어요. ㅋㅋㅋ)




 + 어차피 극단적으로 과장된, 현실성 크게 신경 안 쓰고 짜여진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정말로 그런 자주색 봉투가 많은 사람들에게 유행이라면 이미 인터넷 검색으로 다른 사람들의 체험담을 숱하게 접할 수 있었어야 하고 그 실체도 진작에 까발려졌어야 하죠. ㅋㅋ 스마트폰과 인터넷 검색의 대중화 때문에 작가님들이 참 고생이 많으십니다.



 ++ 주인공이 멘탈 나간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들 중 하나로 이 양반이 죄 없는 젊은 인턴 비서를 미친 듯이 갈구는 게 나오는데요. 이 대목에서 하비 와인스타인 드립이 나옵니다. 와인스타인은 정말 헐리웃 현대사의 전설의 레전드로 영원히 남은 듯(...)



 +++ 생각해보면 주커버그가 인스타와 페북을 기반으로 커플 매칭 서비스를 해도 잘 될 것 같죠. 어차피 이 양반이 우리들 개인 정보 아무렇게나 막 써댄다는 거 우리 다 알잖아요? 물론 진짜로 시도 했다간 미친 듯이 욕을 먹고 바로 접게 되긴 하겠지만요. 하하.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환상의 그 여인을 다시 한 번 만나고 싶다는 집착 때문에 주인공은 점점 광기에 가까운 폭주를 하게 되는데요. 약혼자에게 계속 거짓말을 해가며 진상을 부리는 건 당연하고. 봉투 발신자를 찾겠다고 말도 안 되는 탐정 행세를 하다가 개망신 당하고 쫓겨나기도 하고. 또 그러다 몇 번은 얻어 걸리기도 하고. 그런데 그 와중에 회사 일은 계속 꼬여가구요. 이렇게 몰락의 단계를 착실히 하나씩 밟다가... 결국 막판에 발신자를 추적해내는 데 성공하고 그 거처를 기습 방문 합니다만. 결국 범인의 정체는...


 개인 정보 딜러들로부터 사들인 사람들의 정보를 분석해서 이상형 매칭을 해서 돈을 벌려는 사람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자꾸만 벌어졌던 살인 사건들은 그냥 갸들끼리 문제였던 거에요. 이 인간이 미혼 기혼 안 가리고 무차별로 편지를 살포하다 보니 결혼 생활에 염증을 느낀 기혼자들이 데이트를 시도하고, 그랬다가 신통방통하게도 일생의 사랑들을 잘도 만나서 (그러니까 우리 빌런님은 대단한 능력자였던 거죠!) 이혼하자고 조르다가, 혹은 외도가 들통나서 봉변을 당했던 것(...)


 웃기는 건 이 양반의 장사 방식인데요. 첫 편지로 떠 보고, 두 번째 편지로 낚고, 세 번째 편지로 '니가 만났던 사람의 정보를 알고 싶으면 나에게 돈을 보내라'라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편지 보낸 놈 잡겠다고 설치고 다니다가 자기에게 세 번째 편지를 들고 오던 배달 알바를 겁줘서 쫓아내버렸고. 결국 가만히 있었으면 될 일을 스스로 망쳐 버렸던 것. 막판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당연히 망연자실하겠죠.


 암튼 이 단계까지 도달한 주인공은 허탈한 맘에 자기 약혼자에게 모든 걸 다 털어 놓습니다. 그리고 그러는 김에 자기 인생에 대해서도 막 가감 없이 다 까발려 버려요. 겉보기엔 잘 나가고 돈 잘 버는 것 같지만 사실 지금 헐리웃 작가 조합 때문에 우리 사업은 망하기 직전이다. 그동안 모아 놓은 돈도 별로 없다. 남들 앞에선 유능한 척 잘 나가는 척 하면서 다 감추고 있었지만 이젠 지긋지긋하다. 나 이런 놈이니까 날 죽이든 떠나든 맘대로 해라.

 그런데 때마침 크고 어여쁜 칼까지 하나 들고 있었던 약혼자가... 겁나게 쏘쿨한 태도로 주인공을 용서해 버립니다. 다 이해한대요. 자긴 괜찮대요. 그 순간 주인공은 깨닫죠. 아, 사실은 이 사람도 자주색 봉투를... ㅋㅋㅋ (중후반에 약혼자가 갑자기 돌변한 모습을 보이는 전개가 있는데 그게 암시였던 겁니다)


 그래서 둘은 걍 서로를 인정하고 용서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회사에 휴가를 빙자한 퇴사 통보를 하고 약혼자와 단 둘이 멀리 여행을 떠나요. 이젠 새 삶을 살아야지. 다시 그 바닥의 그 공허한 일로 돌아가지 말고 다른 좋은 일 찾아야지. 그래도 나 믿어주고 남아준 이 양반이랑 잘 살아봐야지. 그렇게 해피엔딩이에요. 마지막에 둘이 들른 카페테리아 종업원이 영수증에 '만나고 싶으니 전화 해라'고 적어서 건네주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긴 하지만 말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7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1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26
123467 머니백(2018, 한국영화) [1] 왜냐하면 2023.06.15 175
123466 한자 배우기 [1] catgotmy 2023.06.15 142
123465 (스포) [범죄도시 3] 보고 왔습니다 [2] Sonny 2023.06.15 392
123464 디아블로4 클랜 이름 짓기 & 단체티 만들기 [5] skelington 2023.06.15 247
123463 광주와 부산 여행 [1] catgotmy 2023.06.15 223
123462 [왓챠바낭] 주옥 같은(?) 80년대 B급 SF/호러, '히든' 잡담입니다 [12] 로이배티 2023.06.14 438
123461 KIM은 맨유, LEE는 PSG.. SON은 빅클럽 러브콜 없나 [11] daviddain 2023.06.14 372
123460 프레임드 #460 [4] Lunagazer 2023.06.14 103
123459 Cormac McCarthy 1933-2023 R.I.P. [5] 조성용 2023.06.14 272
123458 미국 펜타곤 전쟁 [4] catgotmy 2023.06.14 332
123457 [영화바낭] 존윅 시리즈 1, 2, 3, 4 종합 잡담입니다 [28] 로이배티 2023.06.13 795
123456 에피소드 #41 [4] Lunagazer 2023.06.13 115
123455 프레임드 #459 [4] Lunagazer 2023.06.13 110
123454 요새 외운 랩 [2] catgotmy 2023.06.13 195
123453 이강인 psg까지 한 발짝 [13] daviddain 2023.06.13 345
123452 [바낭+어그로] 달콤한 스팸의 유혹 [7] 스누피커피 2023.06.13 359
123451 스케일링으로 음식물을 빼는 소리... [8] Sonny 2023.06.13 474
123450 Treat Williams 1951-2023 R.I.P. [4] 조성용 2023.06.13 172
123449 [내용있음] 인어공주 [20] 잔인한오후 2023.06.13 698
123448 음바페 난리났군요 [17] daviddain 2023.06.13 71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