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제 메일에 들어온 글을 올립니다. 


현재 등업 대기 중이라 게시판에 글을 쓸 수 없습니다.

마리님의 글을 읽고도 
비회원, 등업대기자들이 듀나님을 귀찮게 하는 관례(?)가 생길까 저어되어
다른 분께 쪽지로 부탁하였지만 답이 없어서
부득히 듀나님께 메일 드려봅니다.
어떤 이유로든 마음 편하게 거절하셔도 저는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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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경제학과 성매매 합법화 - hubris님에 대한 비판적 리뷰

 

제가 대충이라도 훑어본 텍스트는 [32493] 마리 님의 텍스트까지입니다.

전체 논지는 애초부터 정리되어 있었고 글로 옮기는 중간에 마리님의 텍스트가 올라와서 읽었고,

그 후로 올라온 텍스트 는 아직 읽지 않았습니다.

(hubris 님의 사회적 사안에 대해서 경제학적 고려가 필요한 이유”, 듀게잉여님의 글 포함)

시간 나는 대로 읽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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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이 올리는 [나는 가수다리뷰들과 같은 종류의 리뷰 정도로 읽어 주세요.

[성매매 논쟁리뷰 정도 되겠네요가장 큰 차이는 출연진이 듀게분들이라는 점이겠죠.

성매매 합법화를 예능 프로와 같은 정도의 가십(?)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제가 특별한 권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 정도입니다.

 

 

1. 경제학과 hubris님의 텍스트

 

경제학에 대한 호불호사회과학으로서의 경제학의 적실성에 대한 신뢰를 기준으로 본다면

저는 hubris님과 거의 동일한 입장에 속할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학에 대한 이해” and/or “경제학의 적용과 관련된 텍스트의 기술(description)”에 있어서는

저와 hubris님 사이에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먼저 hubris님 텍스트 리뷰를 통해 제가 이해하는 경제학의 정체성을 명료하게 하고

그에 기초해서 다른 텍스트 전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이슈오류 등에 대해 차례대로 써볼 생각입니다.

성매매 합법화와 관련된 저의 의견은 마지막에 밝히겠습니다만약 더 쓰게 된다면..

 


hubris님의 텍스트 중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다른 부분들이 꽤 있지만

아래의 단락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텍스트 가]

네덜란드의 경우에는

부부간의 문제에 국가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아 간통은 형사사건이 아닙니다

중독성이 약한 소프트한 마약 역시 국가가 개입할 명분이 없서 합법입니다.

성매매 역시 국가가 통제하에 둡니다.

그것이 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성매매 자체가 부도덕하고 더럽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마약 허용이 나라를 망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네덜란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들어

그것이 잘못된 정책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런 지적을 하는 나라들은 네덜란드 보다 훨씬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것을 고쳐 써 보겠습니다.

 

[텍스트 나]

A에서는 (산업을 위해 높은 보호관세를 적용하고

(산업에 대규모 저금리 정책자금을 투입하는 등 이른바 개입주의적 산업정책을 적극 활용합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 의한 자원배분이 정부개입에 의한 (강제적자원이전보다 정의롭다고 믿는 경제학자들은

A에서 발생하는 후생감소자본시장 효율성 저하를 지적하며

해당 산업정책이 잘못된 정책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런 지적을 하는 경제학자들의 조언을 따르는 B의 경제성장률이 A의 경제성장률보다 낮습니다.

 

대부분의 주류 경제학자들은 [텍스트 나]를 엉터리 논증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hubris님이나 bankertrust님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동일한 논리에 의해 [텍스트 가]도 엉터리 논증이라고 생각합니다.

 

[텍스트 가나]

A a 정책을 택하고, B ~a 정책을 택한다. (fact 1)

김씨는 b 도덕관을 갖고 있고이씨는 ~b 도덕관을 갖고 있다. (도덕관)

김씨는 A에서 일어나는 a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정책의 효과에 관한 평가도덕적-사회효용적 측면)

그런데 B not a 정책을 택하고 있음에도 문제점이 더 많고 (fact 2) 김씨는 이런저런 사람이다. (fac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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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어쩌고 저쩌고 (결론)

 

완전히 뒤죽박죽인 것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텍스트 가], [텍스트 나]가 타당하지 않은 논증임을 판단하기 위해서 경제학을 알 필요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주류 경제학자가 뭐라고 생각하든 말든 두 텍스트는 타당하지 않은 논증입니다.

 

일단 전제인 fact 2, fact 3 이 참이 아닙니다.

네덜란드와 미국의 도덕적 수준에 대한 평가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경제학은 이와 무관)

 

더 심각한 문제는 fact 2 가 참이라고 하더라도

결론이 참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타당한 논증의 정의)

 

예를 들어 모두가 동의하는 특정한 도덕 점수표가 있고 (경제학은 이와 무관)

그 표에 따르면 현재 네덜란드는 40미국은 30한국은 25점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문제는 이상의 가정이 참이라 하더라도 이와 같은 현재의 fact

성매매 합법화가 도덕적 수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아무런 결론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성매매 합법화가 도덕적 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각 국가에서 다른 변수를 통제하였을 때성매매 관련 정책 변화가 도덕 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한계적으로(marginally) 평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 (ceteris paribus, other things being equal)

성매매 합법화 이전의 네덜란드 60

성매매 합법화 이후의 미국 20

성매매 합법화 이후의 한국 15

인 상황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성매매 합법화는 각 국가에서 일정하게 10점씩의 도덕적 타락을 가져왔습니다.

(국가별 하락 폭이 다른 경우도 가능합니다.)

 

더 나아가 특정 국가의 사회적 효용함수가

위의 도덕 점수표상 20점 이하는 수용할 수 없는 형태라고 가정합시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번역할 수 있는 주장을 이미 하셨습니다.)

그러면 이 문제는 제약조건 하에서의 최적화 문제가 될 것이고

해당 국가에서는 성매매 합법화는 선택가능한 정책이 아닙니다.

 

 

어떤 분에게는 위와 같은 저의 지적이

전체적으로 타당한 hubris님의 글의 일부 각론만을 따로 떼내어 트집을 잡는 것으로 보일 것입니다.

그런 분을 설득할 자신은 없습니다관심도 없고요.

어떤 분에게는 위와 같은 저의 지적이

hubris님의 논지 전체를 부정할 수 있는 근거로 보일 것입니다.

그런 분에게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물론 hubris님이 어떤 주제에 관해서는 저보다 더 나은 경제학적 지식을 갖고 계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hubris님의 텍스트는 충분히 엄밀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독자의 오독을 묻기 전에 텍스트 자체에서)

경제학을 잘못 기술(misrepresent)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인터넷 게시판에 논문 수준(?)의 엄밀함을 요구하며

엄밀함 기준에서 XX점 이상만 쓰라는 얘기도 아닙니다.

논증에는 타당한 논증(100)과 타당하지 않은 논증(0)이 있을 뿐이고

타당하지 않은 논증에 대해서는 누구나 비판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른 텍스트에도 문제가 있지만,

경제학적 훈련을 받은 사람은 [텍스트 가]와 같은 논증에 매우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저도 그런 실수를 할 수 있겠지만그 경우 정말 부끄러울 것 같습니다.)

경제학의 역사를

[텍스트 가]와 같은 매우 매우 보편적이고 질긴 오류를 물리치기 위한

거듭된 투쟁 과정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만큼 이것은 중요한 이슈입니다.

한계 혁명을 빼면 현대 경제학도 없습니다.

 

(이 맥락에서 저는 경제학의 본령을

인과 관계의 정확한 방향 및 크기를 평가하기 위한 방법론-추론/논증 규범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엄밀하지 않은 경제학은 없습니다.

엄밀하지 않고타당하지 않은 논증은 경제학이 아닙니다.

그 논증이 시장과 가격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든 그것은 관계없습니다.)

 

 

반드시 경제학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런 주제에 관해서 얘기할 때는 작은 불명료함이 거의 항상 큰 의사소통 장애를 초래합니다.

따라서 텍스트를 정확하게 기술해야 합니다.

 

 

경제학은 사회효용함수의 형태가 어떠해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명확하게 정의된 목적함수가 주어져 있을 때 그것을 제약조건하에서 최적화하는 해를 찾기 위한

방법론 - 논증 규범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경제학이 특정 도덕관을 지지하는 것처럼 기술하는 것은 오도(misrepresentation)입니다.

물론 경제학자도 특정 도덕관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아니더 정확하게 말하면 특정 도덕관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경제학자로서 가지는 도덕관이 아닙니다.

그저 다른 시민과 동일한 시민으로서 가지는 도덕관입니다.

 

저는 Gary Becker의 장기 매매 가격 추정(estimation)에 대해 95% 신뢰합니다.

그와 함께 작업하는 계량경제학자가 세상에서 그것을 가장 정확하게 계산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경제학자 Gary Becker 입니다.

 

하지만 그 계산 결과는 장기 매매 합법화를 주장하기 위한 충분조건이 아니며

심지어 필요조건도 아닙니다.

 

장기 매매 합법화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것과 다른 종류의 논증이 필요합니다.

성매매 합법화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듀게에서 그런 논증이 제가 생각하는 정도로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장기매매/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Becker 는 libertarian Becker 이지 경제학자 Becker 가 아닙니다.

(엄밀한 경제학자도 얼마든지 성매매 합법화를 반대할 수 있습니다.)

 

libertarianism 은 그 자체로 공리주의(utilitarianism)나 칸트주의나 아리스토텔레스주의나

기타 등등의 도덕관에 비해 우월한 도덕관이 아닙니다.

심지어 fact 3과 관련하여 일종의 인신공격의 도구로 끼어든

복음주의 기독교의 도덕관에 비해서도 특별히 우월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열등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libertarianism 은 명백히 특정한 도덕적 입장입니다.

도덕적 판단을 넘어서는 어떤 것이 아닙니다.

 

극단적인 윤리적 상대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덕관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사회적 합의에 대한 호소를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이 사회적 합의는 감정적인”, “성숙하지 않은” 시민도

동등한 구성원으로 존중 받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그들을 존중하면서 설득하고자 한다면 텍스트를 더 정확하게 기술하세요.

물론 그렇게 해도 못 알아듣는 사람은 여전히 있겠지만그건 그 때 가서 패스하기로 해야겠죠.

알아듣고도 반대하는 사람은 존중해야 할 것이고요.

 

정확하게 기술되지 않은 텍스트로 (부정확의 이유가 무엇이든)

첨예한 도덕적 이슈에 관한 경제학적 적용에 관하여

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없는 독자들을 설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비슷한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은 설득의 결과가 아니죠.

그리고 어떻게 설득이 이뤄졌다 한들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 결론/입장이 아니라 추론/논증 규범이거든요.

그게 경제학이죠.

 

글을 더 쓰게 된다면다음 글은 “reference로서의 페미니즘에 대해 쓰겠습니다.

가족론에 대한 평가 등은 그 다음쯤 되겠네요.

 

)


+

아쉽게도 [텍스트 가]에는

성매매 합법화 여부와 해당 사회의 도덕적 수준 간의 관계에 관한 결론이 암시되어 있을 뿐이지만,

논의의 편의상, hubris님의 글 전반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특정한 결론이 [텍스트 가]에 포함되어 있다고 가정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텍스트 나]에도 개입주의적 산업정책과 경제성장율의 관계에 관한 특정한 결론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두 텍스트는 일정한 논증을 구성합니다.

 

+

Levitt  Freakonomics 에서 벌금이라는 정책 도입(도덕적 인센티브→경제적 인센티브)에 의해 죄책감이 벌금 납부로 대체되고결과적으로 공동체의 후생(welfare)이 감소한 경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물론이는 애초에 최적 벌금을 잘못 계산했기 때문이겠지요마찬가지입니다.공리주의적 도덕관에 입각하여 성매매 합법화가 사회후생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을 하려면 논증 규범을 준수하는 계산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계산을 위한 방법론은 경제학이 비교적 잘 정립해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계산이 없이계산이 필요하다는 논증만으로도 계산이 필요 없다는 주장은 반박할 수 있을 것입니다그런데 거기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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