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입니다
벨소리가 울려서 나가 봤더니 아주머니 세 분이 서 계십니다
어머니 교회 친구라고 하시네요
전 어머니 다니는 교회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머니 교회 친구분은 거의 알지 못합니다
다른 때 같으면 교회 친구분이 오셨을 때
어머니가 없다고 하면 그냥 왔다는 말이나 전해달라고 하고는
그냥 돌아가셨습니다
사내녀석 하나만 있는 집에 들어 오기 뻘쭘하셔서겠죠
그런데 이 분들은 물 한잔만 달라시길래 그러시라고 해서
세 분 모두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계속해서 어머니와 친분을 강조하며
아들같은 사이고 전에도 절 본 적이 있다고 그러셔서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전 사람 얼굴을 잘 기억 못해서
한 두번 본 사람인 경우
상대방은 절 알아도 전 거의 못알아 보거든요
집 안에 들어 와 앉더니 저랑 이야기 좀 하자는 거예요
무슨 이야기를 할 지 뻔히 감히 잡히지만
그래도 어머니 친구분이라는 데 어쩌겠어요
앉아서 뻔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가만히 듣고 있으니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했는지
손을 잡고 기도하자고 하더군요
저도 하던 일이 있어서 더 이상은 상대하기 힘들 것 같아
편히 놀다 가시라고 하고는 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잠시 같이 기도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세 분은 가셨습니다
유인물 몇 장을 남기고요
유인물을 대충 훑어 봤더니.....
어머니가 다니는 교회가 아니었어요(처음부터 살짝 의심은 들었지만...)
물론 어머니와 아는 사이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분들은 몇일인가 간격으로 두어 번 더 찾아 왔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이제 저하고는 아는 사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지
문을 안열어 줘도 자기들이 그냥 문 열고 들어 옵니다
두번째 찾아 왔을 때는 그냥 좋게 대하고 보냈지만
세번째 왔을 때는 저도 그분들 방법으로 응대했습니다
상대방이 하는 말은 안 듣고 일방적으로 제 할 말만 하고는 보냈어요
분명히 앞으로도 또 찾아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종교에 대해 욕하거나 할 생각은 없고요
이 글을 쓴 건 그분들의 행동을 보고 흡혈귀가 떠올랐기 때문이예요
(요즘은 그런 설정 거의 안쓰긴 하지만)
흡혈귀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는 남의 집에 함부로 못들어가잖아요
그렇지만 상대방이 초대하면 그 집에 자유롭게 들락거리며
그 집 주인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며 마음대로 할 수 있죠
만약에 처음에 제가 문 열어 주지 않았다거나
처음 본 순간 문전박대를 했다면
지금처럼 남의 집에 함부로 막 들어오고 그러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제가 집에 들어오도록 허락하자 그 순간
이제 이 집은 자기들이 점령했고
자기들 마음대로 내 정신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예요
마늘즙이라도 문에 뿌려놓을까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