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밴더스내치

2018.12.30 17:26

겨자 조회 수:2046

망한 인생에서 뭘 선택해야하는지를 묻는 영화네요. 이렇게 해도 비극이고, 저렇게 해도 비극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뭐냐는 거죠. 초반부에 "엄마에 대해서 이야기할까"란 질문이 나왔을 때 이미 운명은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엄마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면 스테판의 인생은 이미 끝장난 거죠. 이 상황에서 그나마 가장 주변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법은, 과거로 돌아가서 엄마와 같이 죽는 방법 밖에는 없네요. 


내용 자체는 심심합니다. 그런데 사소한 것인데도 선택할 때마다 갈등하게 되네요. 플레이를 끝내고 나면 내 인생에서 되돌리고 싶은 순간은 무엇인가, 현재의 내 인생을 규정짓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과거의 한 장면은 언제인가를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밴더스내치' 안에서는 'trauma inception' point라고 표현하죠. 현재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되돌리고 싶은 순간은 언제일까요? 여러 순간이 있겠지만 저는 1997년 -1998년이라고 생각합니다. 20년전 IMF가 현재 한국 사회의 에토스에 끼친 영향이 막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액자식 구성, 인터랙티브 컨텐츠, 넷플릭스와 블랙 미러 자체에 대한 비웃음, 새로운 미디어의 가능성, 다른 블랙 미러 에피소드와 연결된다는 점 등 때문에 충분히 화제가 될 만 하네요. 결정론과 자유 의지에 대한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네요. 누구 말로는 포켓몬에 이미 비슷한 스토리가 있다면서 어느 쪽을 선택해도 죽는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어떤 쪽을 선택해도 죽는다면, 그나마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엄마와 같이 죽는 편이 가장 윤리적인 선택이지 싶어요. 감옥에 가는 앤딩을 못보았으니 다시 한 번 플레이 해보려고 합니다. 이미 레딧에서 플로우 차트가 올라왔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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