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네 명 중 한 명은 잡동사니를 너무 많이 갖고 있습니다. 집 하나에 평균 30만개의 물건을 갖고 있다고 하죠. 예전에 A&E에서 Hoarders 시리즈를 내보낸 적이 있었는데, 길티 플레져를 불러오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내 손 안가고 청소한 것 같은 착각을 줍니다. 더러운 집이 45분 안에 깨끗해지는 걸 볼 수 있죠. 이번에 넷플릭스에서는 콘도 마리를 데리고 와서 조금 다른 집 정리를 보여주네요. 묘하게 일본적인 방송입니다. 예전에 호더즈 시리즈는 집에 물건 쌓아놓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때로는 윽박지르는 식이었거든요. 지금 쓰레기 차를 불러놨는데 하루 내에 치우지 않으면 돈이 얼마다 라는 식으로. 미국적입니다. 시간은 돈이라는 식이죠. 


그런데 콘도 마리는 달라요. 버리는 물건에게 "고마워요"라고 말하고 버리라고 합니다. 이 점이 참 일본적이죠. 기존 Hoarders 프로그램에선 버리는 물건에 애착을 갖지 말라고 하는데, 여기선 버리는 물건에까지 감정을 주라고 합니다. 고마움을 표하고 버린다는 건, 그냥 나와 물건과의 인연이 다한 거니까, 버리는 걸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어서 잡동사니 없애는 데에 덜 죄책감을 가지게 될 것 같아요. 또한 버리는 물건에게까지 감사를 표해야 한다면, 다음번에는 물건을 덜 사게 되겠죠. 모든 물건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식으로 접근합니다. 물건을 정리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수련이고, 재미있는 과정이라고 설득합니다. 이원복 작가가 지은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일본' 편을 보면, 일본인들은 일하는 것 자체를 마음 수련으로 본다, 어떤 일본 승려에게서 비롯한 가르침이 배경이다. 그런 내용이 나와요. 딱 그런 자세예요. 웃기네,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콘도 마리는 집에게 감사하고 집과 대화하자, 인사하자고 해요. 그리고 한 달 넘게 시간을 들여서 집 주인이 스스로 물건을 버리고 정돈하게 하죠. 그 결과 집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을 지라도 어쨌든 그건 그 집 주인이 만든 변화니까요. 


집에 어지러운 문방구 서랍, 옷장 서랍을 엎어놓고, 이 프로그램 보면서 천천히 정리하면 꽤 성취감이 듭니다. 그래도 저 사람들보단 내가 물건이 적지하는 우월감도 분명 한 몫 하겠지요. 


https://www.nytimes.com/2019/01/02/style/marie-kondo-netfli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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