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성폭행 남자 용의자, 징역 3년

2019.09.06 23:50

Sonny 조회 수: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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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박씨는 회사에 잘못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서를 냈고 법무팀에서 해직 처리했다"며 "이를 되돌리고자 고소 취하서를 받으려고 (피해자를) 회유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의 인적 신뢰와 친분을 이용해 동의 받지 않고 성폭행을 한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해자가 엄벌을 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거의 모든 이목이 한 명의 장관 임명에 몰려있을 때, 아무도 모르게, 혹은 어떤 여자들만이 공유하는 이 소식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떤 소식은 계속 끓고 타오르면서 소식의 꼬리들을 낳고 또 낳지만, 어떤 소식은 그저 하나의 끝으로 가슴 속에 가라앉습니다. 저는 이게 정말 끝이기를 바랍니다. 사건의 당사자는 이미 너무 많은 파편들에 긁혔을테니까요.

저의 침잠하는 이 기분은 저의 노력이기도 하면서 자연스레 드는 기분이기도 합니다. 그렇게나 시끄럽고 온 나라가 소란을 떨었던 일이 이제는 어느새 잊혀져서 그만큼의 사람들에게 회자되지 않습니다. 특히 남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카톡을 보아하니 여자가 남자를 무고한 게 틀림없을 거라던, 남자만 신상이 털리고 불쌍하게 되었다고 하던, 그 유사전문가들과 소설가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하고요. 순간 욱 하면서도 다시 가라앉히고 혼자 가라앉으면서 그냥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 법적 판결에 조금이라도 후련하고 평화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사건의 당사자 여성을 포함해 이 나라에 살고 있는 모든 여자가 다. 제가 이렇게 괜시리 숭고해지는 이유는, 그저 분노하거나 환멸할 자격이 심히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부조리에는 당사자성이라는 분노의 자격이 아주 적확하게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제게 한샘 성폭력 사건은 크게 두가지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일단 한국에서 여자가 운이 없으면, 이렇게 연쇄적으로 성폭력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말은 이 사건의 피해당사자가 그저 운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떤 사건은 아무리 운이 없다해도 일어날 확률이 극히 적고 개연성이 없습니다. 아무리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나도 보행자가 연속으로 차에 세번 치이거나 같은 회사 사람들에게 뺑소니를 세번 당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여자가 당하는 성폭력은, 이렇게까지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동기 남자에게 도촬을 당하고, 그걸 고소하는데 도움을 준 교육담당관에게 강간을 당하고, 그 강간 사건을 내부조사하던 인사팀장에게 위계에 의한 강간 직전 단계의 성희롱을 당합니다. 그러니까 이걸 불운 혹은 불행이라 해석한다면, 거기에는 이런 전제가 붙습니다. 이 정도로 부조리가 겹겹이 쌓여 터질 수 있을 정도로, 그보다는 덜하고 한 건에서 그치는 부조리는 훨씬 더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어떤 사건은 항상 그보다 더 지독한 사건과 그보다는 약하나 끔찍한 사건을 시사합니다. 한샘 성폭력 사건은 제게 역으로 그보다 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직장 내 성폭력 사건들을 상기시켰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한 채, 여자의 홧병으로 자리잡아 썩지 않고 암처럼 또아리를 틀어버렸을 것인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그 고통의 덩어리들이 트위터에서 일제히 토해져나와 거대하게 꿈틀거리는 걸 보며 그저 깔려죽을까 걱정할 뿐. 한샘 성폭력 사건은 이런 일도 생길 수 있을 정도로 그보다는 약한 성폭력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다는 깨달음의 큰 계기였습니다.

제가 이 사건에서 또 하나 배운 것은, 한국이란 나라는 절대로 소수의 성폭력범들이 다수의 선량한 남자들을 욕먹이는 그런 억울한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애초에 그렇게 가해자와 선량한 일반인이 갈라질 리도 없겠지만, 한샘 성폭력 사건에 대한 남자들의 반응은 제가 생각한 것 이상의 인지부조화였습니다. 이미 첫번째 사건과 세번째 사건에서 성폭력범들이 처벌을 받았음에도, 남초커뮤니티에서는 두번째 사건만을 가지고 "무고추정의 원칙"을 계속 밀고 나아갔습니다. 아주 많은 댓글들을 기억합니다. 남자만 불쌍하게 되었고 여자는 괜히 부끄러워서 남자만 성폭행범으로 몰아간다고. 이미 가해한 남자들의 사건은 없는 것처럼, 오로지 남자가 그랬을리 없다는 삐뚤어진 자기연민만을 공유하는 현실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한국남자들은 그렇게나 뻔하고 앞뒤가 보이는 사건에서도 어쨌든 알 수 없다, 여자가 거짓말을 했을 것이라며 자기최면만을 걸고 있었습니다. 한국이란 나라에서 성폭력이 이렇게 일상이 된 이유는 소수의 범인들이 아니라 그 범인들을 필사적으로 변호하려는 남자들 때문입니다. 온 사회가 강간문화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그 때의 그 사이비 국선변호사 남자들은, 한샘 성폭행 사건의 이번 판결을 이야기할까요? 경찰이 어떻게 사건을 처리했고, 어떤 근거로 남자가 유죄를 받았는지 냉정히 이야기를 할까요? 혼자서 또 역정을 내고 싶습니다만 괜한 울분을 터트리는 것 같아 약해보이기도 하고 제가 먼저 나설 분노도 아닌 것 같아 다시 입을 다뭅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남초 커뮤니티의 대다수 남자들이 그 때도 그랬고 아직까지도 성폭력의 여성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아가며 이런 법적 결론에는 또 침묵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유난히 뒤쳐진 "일부 남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평균 남자들의 문제입니다.

이미 너무나 많이, 반복적으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남자들이 이를 외면하며 무고범 여자의 서사에만 집착하고 이게 현실인 것처럼 믿고 싶어합니다. 저는 아주 당당하게 화를 내고 싶지만, 그보다는 당사자들의 분노를 최대한 정확하게 옮기고 저의 분노는 살짝 얹는 정도가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그래서 더 가라앉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제 멋대로의 추측이지만 이게 바로 분노도 짜증도 아닌 환멸이구나 하고.

다시 곱씹어봅니다. 남혐이란 단어가 우스울 정도로, 여자들의 분노는 아직 충분치 않을 정도로, 성폭력은 끝이 없으며 남자들의 인지부조화는 계속 쌓여만 간다는 걸. 피해자 여성분이 어서 피해자란 흉터를 갖고서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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