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작입니다. 에피소드 8개에 편당 50분 정도씩 하구요.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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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예술을 모방한다. 영화랑 잘 어울리는 괜찮은 카피네요.)



 - 전작의 이야기로부터 26년, 이번엔 헐리웃 스타가 파리를 향합니다.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연기를 맡은 관계로 스웨덴 출신 배우라고 하지만 이번엔 이름이 달라요. '미라 하버그'라고 주장하고 현실의 족적도 많이 다르군요. 파리에서 이 분을 기다리고 있는 변태 감독은 전작과 이름은 같은 '르네 비달'입니다만. 26년 전엔 '흡혈귀들'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고 이번엔 OTT의 의뢰로 시리즈를 만들기로 했답니다. 자꾸 이상한(?) 걸 만들어달라는 투자자들이 나타나니 좀 웃기지만 뭐 26년의 간극이 있으니 그러려니 하죠.

 암튼 그래서 전반적인 세팅은 거의 같습니다. 외지에서 온 여배우가 프랑스에 영화 찍으러 와서(우리 비달씨는 계속해서 이게 티비 컨텐츠가 아니라 '시리즈 영화'라고 주장하니까요) 프랑스의 변태 감독과 까칠 스탭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연기하는 이야기에요. 기본적으론 그렇습니다...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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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 출신 헐리웃 스타 미라-하버그씨. 1996년 버전과 다르게 배우 본인 이름을 안 쓰는 건 이 캐릭터에게 워낙 스토리가 많다 보니 알리시아 비칸데르 본인이라고 우기기가 불가능해서가 아닐까... 싶구요.)



 - 또 정리 타임.

 1915년 흑백 무성 영화 '흡혈귀들'을 1996년에 리메이크 했다고 주장하는 감독이 이번엔 또 시리즈로 리메이크를 하는 이야기입니다.

 역시나 1915년 오리지널 영화는 실제지만 1996년의 리메이크작은 현실엔 존재하지 않구요. 당연히 2022년 시리즈 버전도 없어요. 원본 영화는 있는데 그걸 훼이크로 리메이크하는 이야기만 두 번 나왔다. 라고 이해하시면 되겠구요.

 1996년작과 2022년작의 관계는... 속편'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두 이야기를 이어주는 건 같은 이름의 감독 '르네 비달'이고 2022년 버전을 보면 1996년 버전 제작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언급되고 실제 1996년 버전의 클립들(다 장만옥이 '이마 베프'를 연기하는 장면들입니다)이 2022년 시리즈에 계속 삽입돼요.


 그런데 재밌는 건... 그 1996년 버전과 2022년 버전의 이야기가 슬쩍슬쩍 어긋납니다. 일단 '르네 비달'을 연기하는 배우가 다르죠. 이번에 그 역을 맡은 배우는 78년생이라 1996년엔 10대였어요. ㅋㅋ 1996년에 이마 베프를 맡았던 배우의 이름도 수정됐구요. 또 정확히는 안 나오지만 1996년 버전에서 막판에 일어나는 중요한 사건 하나를 그냥 없는 척하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1996년판의 속편이지만 동시에 리메이크이기도 하고... 뭐 그런 애매한 위치가 돼요. 근데 그게 거슬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재밌더라구요. 워낙 작정하고 겹겹겹겹겹의 층을 씌워가며 만들어놓은 이야기라 이런 애매함도 그 '겹' 중의 하나처럼 즐기게 된 것 같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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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작과 같은 이름의 같은 일 하는 비슷한 스쿠터 모는 레즈비언 스탭이 나와서 여주인공 배우를 태우고 다니며 들이대지만 암튼 다른 사람입니다?)



 - 두 이마 베프, 장만옥과 알리시아 비칸데르(미라 하버그)를 비교하자면요.

 영화가 아니라 시리즈라는 장르 변경의 축복을 입어서 알리시아 비칸데르 쪽은 훨씬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신의 캐릭터와 사연을 풀어냅니다. 장만옥은 정말 뭔가 잠시 들렀다 가는 요정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ㅋㅋ 그런데... 결국엔 비슷해요. 미라 하버그 역시 이 영화의 제작진에겐 그냥 벼락 같은 축복입니다. 완전 짱 잘 나가는 수퍼 스타가 기꺼이, 본인 의지로 출연을 결정해 주시고. 그래서 엄청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하구요. 감독이나 다른 배우들과 언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로 똑똑하면서도 동시에 선을 넘지 않고 예의바른 태도를 끝까지 유지할만큼 대인배이기도 하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 감독님을 위해 맞춤으로 등장하신 뮤즈이자 디바이자 수호 천사라는 점에서 둘이 많이 닮았습니다. 중후반에 가면 감독이 이런저런 위기에 처하는데, 그 때마다 이 뮤즈님의 입에서 흘러 나오는 유창한 '감독 편'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살짝 민망할 지경이에요. 아이고 감독님하... ㅋㅋㅋㅋ


 그래도 어쨌거나 미라 하버그도 오리지널 못지 않게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오리지널의 '장만옥'씨에 비해 디테일이 많고 그걸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단단하고 믿음직하게 잘 연기해주거든요. 거기에다가 왕년의 발레 유망주 출신답게 춤도 잘 추고 움직임도 우아해서 극중 극에서 '이마 베프'를 연기할 때 매력이 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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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친 김에 잠시 우리 비칸데르님 비주얼 구경 좀 해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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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모아 놓으니 패션 화보 느낌도 좀. ㅋㅋ 예쁜 옷차림들 구경하는 거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좋은 영화(?) 되겠습니다.)



 - 1996년 버전보다 훨씬 강력한 원작 '흡혈귀들' 영업 영상이기도 합니다.

 시리즈의 에피소드 수를 원작의 에피소드에 맞추고, 원작의 제목들을 각 에피소드 제목으로 쓰고요. 런닝타임이 넉넉하니 1996년 버전에 비해 영화 촬영 장면도 훨씬 많이 나오고 그게 또 대략 '흡혈귀들'의 줄거리 중 핵심적인 부분들을 선정해서 따라가기 때문에 시리즈를 다 보고 나면 원작의 이야기를 대충 한 번 훑게 되구요. 또 그 과정에서 원작의 핵심 장면들과 가짜 리메이크의 장면들을 다 보여줘서 '이쯤 되면 원작을 그냥 봐야 하나?' 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도록 만듭니다. ㅋㅋ


 거기에 덧붙여서 원작의 감독 루이 푀이야드, '이마 베프' 역의 배우 무시도라에 대해서. 그리고 '흡혈귀들' 촬영에서 있었다는 실제 에피소드들에 대해서도 참으로 성의 넘치게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서 시청자들에게 알려줘요. 근데 그게 그 이야기들 자체도 흥미롭고, 또 그걸 이야기 속에 잘 녹여 넣어서 보기에도 재밌고 그렇습니다. 1996년 버전은 사실 캣수트 입고 우아하게 움직이는 장만옥의 비주얼을 제외하면 원작에 대해 뭘 그리 자세히 알려주는 편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시리즈를 본 후의 얘깁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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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중 극들은 뭐... 그 자체로 재밌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볼거리이긴 합니다.)



 - 또 이야기상으로는 1996년 버전에 대한 보강, 해설, 파워업 버전이기도 해요.

 물론 원작의 간결하게 압축된 이야기도 다른 방향으로 아주 매력적이고 그게 더 취향에 맞을 수도 있는데요, 요 시리즈 버전은 거기에 디테일을 추가하고 필요할 땐 해설도 넣고... 뭐 그런 식이에요. 제작비와 런닝타임이 상대적으로 넉넉해지다 보니 원작엔 넣을 수 없었던 볼거리도 많이 들어갔구요. 


 예를 들어 원작에선 딱 한 번 꿈결처럼 지나갔던 '환타지 장면'이 요 시리즈 버전에선 자주, 많이 나오는데 그게 참 보기도 좋고 의미심장하고 그렇습니다. 원작에서 가볍게 지나갔던 캐릭터를 다시 등장 시켜서 (의상 담당으로 나오는 '조이' 같은 캐릭터가 대표적이죠) 더 비중 있게, 더 많은 이야기를 주는 것도 재밌었구요. 주인공이 함께하는 배우들도 여럿으로 늘어났는데 다들 캐릭터 확실하고 각자 자기 이야기도 갖고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좋았습니다. 특히나 '고트프리드' 캐릭터는 정말. ㅋㅋㅋ 걍 흔한 진상 민폐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극중 극을 통해 카리스마 있는 모습들을 보여주다가 막판엔 대놓고 감독 심정을 대변하는 격정적인 연설 장면까지 소화하는데... 참 잘 하더라구요. 사실 되게 위험하고 논란이 될만한 캐릭터인데, 배우가 잘 해줘서 결국 조연들 중에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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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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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아 보니 아사야스 감독이랑 이것저것 자주 함께하셨던 분이더군요. 그래서 막판에 그런 폼나는 연설씬을 받았던 것인가... ㅋㅋ)



 - 마지막으로... 아주 갬성 터지는 감독님의 개인적인 회고담이기도 하죠.

 이름은 그대로 못 쓰지만 1996년 버전 (허구의) 리메이크작의 주연 배우, 홍콩 대스타님 캐릭터가 나옵니다. 근데 그렇게 나와서 구구절절 늘어 놓는 이야기들이 다 실제로 올리비에 아사야스와 장만옥 사이의 이야기에요. ㅋㅋ 또 중간중간 메인 스토리와 별개로 극중의 감독님이 정신과 상담을 다니면서 자기 내면을 열심히 설명하는 장면들이 있구요. 2022년 버전으로 업데이트 된 '영화판'에 대한 감독의 생각들이 풍자적으로 아주 많이, 자주 제시되구요. '흡혈귀들'과 '이마 베프',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캣수트(ㅋㅋㅋ)에 대한 감독의 열광과 사랑이 아주 그냥 찐득찐득하게 드러납니다. 그러다 종극엔 감독 자신의 '영화에 대한 사랑' 얘기가 또 애절하게... 


 사실 좀 과하지 않나 싶은 부분들도 많았습니다. 자신의 변태적 취향을 열심히 정당화하는 (그것도 본인 말고 다른 캐릭터들의 입을 통해!) 부분들이라든가. 장만옥과의 흘러간 인연을 붙들고 꺼이꺼이 어흑흑하는 장면들이라든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장만옥 본인의 동의를 얻었을 것 같지 않아요.) 하지만 마지막에 이 모든 이야기들이 '모든 건 시네마를 위해!'라는 방향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가 버리니 뭔가 각잡고 투덜거리기도 애매해지더군요. 아주 영악한 감독님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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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로 장만옥은 아니지만 수상할 정도로 장만옥 스토리를 줄줄 읊는데 그게 다 뭔가 감독의 바람 같았달까요.)



 - 암튼 뭐...

 보고 나서 참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시리즈입니다. 1996년 버전을 보고 이어서 보면 그 이야깃 거리가 몇 배로 늘어나구요.

 그런 걸 하나하나 다 짚어가며 분석하고 따지고 하는 건 제 능력 밖이니 더 이상 뭐라 잘 알지도 못하는 얘길 더듬거리는 건 이만하도록 하겠습니다.

 결론은 1996년 버전과 비슷합니다. 일단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봐도 재밌는 시리즈에요. 유머 감각도 좋고, 헐리웃 스타와 영화판에 대한 가십성 소재들도 저같은 사람들 낚기 좋도록 참 풍성하면서 디테일하게 요소요소에 박혀서 재미를 주고요. 반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수많은 조연 캐릭터들도 참 잘 세팅되어서 재미난 사건 사고들을 내내 전해줍니다.

 그러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흡혈귀들' 홍보도 하고, 또 실력 있는 여배우의 단단한 캐릭터 연기에 더불어 우아한 춤과 캣수트 차림도 실컷 구경시켜 주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1996년 버전을 재밌게 본 사람들에게 그 재미를 몇 배로 확장시켜 주는 참 알찬 해설판이자 확장판이에요. 영화를 재밌게 보신 분들이라면 이 시리즈도 꼭 보시는 방향으로다가... ㅋㅋㅋ

 그래서 아주 잘 봤다는 얘깁니다. 많이들 보시고 이런저런 얘기 나눠 보면 재밌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평소보다 3배로 정신 없는 뻘글을 마무리 해 봅니다.




 + 저번 글을 적을 때 깜빡해서 이제사 하는 얘기지만 1996년판 막판에 보여지는 그 가짜 리메이크 영화의 감독 편집판 말입니다. 사실 전 그 장면에서 푸흡! 하고 웃었는데... 아사야스님하께선 그게 진심이었나 보죠. 이번 시리즈에도 그 장면이 살짝... ㅋㅋㅋㅋ



 ++ 근데 '제이드'라는 이름에 동양과 관련된 뭔 의미라도 있나요. 뭔가 오리엔탈리즘스런 컨텐츠들에 단골로 자주 보이는 이름이더라구요. 여기에서 '사실은 장만옥' 캐릭터의 이름이 또 제이드...



 +++ 아. 그러고보니 본문에서 깨끗하게 빼 버렸는데 유명 배우님 두 분이 좀 작은 비중과 아예 특별 출연으로 나오시죠. 톰 스터리지와 크리스틴 스튜어트요. 톰 스터리지는 '샌드맨'에서 본 비주얼과 너무 달라서 잠시 못 알아봤습니다. 원래 이렇게 순하고 성격 좋게 생긴 분이었군요. ㅋㅋㅋ



 ++++ 운동이든 춤이든 몸을 쓰는 뭔가를 제대로 배워두는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전 이미 늦었으니 그렇게 잘 배워둔 남들 모습 보면서 그냥 흡족해 하며 살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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