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3 13:31
내용이 그닥 중요하지 않은 스타일의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주 약간의 스포가 있습니다.
<코코>는 화려한 그래픽이나 전통적인 가족상을 숭배하는 만큼 단점도 깊은 작품이라고 봅니다.
아니, 많은 면에서 아주 몹쓸 꼴보수 애니메이션이란 생각이 점점 강해지네요.
저는 생물학적 남성이고, 딱히 대단한 페미니즘 실천을 하고 있지도 않지만
그래도 영화속 모든 후손 가족들은 남성인 @@캐릭터의 인생에 그냥 복속된 존재같아요.
왜 후대의 사람들이 선대 할아버지의 무언가를 위해서
생을 감내하고, 희생하며 살아야 하고 마지막 (심지어 죽은 뒤!!)에나 가서야
그게 사랑이었노라! 아이고 이양반아 그럼 미리 말좀 하지!! ㅠㅠ 이런
쌍팔년도 위아더 월드, 위아더 패밀리로 봉합되어야 합니까.
그 캐릭터가 부러 그런 게 아니었다 해도요.
주인공인 미겔의 인생과 음악에 대한 꿈도 말할것도 없고요.
근데 사실 미겔의 캐릭터 묘사 자체가 별다른 깊이가 없어서
- 미겔이 왜 음악을 그렇게 사랑하고, 꼭 음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묘사가 너무 약합니다 -
더 얄팍해지는 듯도 싶고요.
저 개인적으로는,
할머니가 가족 모두를 위해서라며 미겔의 기타를 두동강 내버리는 장면에서
아주 기분이 나빴습니다. 예체능계인 저는 어릴 적
엄마가 제 콜렉션인 만화책, 프라모델, 장난감, 책 등을
자기가 꼴보기 싫다는 이유로, 혹은 더 좋은 성적을 위해서라며 내동댕이 치거나
학교 갔다 온 사이에 싸그리 쓰레기차에 실어버린 기억이 몇 번이나 있거든요.
아마 저같은 경험 가진 분들 많을 겁니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부모에 대한 증오와 불신이 되는지도 아실 거고요.
시간이 지나서 어른들과 부모의 삶을 더 이해하게 되었다고 해서,
그때 그런 행동들이 옳다거나 용서받아야 한다곤 전혀 생각치 않습니다.
당시 그들이 철없는 어른, 부모였다고 해도 그게 아이들에 대한
난폭한 행동에 면죄부를 줄 순 없다고 생각해요.
<코코>는 보편타당한 듯 보이는 감동 퍼레이드 속에
위험한 전제를 은근슬쩍 깔아두고 관객을 현혹하는 작품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비슷한 시기 디즈니에서 개봉된 <더 라스트 제다이>와
흥미로운 대조를 이루기도 하고요.
2018.01.23 13:39
2018.01.23 13:49
저도 월이나 업 같은 작품 참 좋아하는데... 이번 코코는 거의 한국 80년대 일일드라마 감수성입니다. 특정 캐릭터를 위해 모든 후손들이 인생을 저당잡혀요. ;
2018.01.23 14:40
2018.01.23 15:20
2018.01.23 17:00
제가 심드렁하게 봐서 그런가 했는데.. 그냥 미겔이 음악을 왜 그렇게까지 좋아하는지 딱히 딥하게 묘사된 건 없었죠..? 동력이 너무 약하더라구요.
2018.01.23 17:15
2018.01.23 18:50
그냥 미국인들이 느끼는 라틴 문화나 멕시코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특징들을 잡아서 만든 것 같던데요(배경은 분명 멕시코인데 영어를 기본으로 하고 일부 표현을 스페인어 섞어 쓰는 것만 봐도 멕시코가 아닌 미국의 라틴계 취급 느낌).
2018.01.24 07:17
2018.01.24 19:07
보고 와서 이제야 코코 관련 글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심정은 '미리 글들을 다 읽었으면, 어쩌면 안 봤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정도로군요... :)
2018.01.24 2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