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외로움과 비용)

2020.04.13 03:13

안유미 조회 수:450


  1.사람들은 '뭐? 결혼을 아직 안했다고? 잘했어잘했어! 앞으로도 절대 하지 마!'라고 말하거나 '뭐? 결혼을 아직 안했다고? 나이 들면 어쩌려고 그래?'라고 말하곤 해요. 자신의 인생을 모델삼아 남에게 조언을 해주려는 거죠. 나쁘게 보면 훈장질이겠지만...뭐 어쨌든요.


 어쨌든 외로움이라는 주제는 늘 화제가 돼요. 지나가는 사람이나 유튜버나 '인간은 혼자여야 하는가 함께여야 하는가'에 대한 훈장질을 하려고 하니까요. 한데 그들이 하는 말은 자신의 인생을 기준으로 한 거라서, 별로 참고가 안 돼요.



 2.하여간 글쎄요. 그런 조언은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가능한 거니까요. 반드시 동거인이 필요한 사람이 있고, 혼자만의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 사람도 있으니까요. 어쨌든 누군가와 같이 산다...라는 건 역시 내게는 안 맞는 것 같아요. 



 3.내가 생각하기엔 외로움도 배고픔이나 졸림과 비슷하거든요. 일종의 욕구인거죠. 허기가 지면 식사를 하고 졸리면 잠을 자면 돼요. 외로워지면 사람을 보면 되고요. 


 한데 피자를 먹고 싶다고 해서 피자를 100판 시키거나, 졸립다고 해서 잠을 80시간씩 자지는 않잖아요? 피자는 많아봐야 두판 먹으면 질리고 잠은 아무리 졸려도 10시간 가량 자면 일어나고 싶어지니까요. 


 혼자 있는 건 그야 싫지만, 내 경우에 그게 싫다고 해서 누군가와 함께 사는 건 피자를 100판 시키거나 80시간동안 잠을 자는 거랑 비슷해요. 너무 과한거죠. 그냥 필요한 만큼만 만나고 다시 돌아와서 혼자 있는 게 편한 거죠.



 4.휴.



 5.한데 내 생각에 사람들이 외로움을 별개의 욕구로 여기는 건 아마 이런 이유 아닐까 싶어요. 식사나 잠이란 건 거의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거든요. 나가서 근처에 있는 맛집에 가서 식사를 주문하면 늦어도 20분이면 식사가 나오죠. 배달을 시키면 2~30분 안엔 배달이 오고요. 잠은 그냥 침상에 누워버리던가, 밖이라면 차 안에서라도 잘 수 있고요. 


 한데 외로움이란 건 식사나 잠과 다른 부분이 있죠. 식사는 원하는 메뉴가 순식간에 대령되는 접근성이 있지만 외로움은 아니니까요. 외로움이 발생해서 해결하려 하면 그에 맞는 사람(메뉴)도 있어야 하고 그 사람을 즉시 만날 수 있어야 하거든요. 만나고 싶은 사람을 즉시 대령시키는 건 꽤나 어렵고요. 그 사람이 나를 위해 스탠바이되어 있지 않은 이상은요.


 게다가 상대가 사회생활하는 사람이라면 저녁이나 주말 정도밖에 볼 수 없으니까요. 정신적인 허기는 식사나 잠처럼 '원하는 메뉴가 즉시 대령되는'상황을 만들어놓기가 힘들어요.



 6.평소대로의 패턴이라면 이쯤에서 '그러니까 돈 주고 만나는 여자가 최고야.'라고 말하겠지만...뭐 그건 아니고요. 비용도 문제니까요. 식사같은 건 아주 좋은 식사가 아닌 이상은, 10000~20000원 정도로 해결할 수 있어요. 한데 돈 주고 보는 종류의 여자라도, '돈만 주면 낮에도 즉시 나와주는' 지경까지 친해지기 위해선 그 단계까지 가기 위해 돈을 많이 뿌려야 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은 '즉각적으로' 불러낼 수는 없어요. 그들에겐 직업이 있고 생활이 있으니까요. 그들과 만나려면 시간 약속이란 걸 해야 하죠. 어쨌든 외로움이라는 욕구는 그래서 해결이 힘든 거예요.


 식사의 경우는 '이봐 피자야, 우리 좀 만나자.'라고 하면 피자가 '어디 보자...다음 주 주말쯤엔 시간이 날 것 같은데 그때 볼까'라고 하지는 않거든요. 배달만 시키면 금방 뛰어오니까요. 하지만 외로움의 경우는 돈을 주고 보는 여자가 아니고선, 바로바로 해결이 힘든 거예요. 식사나 수면처럼 접근성이나 비용이 싸지가 않아요.



 7.게다가 식욕이나 수면욕의 경우는 확실한 텀이 있거든요. 대충 언제 배고파질지 언제 졸릴지 미리 알기 떄문에 대비가 가능해요. 하지만 외로움이란 건 어제 여자를 보고 왔는데 또 외로워질 수도 있고, 일주일 내내 여자를 보지 않았는데도 별생각 없을 때도 있고...뭐 그러니까요. 어쨌든 외로움도 식욕이나 수면욕 같은 욕구인 건 맞지만 발생하는 간격이 랜덤이고, 돈으로 해결하려면 돈이 꽤나 든다는 점이 힘든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정성으로 해결하려면? 그건 힘들지는 않은 대신 귀찮은 거고요. 



 8.어쨌든 외로움의 욕구를 해소하지 않으면, 인간은 말라 비틀어지기 때문에 해소해야 해요. 식사를 안 하면 굶어죽고 잠을 안 자면 신경쇠약에 걸리는 것처럼요. 또 그렇다고 해서 괜히 결혼을 하거나 동거를 하는 것도 곤란하단 말이죠. 그건 위에 썼듯, 배고프다고 해서 피자를 100판 먹으려는 것과 같은 거니까요. 지나치게 사람과 부대껴버려도 역시 말라 비틀어지게 되거든요. 나 같은 사람은요.


 피자가 아무리 좋아도 두판을 앉은 자리에서 먹으면 피자라는 것 자체에 짜증이 나는 것처럼요. 인간도 그래요. 지나치게 시간을 많이 보내버리면 그 사람이 좋게 느껴지는 유효기간을 지나버리게 되는 거죠. 


 하여간 어려운 문제예요. 인간과의 만남. 외로움의 해소는 돈으로 해결하기엔 너무 비싸고 정성으로 해결하기엔 너무 귀찮은 것이예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0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5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64
123396 (기사) 거래도 안되는데 금리인상까지…아파트 한채가 짐 될 줄이야 [14] chobo 2010.07.12 2667
123395 SBS는 그러니까 '3류 콤플렉스' 때문에 월드컵독점 무리수를 둔거로군요. [8] soboo 2010.07.12 3476
123394 벌레와 비둘기에 시달린 나날 - 1부, 날벌레 편 [2] 남자간호사 2010.07.12 2465
123393 여러분이라면 어쩌실는지... 여친 이야기. [10] 익명78 2010.07.12 3574
123392 [듀나in] 미국은행에서 동전 잘 교환해주나요? [5] 주근깨 2010.07.12 5672
123391 울산 기독교계, KTX 울산역 '통도사' 폐기 총력투쟁 [14] fan 2010.07.12 3217
123390 자~ 이번엔 신인그룹 '남녀공학'의 무대입니다. 박수주세요. [3] 달빛처럼 2010.07.12 2972
123389 [사진] 진이인이와 함께 다녀온 암사동 '동신떡갈비' [12] gilsunza 2010.07.12 4066
123388 나르샤, 삐리빠빠 솔로 무대 및 뒷 이야기 [10] mezq 2010.07.12 3619
123387 [듀나in] 한영사전 어떤 게 좋은가요? [1] Trevor 2010.07.12 2081
123386 [완전바낭성 듀나인] 제니피끄 써보신 분 있나요? [5] breathless 2010.07.12 2500
123385 사진) 월드컵 우승 에스파냐 풍경(스압) [13] 프레리독 2010.07.12 4964
123384 오늘 저녁, 뭐 드실건가요? (바낭) [29] 쇠부엉이 2010.07.12 3136
123383 오래전에 프랑켄슈타인 미니시리즈가 방송된 적이 있었어요. [4] 발없는말 2010.07.12 2234
123382 [구인] 일단 내용 폭파 [2] iammilktea 2010.07.12 2291
123381 동조할 수 없는 노래가사 [16] Ylice 2010.07.12 3753
123380 [듀9] 자전거타다 험하게 넘어졌어요 병원 내일가도 될까요 [10] Feline 2010.07.12 2435
123379 자취인의 식사 [10] Laundromat 2010.07.12 3882
123378 오늘 있었던 일... Apfel 2010.07.12 1748
123377 맥도날드 게임 2010.07.12 362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