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영화였죠. 런닝타임은 무려 2시간 30분!!! 이라는데 이건 확장판 얘긴 것 같고 웨이브 버전은 2시간 19분입니다. 스포일러는 안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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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진지한 불만은 아니지만 키 호이 콴 아저씨 너무 젊고 잘 생기게 그려 놓은 것 아닙니까. ㅋㅋㅋ)



 - 양자경 아줌마(작년에 환갑이었지만 이제 제가 늙었으니!)의 오전 일상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엄청나게 정신이 없어요. 속없이 착하기만 해서 답답한 남편, 가뜩이나 제 멋대로인 데다가 동성 애인을 데리고 나타나서 더 속상한 딸래미, 그냥 모든 게 짜증나고 부담스러운 자기 아빠. 이렇게 짐덩이 셋을 업고서 아침 세탁소 운영을 하면서 저녁에 할 파티 준비도 하고, 결정적으로 사업의 명운이 걸린 세무 조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앞서 말 했듯이 나머지 가족 셋이 모두 다 1도 보탬이 안 되기 때문에 (정확히는 양자경이 그렇게 판단하기 때문에) 이 모든 걸 다 하루 안에 나 혼자만의 힘으로 해내야!! 하는데 오늘따라 손님도 엄청 붐비네요.


 암튼 그 과정에서 우악스런 양자경의 일 진행으로 아빠, 남편, 딸래미 마음에 차례로 한 방씩 큰 기스를 내고 도착한 세무소에서 갑자기 남편이 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상한 핸즈프리를 귀에 꽂아주고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막 하는데, 어쨌든 제발 해보라고 난리를 치니 시키는대로 조금 했더니 뭔가 초현실적인 일이 막 벌어지는 거죠. 내가 순간 이동을 했나? 싶은데 내가 동시에 두 곳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세무소 직원이 무지막지 살벌한 빌런 같은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 남편은 세무소 경비원들을 쿵후 영화 스타 같은 화려한 초식으로 막 때려 눕히고... 대략 정신이 아득해지는 가운데 남편이 결정적으로 괴상한 소릴 하겠죠. 우리가 사는 우주는 다중 우주란다. 거기에 '조부 투파키'라는 무시무시한 빌런이 있고 이 빌런이 우주를 파괴하고 다니는데 그 와중에 유일한 희망은 바로 당신!!! 어쩔!!!!! 난 이 세무조사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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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이런저런 이야기 많이 하는 영화지만 결론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B급 갬성 폭발하는 & 중국인들 이야기가 미국에서 그렇게 널리 호응 받을 수 있었던 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는지.)



 - 처음 정보 접하자마자 이건 본다! 볼 거다!! 그래 놓고 극장도 안 갔고. ㅋㅋㅋ 그래서 OTT를 기다리던 와중에 웨이브가 낼름 집어가서 볼 날이 더 멀어진 상황이었는데 상냥한 지인께서 웨이브 1개월 공유를 하사하셔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냉큼 봤습니다. 그 분께서 이 글은 안 읽으시겠지만 아무튼 감사합니다. 아리가또. 땡큐!!!

 근데 그래놓고 신나서 그동안 업데이트 된 웨이브 컨텐츠들을 살펴보니... 음? 제가 이거 쓰다 중지한지 대략 1년이 되었는데 시리즈 쪽으론 눈에 띄게 늘어난 게 없네요. 정확히 말하자면 중국, 한국 컨텐츠들은 엄청 늘어났는데 미국쪽, 특히 HBO 쪽이 그냥 그렇습니다. 뭐 전 한 달만 쓸 거니까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하긴 한데, 웨이브 더 열심히 일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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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요즘 보면 미국 최고의 영화 제작사 아닙니까? 적어도 제게는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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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채롭다 못해 험한 메이크업과 스타일을 장면마다 바꿔가며 소화하느라 고생하신 분. ㅋㅋㅋㅋㅋ)



 - 어쨌든 영화는... 다중 우주를 소재 다루는 영화답게 이야기에 뭐가 겹겹이 참 많이도 쌓이고 덮여 있다 싶더군요.

 그러니까 기본적으로는 이미 수천 번도 넘게 반복됐을 '중장년의 위기를 맞은 주인공이 자신에게 찾아온 신비로운 기회 덕에 자기 인생도 구하고 주변 사람들도 챙기고 세상도 구하면서 성숙해지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근데 요즘 시국에 맞게 주인공은 여성이고. 요즘 시국에 더더욱 어울리게 그 여성이 동양인이고.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미국에 적응해서 잘 사는 동양인 한 명' 이야기가 아니라 아예 중국계 가족을, 그것도 자기네 전통과 가치관을 고수하며 사는 사람들을 내세우고. 거기에다가 줄거리상 꽤 중요한 이슈로 동성애를 집어 넣고... 결정적으로 이 모든 걸 끌고 나가는 동력이 '멀티버스'란 말이죠. 트렌디 중의 트렌디랄까. 일단 기획이 되게 잘 됐구나 싶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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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그 때 당신만 안 만났어도!!! 가 너무 설득력 있어서 어떻게 수습하려나 궁금했는데. 갑분화양연화. ㅋㅋㅋ 하지만 전 라따구리가 더 좋았습니다.)



 -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는 코미디입니다. 그것도 좀 짓궂은 류의 코미디이고 대놓고 19금 개그, 화장실 유머도 계속 나오죠. 처음엔 '아니 이런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이야? ㅋㅋㅋ' 라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보고 나니 이 코미디도 되게 계산이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야기와 주제상 뒤로 갈 수록 진지하고 건전한 드라마가 되고, 클라이막스까지 가면 정말 건전함의 절정을 찍으며 대놓고 도덕책스런 교훈을 던져대는데, 그 와중에 천연덕스럽게 19금 개그들이 끼어드니 그런 '건전함'에 대한 부담이 확 줄어들어서 되게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물론 저처럼 삐딱한 관객들에게나 적용될 얘기겠습니다만, 전 그게 참 맘에 들더라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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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것이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을 석권한 영화의 한 장면이란 말입니다. 하하하하하.)



 - 시작부터 끝까지 내내 과잉으로 달리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도입부의 그 정신 사나운 에너지가 정말 문자 그대로 '끝까지' 이어져요. 계속해서 쉬지 않고 상황이 변하고 국면이 전환되고 진지한 드라마가 펼쳐지면서 조금의 여백이라도 생길 것 같으면 그 자리는 코믹하게 과장된 액션과 개그들이 들어와 채워 버립니다. 관객 성향에 따라선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이야기가 빈틈 없이 시간 낭비 없이 신나게 달리는 가운데 액션도 볼만하고 개그들 타율도 높아서 전 그냥 '와 감독님 정말 대단해요!' 라고 생각하며 봤네요. 시나리오의 밀도가 정말 엄청나게 높은데, 이 양반들 일생에 이만큼 꽉 찬 이야기를 한 번 더 만들 수 있을까? 이게 일생 커리어 하이 아닐까? 라는 쓸 데 없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아카데미가 이런 영화에 작품상을 줬다고?'라는 생각도.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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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한 번, 아카데미 작품상에 빛나는... ㅋㅋㅋㅋㅋㅋㅋ)



 - 런닝타임이 2시간 20분이나 되는데, 그 중에 또 클라이막스만 거의 30분을 차지합니다. 사실 어떤 영화든 클라이막스가 이렇게 길어지면 보다가 질리기 마련이고 이 영화도 살짝 그런 위기가 (제게는) 찾아오기도 했습니다만. 그러다 진짜로 모든 게 절정에 달하는 그 순간에는 그냥 감탄만 나오더군요. 장면 연출, 배우들의 연기와 편집, 음악까지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관객의 감정을 고양시키고, 내용상으로는 제목 그대로 '에브리씽'과 '에브리웨어'가 '올 앳 원스'로 집중되며 장엄한 마무리를 맞는데. 스필버그를 비롯한 쟁쟁한 선배들이 이 영화에 찬사를 보낸 게 이해가 되더라구요. '영화적 경험'이란 건 이런 거구나.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 장면을 즐겼습니다. 다른 분들처럼 막 눈물이 나거나 그럴 정도로 감동하진 않았는데요. ㅋㅋㅋ 정말로 감탄했어요. 이거시 '씨네마'인 것입니다!!! 이런 느낌. 확인해보니 이 영화가 편집상도 받았군요. 작품상은 좀 의아할 수 있어도 편집상은 인정합니다. (니가 뭔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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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우주는 이 우주였습니다. 정말 감독 하고픈 거 다 해버리는구나... 싶어서요. 귀엽기도 했고!)



 - 양자경은 정말 완벽한 캐스팅이었죠. 에블린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걸 다 이미 갖추고 있던 배우잖아요. 그리고 또 그렇게 본인에게 요구되는 걸 다 잘 해냈구요. 감독이 원래 각본 쓸 땐 성룡을 주인공으로 생각하며 쓰다가 나중에 바꿨다던데 정말 천만다행이었다고 생각했구요. ㅋㅋ 근데 개인적으로 신비로웠던 건 키호이콴이었습니다. 찾아보니 2001년 이후로 연기를 포기했다가 2021년에 넷플릭스 영화 하나에 조연으로 나오고 그 다음 출연작이 이거던데, 왜 잘 하죠? ㅋㅋㅋㅋ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고 감동적이었던 장면은 이 분의 그 장면(?)이었어요. 이야기가 여성 서사로 흘러가다 보니 남편은 그냥 '속 없이 착하고 좀 모자란 남자'로 끝날 줄 알고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런 장면이 튀어나오니 의외이기도 하면서, 감독님 참 따뜻고 건전한 방향으로 속 깊은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ㅋㅋㅋ 근데 그렇지 않습니까. 영화 끝날 때 보면 정말로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빠짐 없이 다 챙겨줘요. 이토록 선량한 영화가 또 뭐가 있었나 싶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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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의 현재를 보면 정말 현실만큼 드라마틱한 픽션이 없다 싶구요.)



 - 영화가 뭐가 진짜 꽉꽉 차 있어서 한 번 보고 더 이야기하기도 좀 찜찜해서 이만 마무리합니다. ㅋㅋ

 개인적으론 취향에 따라 호불호를 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런닝타임의 거의 대부분을 '과잉'으로 채우는 데다가 그 내용물들 중에 사람들 취향 탈만한 게 많아서요. 또 이게 어떻게 보면 되에게 유치한 장면들 투성이거든요. 일렁이는 쌍 딜도를 잊을 수 없 솔직히 저도 한 30분 볼 때까진 '재밌긴 한데 뭔가 좀...?' 이란 느낌이었어요.

 젊은 감독이 무슨 일생의 명작 하나 만들어 내고야 말겠다는 듯한 의지를 정말 꽉꽉 눌러 담아 만든 것 같은 밀도 높은 각본으로 2시간 20분을 달리다 '불태웠어, 하얗게...' 라는 느낌으로 끝나는 영화인데요. 이야기 자체도 재밌지만 만든 사람들의 그 열정이 느껴진다는 기분이 들어서 더 즐겁게 봤습니다.

 아카데미에서 너무 과하게 상을 받은 거 아니냐, 뭐 이런 얘기도 있고 그런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만. 뭐 그런 거 떠나서 그냥 재밌게 잘 만든, 심지어 훈훈하고 감동적인 '좋은 영화'였어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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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모두 축하드리구요!!!!! ...근데 양자경 혼자 타이밍이 안 맞았군요 이 사진.)




 + 딱 두 장면 정도만 어찌저찌하면 학생들 보여줘도 좋겠다... 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건전한 영화였는데요. 확인해보니 이거 등급이 18세가 아니라 15세 관람가네요? 허허. 이걸 애들이 봐도 괜찮다고??



 ++ '양자경의 모든 날 모든 순간'이라는 제목의 확장판이 있어서 흠칫 했는데. 검색해보니 본편 내용이 늘어난 게 아니라 부가 영상을 덧붙여서 상영했던가 보죠. 마음 놓았습니다. ㅋ



 +++ 그래서 이제 '스위스 아미 맨'을 보고 싶어졌는데요. 검색해보니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도 나오네요! 스토리상 비중은 없어 보이지만요. 근데... 아직 다 유료네요. OTT들 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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