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상의 별점 평가와 순위.

2018.04.10 03:58

S.S.S. 조회 수:1470

외국 여행을 다니다보면 호텔, 식당 등을 찾을 때 딱히 정한 곳이 없다면 검색 사이트나 어플리케이션에 의존하게 됩니다.

현재 미국에서 거주하다보니 구글, 옐프, 트립어드바이저 등등을 참고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그런데 (당연하지만) 그냥 순위가 높거나 점수가 높다고 내가 100% 만족할 수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요새는 조금 더 노력을 하게 됩니다.


1. 아시안 레스토랑의 미국사람의 평가와 한국사람의 평가

태국, 베트남, 일본 음식점에 대한 평가라면 이건 동양인이 많이 가는 곳인지, 동양사람들이 점수를 후하게 준 것인지를 찾아야 합니다.

서양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authentic하다고 써놔도 한국 분들이 '그 집 별로에요'라고 써 놓은 곳은 실제로 그저 그랬습니다.

아시안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고 저랑 비슷한 식생활을 오래 했던 '소수' 아시아 사람들의 평가를 더 믿어야 합니다. ㅎㅎ

넷플릭스 '어글리 딜리셔스'에서도 어느 코미디언이 말을 하더군요. '그 식당에 아시아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는지가 중요하다'. 

정말인 것 같습니다.


2. 평가 점수

음식점이고 숙박이고 제가 느낀 건 '대체로' 미국 사람들은 별점이 후한 반면 한국 사람들은 짠 편입니다.

미국 평가 중에는 대충 어지간하면 완벽했다, 너무 좋았다, 환상적이다 등등의 표현으로 만점을 주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가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한국분들은 꽤 세세하게 평가하거나 조금 맘에 안들어도 점수를 많이 깎는 경향이...

이건 그냥 제 주관적인 생각이에요.


3. 평가하는 내용

가령, 식당을 예로 들자면 똑같은 식당에서 똑같은 메뉴를 시켜 먹어도 평가가 다를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어글리 딜리셔스'를 너무 감동적으로 보고 데이빗 장이 열었던 '모모푸쿠 쌈'에 갔었죠. 바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는데 제 건너건너 옆자리 분과 같은 음식이 나왔습니다.

저는 거의 30분 기다린 것에 지쳤고, 음식이 소문만큼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는 아닌 쏘쏘한 정도라서 그냥 아무 감정없이 먹고 있었죠.

하지만 그 분은 좀 달랐어요. 우선 음식나오기 전까지 바텐더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면서 웃음을 터트린 중이었고, 매우 즐거운 상태였어요.

고기를 칼로 썰면서 웨이터에게 끊임없이 '음식이 너무 좋다' '환상적이다' '맘에 든다'를 연발했습니다. 

우리가 식당에 대한 점수를 매길 때 음식만 가지고 평가하기 보단 화장실 이용, 웨이터의 응대 등도 함께 고려하면서 판단하기 때문에 비록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개인적인 입맛 외에 평가가 달라질 여지가 많은 것 같습니다.

만약 반대로 한국 식당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신나게 떠든 전 점수를 높게 주고 그 미국인은 기다리는 동안 핸드폰이나 들여다 보다가 화가 났겠죠.


엊그제 이 동네에서 가장 별점이 높은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깎았습니다. 한인 미장원들이 비싸고 결과물이 별로라서요.

이 이발소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거의 다 만점 가까운 점수를 줬기에 절대 실패할 리가 없을 거라 생각하고 두시간이나 기다린 끝에 머리를 잘랐어요.

헌데....완전 망했습니다. 블루 클럽에서 깎은 것보다 더 후지고 못생긴 스타일이 나왔어요.

평가자 중 아시안이 없었다는 점을 무시한 제가 잘못이었죠. 그 분은 아시안 헤어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음이 분명해요.

그런데 왜 평가가 좋을까....

일단 아저씨가 굉장히 친근하고 말이 많습니다. 처음 저를 보고 웃었을 땐 솔직히 저도 심쿵했어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끊임없이 대기손님들과(대부분 흑인, 라티노) F words로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멍해질 정도. 다들 Bro란 단어로 인간관계가 정리되는 사이들.

사실 별로 깎을 머리도 없어 보이는 그분들은 수염을 다듬거나 머리에 무늬를 넣거나 거의 민머리처럼 밀거나....

그리고 다른 집보다 가격이 거의 반값입니다. 저런 분들에게 이런 곳이라면 평가가 좋을 수 밖에 없겠다.....물론 저는 아닙니다만.



4. 서비스에 대한 기대

어느 맛집 베트남 음식점이 있는데, 여긴 동양사람들 점수가 높은 반면, 서양인들의 점수는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맛있다는 데는 모두 동의했어요.

서양인들이 단점으로 말한 건 웨이터들의 응대였는데, 저에겐 이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건 그냥 보통 한국이나 아시아 웨이터들의 모습이었거든요.

메뉴판 던져 주고 음식 시키면 가져다주고 필요한 거 말하면 말없이 내려다 놓고. 이게 딱히 불친절하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하지만 서양인들이 기대하는 정중하고 친근하고 음식 선택에 도움을 주는, 팁을 음식값의 20%나 떼줘야 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죠.

역시 '어글리 딜리셔스'에도 이에 관한 내용이 나옵니다. 친절하진 않지만 대단히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아시안식 서비스가 과연 나쁘냐는 거죠.

아뇨. 나쁘긴요. ㅎㅎㅎ


5. 이중적 평가 잣대

역시 '어글리 딜리셔스'에 나오는 내용 중, 이탈리안 라비올리는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고상하게 표현되는 게 허락되지만 왜 비슷한 음식인 만두는 그럴 수 없는지,

과연 최고의 음식은 하얀 테이블보가 깔려 있고 정중한 제복입은 웨이터가 서빙하는 그런 음식점에서만 나오는 건지.

선택의 기준이 '음식' 그 자체만이라면 여러가지 함정을 피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단순히 순위나 점수만 믿으면 안되고 어떤 사람이 어떤 내용으로 평가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자신의 평가는 완전 다를 수 있다는 점. 꼭 점수가 높은 곳에 목매달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어글리 딜리셔스' 넘 재밌게 봤다는 점도 함께 말씀드리...쿨럭!

데이빗 장..한 성격 하시는 분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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