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5년작이네요. 런닝타임은 1시간 56분. 스포일러... 있습니다. 다들 보셨겠고, 또 어차피 결말 뻔한 영화이기도 하고. 아무렇게나 막 적을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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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터도 그 시절 카페 인기 아이템 중 하나였던 걸로 기억해요. 카페라는 공간과 그리 어울리는 것 같진 않지만 뭐 일단 간지나니까!)



 - 프랑스 항공모함 위에서 급격한 세계 군사 위기를 전하는 리포터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뭐가 복잡한데 암튼 포인트는 소련의 어떤 미친 놈이 반란을 일으켜서 핵무기 기지를 점령했다는 겁니다. 아직 비번을 몰라서 발사는 못한다는데 자칫하면 세계 대전의 서막이 올라갈 상황이죠. 그래서 미국은 USS 알라바마호를 급파하는데, 혹시라도 상황이 절망적으로 돌아가면 선공으로 핵전쟁을 막아보겠다(?)는 뭐 그런 상황이에요.


 그리고 어쩌다 그 잠수함에 부함장으로 탑승하게된 우리 뽀송뽀송 워싱턴씨가 함장 해크먼 할아버지랑 호흡을 맞추게 되는데... 시작부터 뭔가 잘 안 맞죠. 함장님은 자꾸 존중해주는 척 하면서 살살 약올리고 시비를 걸구요. 그걸 또 하나도 지지 않고 궁서체로 진지하게 받아주는 워싱턴씨... 사이엔 점점 갈등이 쌓이는데 그 때 '얼른 가서 핵 날려!'라는 무전이 들어오구요. 다 함께 비장미 뿜뿜하며 목표 지점에 도착해서 발사 준비를 하려는데, 갑자기 또 긴급 비밀 무전이 들어오지만 적 잠수함과의 충돌로 인해 중간에 끊겨 버립니다. 그래서 남은 걸 읽어 보니 '핵미사일 발사...' 에서 절묘하게 끊겼어요. ㅋㅋㅋ 


 그래서 이제 '확실하게 받은 마지막 지시대로 간다!!!'는 꼰대 할배랑 '아니 님하 쏠 땐 쏘더라도 확실하게 확인 좀요??'라는 Young한 신세대 간에 불꽃튀는 갈등이 벌어지고. 뭐 그런 이야깁니다. 근데 어차피 다들 아실 텐데 뭘 이렇게 길게 설명을 했을까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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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와서 다시 보니 덴젤 워싱턴의 이 캐릭터는 정말로 'Young한데? 완전 MZ인데요?'의 표본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내년이면 칠순... ㅠㅜ)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잠수함 영화는 '붉은 10월'입니다. 어릴 때 아무 생각 없이 혼자 극장 가서 봤다가 너무 재밌어서 세 번은 봤고 이후로 비디오 테이프로 또 보고 케이블 같은 데서 해 줄 때 또 보고 뭐뭐 암튼 최소 두 자릿 수 이상으로 봤어요. OST도 정말 좋아하구요. 제 기억엔 분명히 DVD도 구입했었는데 대체 어디 처박혀 있는지 모르겠는데, 최근에 갑자기 또 땡겨서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홧김에(?) 이걸 대신 봤네요. ㅋㅋ

 물론 이 '크림슨 타이드'도 예전에 봤죠. 봤는데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어요. '붉은 10월'보다 덜 재밌기도 했고, 아마도 이게 '붉은 10월'보다 더 유명하고 인기 있는 게 짜증나서 일부러 안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러고 보면 '붉은 10월'은 대접이 좀 애매한 영화 같기도 하네요. 작품 평가에선 '특전 유보트'에 밀리고, 인지도에서는 '크림슨 타이드'에 밀리고...; 아. 근데 여기선 이게 중요한 게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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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에 맞서는 라떼 할아범 진 해크먼. 꽉 막히고 갑갑하고 예의 없는 할배 세대의 전형 같지만 어쨌든 유능하고 카리스마도 쩐다는 거.)



 - 일단 토니 스코트답게 '간지나는 금속제 탈 것을 타고 치고 받는 남자들' 이야기죠. 이런 것 말고도 다양하게 했던 양반이지만 아무래도 '탑건'과 이 영화의 이미지가 워낙 강력하니까요. 그리고 그런 양반답게 역시 잠수함을 참 간지나게 보여줍니다. 외부도 그렇지만 그냥 복잡하고 좁아 터진 실내의 모습들도 이상하게 폼이 나더라구요. 수시로 카메라를 기울이고, 정적인 장면에서도 쉴 새 없이 시점은 이동을 하고 있고... 내용만 봐선 아닐 것 같은데 촬영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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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 이런 느낌으로다가, 좀 긴장감 도는 장면이면 구도가 수시로 기울어집니다. ㅋㅋ)



 - 하지만 역시 뭐, 이미 다들 알고 계시다시피 이 영화의 핵심은 배우들입니다. 밖에선 세계 대전, 핵 멸망 위기 시나리오라는 엄청난 규모의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지만 영화는 좁아 터진 잠수함 실내에 머물고, 그 중에서도 진 해크먼과 덴젤 워싱턴의 기싸움과 말싸움에 집중을 하죠. 

 성질 더러운 아저씨 역할로 당시 탑티어의 포스를 뽐내던 진 해크먼이든 지적인 바른 생활 젊은이 특화 캐릭터였던 블링블링 덴젤 워싱턴이든 각자 캐릭터에 맞춤처럼 딱 맞아 떨어지고 각자 되게 잘 해요. 정말 그냥 이 둘이서 이 악물고 버럭거리는 것만 보고 있어도 재밌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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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좀 상식대로 하자구요 이 꼰대님아!! 라는 덴젤 워싱턴의 이글 아이가 인상적입니다.)



 - 각본은 뭐랄까. 사실 좀 허점이 많은 편인데 그래서 똑같은 평가를 두 가지 버전으로 할 수 있습니다. 매끈하게 잘 뽑은 각본인데 논리적 허점은 많이 눈에 띈다, 라고 할 수도 있구요. 논리적으로 허점 투성이인 무리수 스토리에 양념을 잘 치고 위장해서 관객들이 그 허점에 신경 안 쓰고 몰입하게 만든다. 라고 할 수도 있구요. 결론적으론 칭찬입니다만.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되는 구석도 많고, 캐릭터 일관성에도 좀 문제가 있어 보이구요 (특히 진 해크먼 캐릭터는 사실 좀 아리송합니다 ㅋㅋ) U.S.S. 알라바마호의 팔자도 좀 널뛰기가 심합니다. 자꾸만 귀신 같은 타이밍으로 무전을 확인 못 할 상황으로만 내몰리다가 마지막엔 또 정 반대로 운이 따라주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런 인위적인 전개가 계속되는 내, 외부의 충돌들로 적절하게 뒷받침을 받으며 자연스러운 척, 개연성 있는 척을 해낸단 말이죠. 그러는 와중에 긴장감과 몰입도도 잠시도 떨어뜨리지 않으니 훌륭하다고 밖엔 할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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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반부에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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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설 장면을 위해 진 해크먼 캐릭터의 간지를 확실히 살려준 것도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구요.)



 - 또 한 가지 이 영화의 각본이 참 좋다고 느꼈던 부분은, 극중에서 대립하는 두 세력이 서로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니까 각자의 가치관과 상황 판단이 충돌하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서로를 위협하고 제압하려들긴 합니다만, 절대로 죽이려 들지는 않아요. 양대 세력은 이야기 속에서 사이 좋게 한 번씩 갇히는데, 걍 데리고 가서 방에다 얌전히 넣어둘 뿐 필요 이상의 폭력도 행사하지 않고 심지어 그 흔한 포박 정도도 하지 않죠. 이게 확 드러나는 게 클라이막스에 짧게 지나가는 장면인데, 진 해크먼 캐릭터가 '야 이 자슥아~' 하고 척척 걸어가는 걸 덴젤 워싱턴 쪽 부하가 '멈추지 않으면 쏘겠습니다!' 라며 제지하지만 진 해크먼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지나가고 그 부하도 결국 쏘지 않아요. ㅋㅋ 


 그리고 이런 식의 상황 설정이 주인공들의 대립을 더 그럴싸하고 폼나며 설득력 있게 만들어줍니다. 판단의 차이가 있었을 뿐 양쪽이 원하는 건 다 자신들이 봉사하는 국가와 국민들의 안전이라는 거죠. 만약 진 해크먼이 미치광이 전쟁광 같은 캐릭터였다면 이야기가 훨씬 덜 재밌어졌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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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얄미운 캐릭터를 진 해크먼 쪽에 집어 넣어서 주인공 팀에 확실히 감정 이입시킨 걸 생각하면 각본 쓴 사람의 입장은 아주 확고했다고 해야겠죠.)



 - 두 주인공 배우들이 거의 다 해먹는 영화입니다만 뭐 조연들도 좋습니다. 제임스 갠돌피니의 얄미운 캐릭터도 좋지만 중후반에 큰 역할을 하는 비고 모르텐슨은 뭐, 리즈 시절 덴젤 워싱턴과 비주얼 투 탑을 이루며 극중 긴장감과 드라마를 잘 만들어내더라구요. 대단한 연기를 보여줄 일은 없었지만 캐릭터가 잘 설정되었고 그걸 자연스럽게 잘 해냈으니 더 따질 게 있겠습니까. 그런데... 사실 이번에 다시 볼 때까지 이 영화에 이 분이 나온 줄도 몰랐어요. ㅋㅋㅋ 제가 기억하는 이 분의 가장 오래된 출연작이 3년 후에 나온 '퍼펙트 머더'였으니 영화 재밌게 보고도 3년간 그 존재감을 인식하지 못했던 거죠. 죄송합니다 모르텐슨씨. 여기서도 충분히 잘 하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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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곤까지 앞으로 6년!! 힘내라 모르텐슨!!!)



 - 다만 이게 이 시국에 다시 보니 뭐랄까... 결말 부분은 좀 아리송하기도 합니다. 우리 진 해크먼이 연기한 함장님 말이죠. 

 아무리 잠수함 고인물의 감각과 센스 & 무엇보다 국가와 국민이 우선이라는 충정 쉴드를 쓰고 있다고 해도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이 사람 잘못이거든요. 일단 시작부터 별다른 이유도 없이 (덴젤 워싱턴이 실전 경험 없는 먹물 출신이다. 라는 건 한참 후에나 알게 되죠) 까칠하게 굴고 자꾸 도발을 해대구요. 나중에는 본인 판단 미스로 일단 쏘고 보자고 우기다가 스스로 법을 어겨서 감금된 건데 자기 부하들을 부추겨서 무장 반란까지 일으키잖아요. 그러고선 마지막 기다림의 순간에도 갑자기 말 얘길 꺼내며 인종 차별 드립까지... =ㅅ= 이랬던 양반이 마지막 장면에 뭐 좀 정직하게 진술하고 (근데 어차피 증인이 최소 수십명인데 거짓말을 하면 어쩔?) 워싱턴을 함장으로 추천했다고 해서 '그래, 이 놈도 좋은 놈이었어'라고 생각해주기는 요즘 관점으론 좀 무리입니다. ㅋㅋㅋ 게다가 잘린 것도 아니고 자진해서 명퇴 비슷하게 나간 것 같던데. 이게 이래도 되나? 싶어서 좀 그렇더라구요. 20세기에 봤을 때야 걍 노장의 간지나는 퇴장처럼 느꼈었지만, 사실은 명퇴는 커녕 해직 당하고 재판을 통해 감방도 가셔야 하지 않나. 뭐 그런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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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뻘소리지만 Young하던 시절의 덴젤 워싱턴은 되게 잘 생겼더군요. 체격도 쩔고 카리스마 있고 연기도 잘하고...)



 - 어쨌든 뭐, '붉은 10월'에 대한 제 편애에도 불구하고 아주 잘 만든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자신의 허점을 빠른 전개와 적절한 타이밍의 국면 전환으로 커버하며 신나게 달리는 각본도 좋고. 두 배우의 진짜 '불꽃튀는' 느낌의 연기 구경하는 재미도 좋구요.

 본문에서 아예 언급을 안 해버렸지만 잠수함 vs 잠수함의 전투 장면들도 긴장감 있게 잘 연출되어 있어서 보는 내내 심심하거나 아쉬움을 느낄 틈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이제 제발 어느 OTT든 '붉은 10월' 좀 올려놔 주길 기원하며 (대체 내가 산 DVD는 어디 간 건데!! ㅠㅜ) 오늘의 뻘글을 종료합니다.




 + 근데 전 '특전 U보트'를 아직도 안 봤습니다. 아직 넷플릭스에 있으니 내려가기 전에 얼른 보는 걸로...



 ++ 어렸을 때 멋 모르고 '프렌치 커넥션'을 공중파 방영으로 본 이후로 진 해크먼은 짱짱 멋진 아저씨라고 늘 생각하고 살았는데. 이 분 모습을 참 오랜만에 봤네요.

 검색해보니 이제 나이가 한국 나이로 94세인데 아직 멀쩡히 살아 계시군요. 허허. 다만 연기는 20년 전에 완전히 은퇴하셨다고.

 아. 그리고 이 분이 덴젤 워싱턴보다 키가 2cm 크십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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