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알쓸신잡> - 교양에 대한 갈망

2017.08.15 18:05

Bigcat 조회 수:2426

간만에 재방으로 보는데 정말 재밌습니다. 지적이면서 술자리 사담같은 재밌는 이야기. 정말 저 분들 입담 하나는 대단하다 싶더군요. 사실 방송국 예능 프로이다 보니 물론 멤버들의 사적인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만 역사, 문화, 예술, 과학, 경제, 정치 등등 뭔가 '주제'하나를 설정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 - 참 재밌게 잘 하는구나 싶었죠.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제가 매주 하는 책읽기 모임이 저 '알쓸신잡'같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더군요. 물론 제가 그런 분위기를 유도하긴 했습니다만 원칙은 하나였죠 - 어떤 주제로 얘기해도 괜찮지만 사담은 안된다 -

모임을 1년 반 넘게 하면서 깨달은 점 하나는 바로 사람들이 이른바 '지적인 교양'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시간을 딱 정해놓고 자, 이 시간만큼은 여러분이 평소 관심이 있었던 역사와 정치 그리고 문화예술이나 사회문제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이렇게 규칙을 정하고 자리를 마련했더니 사람들이 호응이 정말 컸던겁니다. 어느 날 한 분이 말씀하시길, 이 모임 너무 좋아요. 세상에 어딜 가서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어요. 동감입니다. 정치 이야기는 워낙 민감한터라 제가 적당히 눈치를 봐서 중간에 끊기도 합니다만 일단 제가 중점을 두는 건 회원간에 사적인 이야기를 못하게 잘 통제하는 것입니다. 이 사적인 이야기가 무서운 것이, 서로 나누고 있을 땐 마냥 재밌지만 돌아서면 찝찝함만 남게 된다는 겁니다. 서로에게 말이죠. 그러니 안 하는게 상책.


언젠가 제가 일이 있어서 모임을 불참했을 때 회원들끼리만 서로 모임을 가진적이 있었는데 - 결국 말이 나오더군요. 어느 분 말씀이, 모임 시간 반을 그냥 사적인 수다로 보냈는데 집에 오는 길에 정말 후회되더랍니다. 내가 이 귀한 시간 뭐했나 싶고…이 얘기 듣고 있는데 제가 모임 방향 하나는 그동안 잘 잡았구나 싶었습니다. 역시 이런 문제는 모임 장이 해결을 해야…



어제 간만에 듀게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우리들 모임도 몇 년이 지났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분위기가 완전 알쓸신잡입니다. 진짜 재밌어요. 역시 어디 나가서는 하기 어려운 얘기들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역시 <알쓸신잡>을 보고 있는데 김영하 작가가 - 소설가답게 - 예술가들의 영감의 의인화인 '뮤즈'에 대해서 재밌는 얘기를 했습니다. 스티븐 킹이 한 말을 인용해서 이른바 뮤즈가 수시로 찾아올 수 있도록 매일 정해진 시간을 두고 글을 써야한다는 얘기였죠(결론은 마치 일터에 나간 직장인들이 일을 하듯 글을 써야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소리) 여하간 김영하 작가나 정재승 교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말 이 사람들이 표현력 하나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되게 지루하게 설명조로 풀릴 이야기들을 어쩌면 저렇게 재밌게 할 수 있는지…? 


사실 요며칠 무작정 앉아서 글만 쓰다 보니 심리적 안정감이 커서 그건 정말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머릿속에서는 착상이 뒤엉켜서 정리가 안되던 것들이 막상 키보드를 두들겼더니 정리가 되기도 해서 정말 신나기도 했구요.(형체도 잡히지 않았던 상념들이 말이 되는 문장으로 술술 풀려 나오는건 정말 즐거운 경험이죠)


<스캔들 세계사>의 작가 이주은 선생은 언젠가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저는 삘! 삘을 받아야 글이 써집니다." 정말 동감을 했는데, 진짜 삘을 받아야 합니다. 어떤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만났을 때 그게 흥미를 확 당겨야 비로소 글이 써진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프리드리히 대왕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제가 정말 뮤즈 하나는 제대로 만났구나 싶습니다. 사실 이전에도 로베스피에르나 나폴레옹이나 엘리자베트 황후같은 뮤즈가 있긴 했는데 프리드리히 대왕만큼 다채로운 소재를 제공해준 뮤즈는 없었거든요.(전에는 사실 그들이 뮤즈인지도 몰랐…) 




어렸을적에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했더니 어른들 말씀이 소설을 쓰려면 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어린 마음에 그게 대체 무슨 소린가 했더니 바로 이 뮤즈에 대한 이야기였다는걸 알게됐습니다. 여신이 찾아온다고 생각해보니 정말 재밌네요(물론 그 여신이 언제나 꼭 여자일 필요는 없지만 말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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