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없습니다)


일을 하다 하다 너무너무 하기 싫을 땐 아무 생각 없이 한 번 보고 잊어 버릴 수 있는 류의 영화가 격하게 땡기더라구요.

특히 저의 경우엔 호러나 스릴러 영화를 선호하는데, 완성도가 모자랐을 때 비웃으며 보기 가장 좋은 장르 같아서 그렇습니다. 전 그래요.

그래서 iptv를 켜고 무료 영화가 뭐가 있나... 하다가 걸린 게 이 영화... 라는 뭐 이런 쓸 데 없는 관람 사연은 여기까지만 하구요.


영화의 생김새를 간단히 말하자면... 못 만든 오락물 버전의 한공주 2 같은 느낌입니다.

거의 비슷한 사건을 겪고 간신히 버텨내고 성장하는 데 성공한 주인공이 그 때의 악몽이 반복되는 경험을 하며 위기에 빠지는데 '그 사건'에 영상 촬영과 인터넷 유포 요소가 첨가되고, 주인공을 위협하는 건 그냥 동네 쓰레기들과 그 가족들 내지는 한국 사회가 아니라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신통방통한 음모를 꾸미는 미스테리의 '마스터'라는 존재인 거죠. 


음... 일단 가장 맘에 안 들었던 건 기획 그 자체(...)였습니다.

말하자면 '사회 고발성 스릴러' 라고 할 수 있는데. 주인공이 겪는 고통을 굉장히 비중 있게 다루면서도 이야기는 그냥 허접한 반전으로 승부하는 B급 스릴러이다 보니 의도(?)와 내용이 따로 놀아요. 뭐 보다 보면 제작진의 선의를 굳이 의심할 필요까진 없겠다 싶긴 한데, 워낙 완성도가 떨어지다 보니 '굳이 이런 민감한 소재로 이런 영화를 만들었어야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이런 생각을 접어 두고 그냥 스릴러로만 봐도 칭찬해줄 구석이 별로 없어요.

나름 두 번의 반전을 넣어 두었지만 영화가 워낙 친절해서 두 번 모두 눈치를 못 채기가 더 어려울 지경이고. 결정적으로 영화 내내 벌어지는 일들 중에 범인이 실제로 실행 가능한 것이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덤으로 주인공이나 형사들 역시 자꾸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행동들을 해대서 이건 뭐...; 그리고 막판에 아주 간소하게 지나가는 액션(?) 장면은 그야말로 실소감이었구요. (실제로 보다가 웃었습니다 =ㅅ=)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점을 한 가지라도 찾아 보자면, 뭐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습니다.

주인공 역할의 이유영은 전 그저 고 김주혁씨의 연인이었다는 기사로 밖에 접하지 못 했던 배우인데 연기가 괜찮았습니다. 캐릭터가 훌륭하지 못 한 관계로 시종일관 우울하고 불안하고 두려움에 떨면서 고통스러워 하는 연기만 하다가 끝나긴 하지만 어쨌든 그 연기는 참 잘 해냈구요. 또 다른 주인공 역할의 배우도 굉장히 자연스럽게 연기를 잘 해 냈다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이번에 '마녀'로 주목받게 된 김다미였더군요. 요즘 나이 어린 배우들 중에 연기 잘 하는 사람들이 되게 많네요. 그 외에 주인공을 돕는 전직 형사 역의 김희원도 뭐 맨날 하던 그 캐릭터에 그 연기지만 여전히 괜찮았고. 전반적으로 연기의 질은 좋은 영화였어요. 막판에 본격적으로 스릴러 놀이를 시작하면서 조금 망가지긴 하지만 그래도 완전히 무너져 내릴 정도는 아니었던 듯.



암튼 뭐...


차라리 주인공의 과거 사건을 좀 순화 시켰더라면 시간 때우기용 B급 스릴러로 히죽히죽 비웃으며 즐겁게... 까진 무리겠지만 그래도 훨씬 덜 불편하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뭐 제작진이야 나름 진지한 마음으로 만들었겠지만 어쨌거나 이야기의 완성도가 후지다 보니 (아무리 허구라지만) 쓸 데 없이 무거운 사건의 무게가 영화 감상을 불편하게 만들었어요. 사실 생각해 보면 집단 성폭행까지 나올 것도 없이 그냥 몰카나 야한 사진 찍힌 정도로만 했어도 이야기 전개에 아무런 문제가 없거든요. 뭐 애초에 영화의 완성도가 뛰어났다면 괜찮았겠지만 그게... (쿨럭;)


마무리 부분에서 쏟아지는 서너가지씩 되는 '사회 비판' 주제들도 마찬가지였구요. 차라리 하나만 붙들고 집중적으로 파서 좀 그럴싸한 이야기를 만들지, 이야기는 허술한 주제에 쓸 데 없이 종합적으로 교훈적이라 좀 난감했습니다.



끝.



...이지만 사족 몇 개만.


1. 주인공네 반 학생으로 나오는 오하늬는 촬영 당시에 28세, 그 반 반장 역의 이제연은 29세였더군요. 담임 역할의 이유영이랑 동갑이었습니다. ㅋㅋ 그리고 대략 중3 정도의 나이로 나오는 김다미는 당시 23세. 제 눈엔 죄다 위화감 없이 그냥 10대로 보였는데 이것도 일종의 늘금일까요(...)


2. 양아치 성폭행범들이 노래방에서 노는 장면에서 그 놈들이 제가 좋아했던 옛날 노래를 부르고 있어서 순간 기분이 더러워졌습니다. 그다지 히트한 노래도 아닌데 쌩뚱맞게. ㅋㅋㅋㅋㅋ


3. 영화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소라넷 메인 페이지 화면이 몇 번 등장하는데 설마 영화용으로 만든 가짜 페이지였겠죠.

 ...라고 적고 나서 검색해보니 이미 폐쇄된지 2년째로군요. 뭔가 참 쓸 데 없이 리얼한 디테일이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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