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투자'와 '투기'는 마치 '진보'와 '보수'처럼 '선/악'에 준하는 대립 개념, '뭔가 좋은 것'과 '뭔가 나쁜 것' 정도로 사용되죠.
어떤 경제행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투자', 그렇지 않다면 '투기'라고 부르는 식.

'투자/투기'에 대한 다양한 정의들이 있지만, 어느 것도 정교하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아담 스미스는 행위 대상의 내재가치, 벤자민 그레이엄은 경제행위에 개입하는 판단의 합리성으로 그 차이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 두 정의 모두, 어떤 경제 행위가 그 행위 주체의 주관에 따라 평가된다는 문제, 그리고 이에 대한 우리의 평가 역시 주관적이고 가변적이라는 문제를 갖습니다.
어떤 경제행위의 원인이라 할 경제적 동기는 사밀한 영역에 속해있고, 그 결과는 시시각각 변하며, 누구나 오판의 위험을 안고 있죠.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건 행위와 그 결과일 뿐임에도.. 우리는 마치 '투자'와 '투기' 사이에 어떤 분명한 차이가 실재하고 또 이를 구분하는게 가능한 것처럼 행세하죠. 실상은 단지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을 뿐일텐데 말이죠.

법으로 규제할만한 범죄행위가 아니라면, 단지 자의적으로 도덕적 비판을 가하기 위한 구분에 의미가 있을까요? 저런 구분에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군요. (혹은 '왜 법으로 규제하지 않는지 모르겠군요'라 말해도 마찬가지.)

그러니 손혜원(혹은 그 주변인들)의 목포 부동산 매입이 투자인지 투기인지를 논하는 것에 별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저 행위가 경제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인지 또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그의 특수한 지위로 인해 문제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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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은 자신의 행위는 경제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근대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한 것이었으며, 이 자산은 재단에 편입되어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도 않는다 주장합니다.

하지만 저 재단의 전 대표가 손혜원 본인이었고, 현 대표이자 이사장이 남편이라면 '이익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기는 무리 아니겠습니까?
위탁자산의 수익자 문제도 있겠고, 공익재단 설립과 출연이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다는 사실 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겠죠.

여기 더해 손혜원의 해명에는 기묘한 지점들이 있습니다.
손혜원의 명분은 '문화재 보호'이며, 이를 위해 사재를 희사한 것이라는데.. 현재까지 밝혀진 관련 부동산들 중 등록 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창성장이 유일하다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개인적으론 리모델링된 창성장의 실태도 '문화재 보호'라는 명분에 부합할지 의심스럽더군요. 원형의 복원이나 재해석이 제 미감에 부합할 필요는 없겠지만 말이죠. :)

창성장의 리모델링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등록문화재'는 '국가지정문화재'와 달리 이익 추구가 가능한 부동산이라는 기사가 있군요. 아래 기사를 참고하시면 될 듯 하고..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9&no=48741

요약하면 [등록문화재의 이러한 장점이 알려지자 문화재를 넘어 재산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등록문화재 건축물 시세가 오른 사례 또한 적잖은 실정이다. "문화재로 지정되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없다"는 손 의원의 투기 의혹 반박 해명이 힘을 잃는 건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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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현명하신 분들이 지적하듯, 손혜원과 목포 부동산 사이에는 이익충돌의 문제가 놓여있습니다. 여기서의 '이익'이 꼭 경제적 이익이어야 하는 것일까? 제 생각엔 그래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그쪽이 편리하긴 하겠죠.
이 논란의 와중에 손혜원은 '손해충돌'이라는 신박한 개념을 창안하기도 했는데, '이익충돌'이라는 비판에 대해 '이익을 얻은 사실이 없으니 이익충돌이 아니다'라는 후안무치한 변명입니다..
..만.. 놀랍게도 그게 통하는 것 같더군요. :D

이익충돌은 행위의 결과가 이익으로 실현되었느냐와는 무관한 개념이죠.
sbs는 뉴스 한 꼭지를 할애해서 '이익충돌'이란 개념을 설명하기도 했더군요.
이 정도면 레알 미개국 아닌가.. :)

저 분이 언급한 젠트리피케이션이나 그 해법도 그렇고.. 말씀하시는 것마다 참 민주당에 잘 어울리는 분이지 싶은데 탈당하셔서 안타깝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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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해해서.. 여기 그저 어떤 선의와 오해들만이 있을 뿐이라면..
박지원 말마따나 의원직 그만두고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안타까운 일이고,
또 어느 시민단체 말처럼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약속을 지금 이행하면 논란이 될 것도 없는 문제 아닌가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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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수출은 대기업 낙수효과에 의지하게 될 거 같습니다. 이 정부도.]

이 문장은 잘못됐죠. '낙수효과'는 '수출'의 결과일 수는 있어도 원인이 될 수는 없으니까요.
어떤 의도로 쓰신 문장인지 모르겠군요.

1. '결국 수출은 대기업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이 정부도.'
그렇게 되겠죠.
2. '(경기부양은) 결국 수출 대기업의 낙수효과에 의지하게 될 것이다, 이 정부도.'
그렇게 될 수도 있겠죠. 소위 '공정경제'의 토대가 낙수론이라서.
3. '결국 수출은 대기업(에, 경기부양은) 낙수효과에 의지하게 될 것이다, 이 정부도.'
아마 이 의미가 아니었나 싶은데..
1에서와 마찬가지로 전건진술에는 동의합니다만, 후건진술은 역시나 모를 일.
이 경우는 대기업이 꼭 수출기업일 필요는 없으니 좀 다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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