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휴...또다시 주말이 왔군요. 심심하네요. 어쩔 수 없죠. 일주일에 2일은 노는 걸 쉬어야죠. 쉬고 싶지는 않지만.



 2.어제는 차이나와 만나서 광화문의 어딘가를 갔어요. 뭔가...매듭지어야 할 일이 있어서요. 한데 문제는, 광화문의 가게는 그렇단 말이죠. 전에 썼듯이 다른 곳과는 달리 월~목까지나 성업이고 금요일날은 한산하거든요. 


 문제는 내가 봐둔 2명의 에이스들 중 1명도 나와있지 않은 것 같았어요. 2명중 1명이라도 나와있어야 놀 수 있는 건데 말이죠. 월요일에 다시 가기로 하고, 나와서 치킨을 먹으러 갔어요.



 3.치킨을 먹으며 게임 얘기를 했어요. 전에 썼듯이 나는 이제 게임은 잘 안해요.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요.


 하지만 '내가 게임을 좋아하던 시절에 나왔던 게임'은 아직도 좋아해요. 차이나가 '그로우랜서라는 게임 재밌게 했었는데. 혹시 알아?'라고 물어왔어요. 그래서 대답했어요.


 '나는 오래전에 게임을 살 돈이 없어서 게임 잡지를 보며 상상하곤 했어. 게임 잡지에 실린 몇 장의 스크린샷...공략본에 실린 텍스트만 보고 그 게임이 어떤 게임일지 상상하곤 했지.'


 라고요. 그리고 그로우랜서도 그런 게임들 중 하나였어요. 오래전...말 그대로 20년 전이죠. 그로우랜서는 1999년에 나온 게임이니까요.



 4.휴.



 5.뭐 그래요. 요즘 아이들은 부자가 아니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손가락 몇 번 움직여서 온갖 영화와 드라마...온갖 게임, 온갖 채팅방, 온갖 음악들을 즉시 향유할 수 있죠. 옛날에는 즐기고 싶은 걸 구할 수가 없어서 손가락만 빨았다면, 요즘은 인지 자원과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즐길 거리가 너무 많아서 문제예요. 모든 게임과 모든 영화, 모든 만화를 볼 수는 없으니 그 중에서 좋다고 소문난 것들만을 골라서 즐기기에도 바쁜 세상이죠.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런 세상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본 적이 없어요. 게다가 부자도 아니었죠. 그래서 그나마 고를 수 있는 것들 중에 그나마 최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했어야 했죠.


 게임 잡지를 보며 '상상 플레이'를 하는 게 바로 그런 몇 안되는 즐거움들 중 하나였어요. 게임 잡지에 작은 사진으로 실린, 조악하기 짝이 없는 몇 장의 게임 화면...기자(라고 부르고 그냥 오타쿠들)들이 자신들의 편견과 자의식을 80%쯤 담아 써놓은 설명문들을 보며 상상했죠. 이게 도대체 어떤 게임일지...어떻게 진행되는 게임일지...표지 일러스트에 그려져 있는 캐릭터들은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지...뭐 그런 것들 말이죠.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상상도 하기도 했어요. 왜냐면 당시에 내가 가진 제일 좋은 건 상상력이었으니까요.


 어쩔 수 없는 게, 당시에 게임기를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게임기와 많은 게임을 가진 부자 친구를 사귈 수 있을만큼 인싸도 아니었고...그나마 가끔 구할 수 있는 제일 좋은 게 게임 잡지 정도였으니까요. 심지어는 발매된 지 몇 년이 지난 게임 잡지를 마치 이번 달에 나온 잡지를 읽듯 열심히 읽으며 상상하곤 했어요.



 6.생각해 보면 할 일이 없어서 상상력을 과도하게 펼치던 당시의 경험이 나름대로 훈련으로서 작용한 것 같기도 해요. 이야기를 만드는 것과, 이야기를 점프시키는 것 두 가지 말이죠. 


 차이나와 자리를 끝내며 '젠장, 지금은 그깟 게임기쯤은 백개도 살수 있잖아. 하지만 어렸을 땐 없었어. 정말...아무것도 없었지. 그나마 가질 수 있는 것들 중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최대의 행복을 추구해야 했어.'



 7.예전에 박진영이 인터뷰에서 말했었죠.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대의 감성을 둘 다 경험해볼 수 있었던 것. 그것은 내게 축복이었다.'라는 둥 말이죠.


 하지만 글쎄요. 저건 꽤나 복받은 소리예요. 그놈의 아날로그 세상에서는 컨텐츠에 접근할 방법이 없으면 맨날 손가락 빨며 살아야 했다고요. 박진영이 말하는 '아날로그 감성'따위는 만나볼 기회조차 없어요. 컨텐츠에 대한 갈망과 결핍만이 있었죠. 


 돈도 없고 정보도 없고 인맥도 없으면 아날로그 감성 따윌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無'일 뿐이었단 말이죠. 젠장.



 8.전에 썼듯이 월요일은 뷔페데이인데...10일날 뷔페나 같이 먹을 분 있나요? 월요일 저녁에 해도 좋겠지만 월요일 밤엔 위에 쓴 광화문 가게와 마침표를 찍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네요. 다음 주 월요일은 낮에 먹어야 해요. 장소는 신도림의 디큐브피스트. 오실 분은 여기로. https://open.kakao.com/o/gJzfvBbb





 ---------------------------------





 뭐 어쩌면 유일하게 좋은 것이었을지도 모르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8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4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31
123353 티아라 글 많아서 안 쓰려고 했는데... 이 언플은 너무 심하네요. [32] 자본주의의돼지 2012.07.30 6244
123352 영화 '이층의 악당' 크랭크 인 [3] 매카트니 2010.06.09 6244
123351 진중권씨는 또 왜 이럴까요? [107] amenic 2015.06.22 6243
123350 냄새에 민감해서 괴롭습니다, [15] 점점 2011.03.25 6243
123349 (바낭) 무릎팍도사 신해철 편의 흥미로웠던 점 [13] 보들이 2014.11.02 6242
123348 [펌] 심즈의 출산 버그 [7] 닥호 2013.02.05 6242
123347 결혼'식'은 안한다는 이효리 [45] 헐렁 2013.07.31 6241
123346 섹스에 대한 몇가지 궁금증.. [26] 도야지 2013.02.15 6241
123345 태국 클럽에 즐겨 간다는 후배 녀석. [8] S.S.S. 2010.07.16 6241
12334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혼소송 제기 [9] 가끔영화 2014.10.11 6240
123343 (링크) 악마를 보았다 DVD에 들어가는 삭제 장면들. 자본주의의돼지 2011.03.27 6240
123342 네이버에서 손석희 검색하다가 충공깽 경험했습니다. [10] mitsein 2014.04.21 6239
123341 이병헌 음담패설 영상으로 협박한 여성 입건. [10] 자본주의의돼지 2014.09.02 6239
123340 우리나라는 어쩌다 수염이 금기가 되었을까요. [29] 팔락펄럭 2015.01.01 6239
123339 나를 슬프고 우울하게 만드는 친구이야기 [41] 2011.01.24 6239
123338 스타벅스 라자냐 좋네요 [19] 나나당당 2013.07.06 6238
123337 제주도의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 [10] HardCore 2012.05.15 6238
123336 MBC 파업 중 [1] 연등 2017.08.28 6237
123335 [공지] 게시판 이상 신고 받습니다. [10] DJUNA 2012.06.26 6237
123334 불쾌한 농심 소고기짜장면 광고 [24] amenic 2011.11.26 623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