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Eat, Pray, Love'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예요. 유튜브 댓글을 보니까 이 영화를 남자들이 꽤 싫어하더군요. 이렇다할 흠이 없는 남편을 버리고 자아를 찾는답시고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는 서른 두살의 여자라니 뭐 이런 위험하고 무책임하고 정신나간 영화가 다 있느냐고요. 


그 댓글들에 일말의 진실이 없는 건 아니죠. 이탈리아에서는 주인공이 집세 사기를 당하는 건 아닌가, 인도에서는 주인공이 사교단체에 홀리는 거 아닌가, 발리에서는 강간 당하는 거 아닌가하고 마음 졸이게 되더군요. 막판에 하비에르 바르담이 발리에서 만난 남자 친구로 나오는데, 그 사람 얼굴을 보다보면 '스카이폴'이나 'Mother!'가 생각나고 저 여자 어디 아무도 모르는 데에서 살해당하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아무도 모르는 섬으로 단둘이 보트를 타고 들어가자고 할 때는요.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를 잘합니다. 이 사람 연기를 보다보면, 일급 연기자와 이급 연기자는 이렇게 연기가 확연히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사람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울 때는, 연기란 걸 알면서 그 눈물에 속아주고 싶습니다. 특히 뉴욕에서 만난 남자친구 역을 맡은 제임스 프랑코와 연기력 면에서 비견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하비에르 바르뎀보다 연기를 잘하는 건 줄리아 로버츠예요. 하비에르 바르뎀은 스크린에 연기자가 등장했구나 하는 존재감을 던지는 반면, 줄리아 로버츠는 그냥 이게 자기 이야기인 양 연기를 합니다.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를 할 때는 "연기인 건 알지만 대단하다"라는 느낌인데, 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할 때는 어느 순간부터 속는 줄 모르면서 술술 속는 느낌이죠. 


팔자 편한 여자가 세계를 떠돌며 놀다가 대박터진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꽤 진지한 이야기입니다. 인생 왜 빡세게 살아야 하지? 내가 정말 행복하지 않은데 세상에서 가장 비싼 도시에서 사는 게 의미가 있나? 베스트셀러 된 이유가 있다 싶어요. 이탈리아에서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Dolce far Niente란 문구를 배웁니다. 아무것도 안하는 쾌락이란 뜻이죠. 쾌락은 꼭 섹스를 해야, 진미를 먹어야, 영광을 얻어야 생기는 게 아니고, 아 - 무것도 안할 때 생기는 것도 있다고 이탈리아인들은 가르쳐줍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인생을 안다니까요. 


2. 다음 웹툰 '하렘 생존기'


예전에 다음에서 연재했던 '카산드라'와 비슷한 구석이 있네요. 그림이 빼어난 건 아닌데 스토리가 좋고, 명석한 여성이 억압적인 사회에서 자기 지분을 조금씩 넓혀가는 점이 비슷해요. 


3. Netflix 'The King'


잘생긴 젊은이들 둘을 데려다놓고 진흙탕에서 싸우게 하면 관객들이 즐거움을 느낄 거라고 생각했나보죠. 티모시 샬라메는 빼어나게 잘생겼고, 로버트 패티슨은 연기 잘해요. 그러나 영화 보는 내내 "쟤들이 도대체 뭘 하는 거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물론 대륙으로 가고 싶은 영국인들의 욕망이 간단한 건 아니었죠. 하지만 헨리 5세가 프랑스를 침략한 이유를 오해라고 설명하는 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어디서 주워왔는지 모르는 얻어터진 남자를 어떻게 암살자라고 믿어요? 막판에 가서 릴리 로즈 뎁이 분한 캐서린 공주가 "너 프랑스에 왜 침공해 들어왔니?"하고 물어볼 때, 그래 너 하나만 똑똑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20-30대들을 겨냥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심각한 문제는 젊음과 파워로 눌러버리죠. 하지만 제정신 차리고 있는 건 캐서린 공주 하나였어요. 누구에게 속았는지도 모르면서 사람들을 진흙탕에 쳐박았다고 지적하는 그 여자 하나가. 캐서린 공주와 헨리 5세의 문답을 보기 위해 전투 장면을 참아야 합니다. 전투 끝나고 나서 시체가 널부러진 걸 와이드샷으로 보여주며 거룩한 척 배경음악 깐 게 어이없더군요. 그 전투 어디에 신성함이 있다고 저런 음악을 깐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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