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없구요.


- '주거지 지킴이'라고 자막으로 번역된 괴상한 주거 형태가 영국엔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영어로는 무슨무슨 가디언이라고 하더군요) 보증금 같은 걸 조금 내고 버려진 폐건물(...)에 들어가 사는 건가 본데, 런던의 집값이 너무 말고 안 되게 비싸서 생겨난 거라네요. 살다가도 그 건물이 철거나 재활용 결정이 나면 군말 없이 쫓겨나야 하는 희한한 주거 형태인데 당최 런던 집값이 얼마나 심하면 저러고 사나 싶기도 하고. '리버'의 주인공들은 알고 보면 다 부자였구나 싶기도 하고 뭐 그랬네요.

어쨌든 주인공들은 그 주거 지킴이로 문 닫은 병원에 들어가 사는 청춘들입니다. 대략 남자 셋 여자 셋의 황금 구성(?)을 갖추고 모여 살면서 좀 거친 영국맛의 드립을 날려대며 서로 잤다가 싸웠다가 신나서 같이 놀다가 뭐 그래요. 그리고 이 시리즈를 만든 피비 월러 브릿지는 소꿉친구 남자애를 따라 이 병원에 막 도착한 신입으로 등장해 남자놈 약혼자와 삼각 관계를 형성하며 특유의 막나가는 캐릭터로 계속 사고를 쳐댑니다.


- 일단 그 '주거지 지킴이'라는 게 참 희한하네요. 그걸로 시트콤을 만들 생각을 한 게 되게 좋은 아이디어였던 것 같구요. 기본적으로 주거와 생활이 희한하니 주인공들이 뭘 해도 희한한 느낌이 들면서 동시에 현실적인 느낌도 들고 그럽니다. 당연히 실제 주거지 지킴이들이 그러고 살 리는 없겠지만요. 뭐 주인공들의 가난과 영국 런던의 현실을 깊이 다루거나 하진 않지만, 덕택에 이야기의 질감이 독특하고 재밌어지는 효과는 분명했습니다.


- 영국 젊은이들 드라마를 볼 때마다 늘 하는 생각인데, 정말로 영국 젊은이들은 저렇게 막(?) 살고 그러나요. 성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미국 드라마 젊은이들과는 뭔가 차원이 다르게 프리해서 '드라마니까' 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또 의심(...)을 하게 되네요.


- 시트콤의 전체적인 톤은 아무래도 같은 사람이 만들고 주연한 '플리백'과 비슷한 느낌입니다만. 주인공 한 명에 집중하는 이야기였던 '플리백'과는 달리 이 이야기는 주요 등장 인물 전원이 주인공이다 보니 또 많이 다른 느낌이기도 해요. 둘 중 뭐가 낫냐고 굳이 따진다면 개인적으론 '플리백'이 여러모로 더 인상적이었지만 이 '크래싱'도 나쁘지 않아요. 독하게 웃기면서 대책 없이 막 나가고 되게 시니컬한 척하면서도 동시에 쓸 데 없이 낭만적이고 그렇습니다.


- 그냥 대충 정리하자면, 재밌습니다. 불편하고 독하게 웃기는 이야기, 짧게짧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원하시면, 그리고 영국맛을 좋아하시면 한 번 시도해보세요. 편당 20분 남짓에 여섯편밖에 안 되거든요.

다만 아쉽게도 마무리가 완결이 아닌 떡밥성 마무리라는 거... 그래도 대부분의 인물들 이야기가 깔끔하게 마무리되는데 주인공네 사연만 떡밥을 남기며 끝납니다. 그래도 뭐 그냥 그게 결말이라고 우기는 게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니까 괜찮은 걸로. ㅋㅋ


- 위에서 언급했던 '플리백'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오리지널 컨텐츠입니다. 그게 참 재밌고 좋은데 그것 때문에 아마존 프라임 가입하기 귀찮으신 분은 이거라도 한 번 맛뵈기로... ㅋㅋㅋ


- 주인공과 삼각 관계가 되는 캐릭터의 여배우는 계속 보다 보니 '플리백'의 동생 배우와 인상이 비슷한 구석이 있더군요. 창작자들의 취향이란 참 일관되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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