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4월엔 '4월 이야기'

2024.04.15 12:49

하마사탕 조회 수:343

영화 속 배경 때문에 특정 시기가 되면 꼭 생각나고 보고 싶어지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3월 개강 시즌에는 꼭 학원물이 보고 싶어진다든지, 크리스마스에는 '가위손'이나 '해리포터' 시리즈가 보고 싶어진다든지요.


'4월 이야기'는 영화를 생각나게 하는 조건이 좀 더 구체적인데요.

비 오는 4월이어야 합니다. ㅋㅋ


지금 막 '4월 이야기'를 다 봤습니다. 영화를 처음 켰을땐 비가 꽤 세차게 내렸는데 영화를 보는 중 그쳐서, 마지막 장면을 볼때 비가 내리지 않은 게 좀 아쉽습니다. ㅋㅋ

그래도 창문을 열어놓고 비 냄새를 맡으면서 이 영화를 보니 기분이 참 산뜻하고 좋네요.


14909233210832[1].jpg


이제 막 대학 생활을 시작한 '우즈키 니레노'의 이야기입니다.

벚꽃이 흩날리는 날 이사를 하고, 동기들과 자기 소개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학식을 먹으면서 친구와 처음으로 통성명을 하고, 낚시 동아리에 가입을 하고, 혼자 서점에 가고, 영화를 보고, 이런 일상적인 장면들이 영화를 이룹니다. (노출을 올려서 장면들마다 햇빛이 쏟아지는데 참 아름답습니다.)


특별한 사건이 없고 잔잔하다 보니, 이 영화를 처음 봤을땐 '뭐야... 내용이 없잖아...' 하면서 보다가 마지막 시퀀스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감정이 고양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주인공의 기분을 같이 체험하는 느낌이랄까요? 시퀀스 내내 흐르는 촌스러운듯 따뜻한 음악과 빗소리, 주인공을 맡은 '마츠 다카코'의 행복한 표정이 모든 걸 설명해주는 것 같았어요.


(영화관 변태 아저씨 에피소드는 영화에서 아쉽고 불편한 점이긴 합니다. 영화관에서 주인공에게 집적거리려고 했던 아저씨가 주인공이 놔두고 간 책을 전해주는데, 나쁜 짓을 하려 했지만 나름의 선량한 점도 있는 사람이라는 양, 우스우면서 따뜻한 이야기처럼 그려져서... 시대의 한계, 일본의 정서 그런 문제로 생각해야 하려나요. 이 영화의, 어떻게 말할 방법이 없는 옥에 티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나서 스치는 '지붕 뚫고 하이킥'의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갑자기 내리는 세찬 비에, 지훈이 세경에게 우산을 빌려주지만, 세경이 잠시 썼던 우산을 지훈에게 돌려주고 그냥 비를 맞으며 걷습니다. 그리고 세경은 사랑니를 뽑으며 눈물을 흘립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t1.


'4월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앞날에 대한 기대, 희망, 사랑의 기적 같은 감정들이 느껴진다면, '지붕 뚫고 하이킥'의 사랑니 에피소드에서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초라해지는 마음과 서글픔이 느껴졌습니다.

지붕킥 방영 당시에는 제가 이 영화를 보기 전이었어서 몰랐는데, 영화를 본 후 뭔가 기시감이 느껴져서 검색해보니 해당 에피소드가 '4월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게 맞는 거 같더라구요.

세경의 사랑니 에피소드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세경의 마음이 느껴지는 슬프고 아름다운 화였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더 나중에 봤는데도 오래 전 봤던 지붕킥을 다시 떠올리게 한 인상적인 연출과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


아직도 못 본 명작 영화들이 계속 쌓여가기 때문에, 전에 봤던 좋았던 영화들 재감상을 잘 못하고 있지만, '4월 이야기'는 러닝타임도 1시간 7분이라 부담이 없어서, 비가 오는 4월이면 연례 행사처럼 보게 되네요.

이와이 슌지의 영화 중에서는 이 영화와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이것도 영화를 보기에 딱 좋은 시기가 특별히 있는 시즌 영화입니다. 여름 축제용 영화 ㅎㅎ)를 제일 좋아합니다.

특별한 사건 없이 담담하게 시간이 쌓여가다가, 마지막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게 벅찬 감정이 터져버리는, 딱 이와이 슌지스러운 영화들인 것 같습니다.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70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22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739
123512 8시간 정도 뒤면... 인셉션을 봅니다. [9] Jade 2010.07.13 2840
123511 한가람미술관에서 하는 "영국근대회화전" 어떤가요? [5] 망구스 2010.07.13 2452
123510 앙투라지 시즌7 에피소드2 엔딩송 eple 2010.07.13 2557
123509 [듀나인] 여성 원피스 괜찮은 브랜드 추천 좀... [3] Rockin 2010.07.13 3322
123508 펌글) 2ch 세탁기 에반게리온 [3] 스위트블랙 2010.07.13 3216
123507 파괴된 사나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하녀 간단잡글 (파괴된 사나이 스포있음) [3] 귀검사 2010.07.13 3197
123506 소울드레서 퀴즈 질문 [4] 늦달 2010.07.13 4983
123505 누으니 들리는 창밖 자연의 소리... 새벽 3시 반 [4] 자연의아이들 2010.07.13 2189
123504 어젯밤 대답들 고맙습니다 차가운 달 2010.07.13 2290
123503 아침 공복 유산소.. 대체 어떻게 하죠? [8] 29일 2010.07.13 4990
123502 [공복에바낭] 건강검진, 담배/술값 아끼기, 어깨 굳었을때 좋은 방법? [10] 가라 2010.07.13 3758
123501 앗싸 가오리 [1] 걍태공 2010.07.13 1898
123500 [bap] syot -시옷 전시 / 컬렉션, 미술관을 말하다 / 그럼에도..꿈을꾼다(전시회 정보) [1] bap 2010.07.13 2098
123499 하늘을 친구처럼 가끔영화 2010.07.13 1958
123498 금연과 실패 [7] 무치 2010.07.13 2365
123497 보면 흐뭇해지는 연예인 [7] 가끔영화 2010.07.13 4406
123496 The Koxx 어떠신가요? [3] 무치 2010.07.13 2184
123495 지금쯤이면... [3] 냠냠뇽 2010.07.13 2262
123494 물고기도 지능이 있고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 입증된 사실인가요? [15] amenic 2010.07.13 4900
123493 청와대 개편 소식 링크 Apfel 2010.07.13 176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