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

2014.05.31 03:08

dmajor7 조회 수:5974

듀게에 처음 글을 쓴 것이 2004년이니 벌써 10년 세월이 흘렀네요.

2004년에서 2007년 정도까지는 나름 열심히 글도 쓰고 댓글도 달며 수다를 떨었었지요.

그러는 과정에서 직업도 오픈하고 직업과 관련한 글도 여럿 썼고요.

'엄벌주의와 필벌주의' '서울법대와 하버드 로스쿨' '지성과 반지성' 등등.

직장 내 회보에 쓴 '파산이 뭐길래'가 알려지기도 했고요.

그게 참 즐거웠어요. 글로써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고 하는 재미. 듀게에서 그걸 배운 것 같아요.

직장 내 게시판에 꾸준히 글을 썼지만, 그것과는 다르더라고요.

 

시간이 흐르고 듀게도 조금씩 변화하고 저도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전만큼 사랑방같이 편안하게 모든 것을

오픈하고 편안하게 수다 떨게 잘 되지 않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차차 멀어지고.

그래도 맘 속엔 늘 고향 같은 편안함이 있어요. 그런데 연말 게시판 폐쇄 및 재출발이라는 극적인 상황에 저도 모르게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여전히 이곳을 지키는 반가운 옛이름들도 뵙고, 새로 활발히 활동하시는 이름들도 낯이 익어가고.

그래도 솔직히 아직 전처럼 편하지만은 않아요.

그래서 말씀드릴까 말까 망설이던 일이 있는데, 용기를 내어 말씀드리려고요.

 

.....'책'을 냈습니다. 바로 듀게에 썼던 위에서 언급한 글들도 있고, 그외에 오랫동안 직장 게시판에 써왔던 글도 있고,

새롭게 쓴 것도 있지요. 들어보신 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판사유감'이라는 제목으로 냈어요.

 

그 과정에서 많은 고민도 했고, 배운 것도 많고, 지금도 계속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가당치도 않게 예스24의 '명사의 서재'라는 코너 의뢰를 받아 좋아하는 책, 영화 소개를 하기도 했고(듀게 얘기도 잠깐 했음),

이러저런 기고의뢰를 받기도 하고,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내 글을 읽어주는 에디터가 있다는 것이 자신의 글쓰기를 돌아보게 해 준다는 점을 절감하고,

종이책이란 예전 씨디처럼 사멸해가는 매체구나 생각이 들만큼 충격적인 우리 출판시장의 상황도 알게 되고,

말과 글이라는 것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그래서 그로 인하여 뜻하지 않은 상처를 받게 될 수도 있음을 체감하게 되고,

서평기사들을 보며 매체마다 한 권의 책 속에서 각기 관심 있게 보는 것이 많이 다르구나, 새삼 느끼고,

주말에 인근 대형서점에 슬쩍 가서 매대를 둘러보다 자기 책을 발견하고는 괜히 뿌듯해서 만지작거려보다가 누구랑 눈이 마주치면

(상대방은 신경도 안쓰는데) 혼자 화들짝 놀라 딴 책을 보는 척하기도 하고,

그러다 자기 책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한 분을 보고는 미행하듯 멀리 숨어서 어느 부분을 읽으시나, 표정은 어떠신가,

과연 집어들고 계산대로 가실까 서스펜스 넘치는 스파이 짓을 하고,

그러면서 자기도 모르게 맘속으로는 '사세요! 그냥 사 버리세요!'

하며 텔레파시를 보내지만 20분이 넘도록 서서 읽으시더니 여자친구분 전화가 오자 휙 내려놓고 통화하러 가시는 뒷모습을 보며

쓸쓸히 돌아서기도 하고^^;;

 

뭐 여하튼 이런 경험들이 참 새롭고 공부가 됩니다.  기회가 또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까지의 경험만으로도 많이 얻은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의 시작은 듀게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참 고맙습니다.

...사설이 길었으니 구호로 정리하겠습니다. 시절이 하 수상하여도, 듀게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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