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어느날 친구와 치킨집을 갔어요. 주문한 닭튀김이 나와서 맛있게 먹고 있는데 친구가 물어 왔어요. '자네 닭똥집은 좋아하나?'라고요. 그래서 대답해 줬죠.


 '이봐, 그런 건 평생 먹지 않아. 닭의 똥집을 입에 넣는다니...어떻게 그런 걸 할 수 있겠어.'


 그러자 친구가 대답했어요. '지금 네가 맛있게 먹고 있는 그게 바로 닭똥집이야.'라고요. 말을 듣고 보니 평소에 먹어본 적 없던 작은 튀김 조각들이긴 했어요. 친구가 말을 이었어요.


 '그래서 난 어린애들한테 뭔가를 먹일 때 이름을 가르쳐 주지 말고 먹여봐야 한다고 생각해. 이름을 알고 먹으면 편견이 생기거든.'



 2.어느날 누군가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샤넬 얘기가 나왔어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도달한 샤넬...이라기보다 전반적인 고가품에 대해 내 결론을 말해 줬죠.


 '첫번째로 사는 샤넬은, 검은 샤넬백을 사선 안 돼. 붉은색 샤넬백을 사야지. 왜냐면 붉은 샤넬백을 메고 밖에 나가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거든. 이미 검은 샤넬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붉은 샤넬백을 산 걸 거라고 말야.'


 그러자 그는 '그건 그래. 샤넬백을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검은색을 사선 안 되지.'라고 대답했어요. 



 3.하지만 이건 나의 관점만을 지나치게 생각한 것일 수도 있겠죠. 나는 무난한 아이템을 둘러야만 하거나 깔맞춤을 해야 할 장소에 갈 일이 없거든요. 99%의 경우 어딜 간다면, 놀러가거나 쉬러 가는 거니까요. 하지만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하는 여자에게라면, 역시 무난한 색과 모양의 백이 필요하지 않을까...싶기도 해요.


 하지만 무의미한 상상이네요.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하는 여자를 만날 일이 없으니까요. 



 4.휴.



 5.'한국은 돈만 있으면 정말 살기 좋은 나라야.'라는 주제가 나오면 어떤 사람들은 딴지를 걸어요. '어느 나라나 돈이 있으면 살기 편한 건 같아. 한국만 그런 줄 아니?'라고요. 하지만 글쎄요...나의 생각은 좀 달라요. 


 요전에 누군가와 대화하다가 비슷한 얘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내 생각을 말해봤죠. 돈이 있으면 살기 편한 건 모든 나라가 같지 않다고요. 구성원들의 돈에 대한 평균적인 인식 수준이 어떠한지가 중요하죠. 얼마나 열망하는지, 얼마나 갈망하는지, 얼마나 다른 가치를 포기할 수 있다고 여기는지...가 중요하죠.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구성원이 많아야 왕 놀이가 가능하거든요.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돈만으로 가능한 왕 놀이를 똑같은 수준으로 북유럽 같은 곳에서는 하기 힘들 거니까요. 


 그러자 그자가 대답했어요. '그런데 왜 왕놀이를 해야 하죠? 나는 하기 싫은 일 안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정도면 만족하는데.'라고요. 듣고 보니 조금 슬퍼졌어요. 왕 놀이를 굳이 해야 하는 이유가 뭐지...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6.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아무리 똑똑하고 독립적인 인간도 살고 있는 사회의 평균적인 인식에 함몰될 수밖에 없을 거라고요. 하기 싫은 일 안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정도가 되면, 왕 놀이가 땡기게 될걸요.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결국 그렇게 변할 거라고 생각해요.



 7.위에 쓴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하는 여자를 만날 일이 없'다는 건 그들이 정말 그렇다는 게 아니예요. 쉴드에서 포레스트휘태커가 이런 소리를 하잖아요.


 '내가 나쁜놈들을 많이 잡아봐서 아는데 사실 그들의 98%는 우리들과 똑같아. 그들은 2%의 순간에서만 나쁜 짓을 저지르고 나머지 98%는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산다고.'


 그래요. 대부분의 사람은 대부분의 순간을 비슷하게 지내요. 먹고 떠들고 마시고...뭐 그러며 지내죠. 그러나 그들이 나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그들에게 있어 2%일 뿐이라도, 내가 그것만을 볼 수 있다면 내겐 100%인거죠. 여기엔 좋은 점도 있고 슬픈 점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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