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바낭] 쓸데없이 긴 회사바낭

2018.03.05 15:46

가라 조회 수:693


1.

회사에 하반기에 구조조정이 있을 것 같다는 소문이 돕니다.

실적이 안 좋아서 몇달째 적자라서 그런가 봅니다.

하지만, 지금도 비슷한 규모의 동종업계 회사들 보다 인원이 적은 편이라고 하는데, 과연 구조조정을 할 여력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2.

티타임을 하는데, 후배가 소문에 대해 상사님께 물어봤습니다.

상사님은 제가 위에 쓴 말처럼, 우리가 사람 짜를 정도로 인원이 여유가 있냐? 하면서 일축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좀 중언부언 말을 길게 하더라고요.

확실하게 없다고는 하지만, 상사님도 없다고 확신할 수 없어서 말이 길어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리에 돌아와서 생각을 해보니, 상사님이 중언부언한 말속에 뼈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저희 상사님이랑 옆팀 팀장은 미묘한 사이입니다.

공식적으로는 상사님이 옆팀 A 팀장 보다 상사입니다. 하지만 직급은 둘다 부장입니다.

몇년전에 저희 팀과 옆팀을 한 그룹으로 묶어서 그룹장을 하고 있던 이사님이 그만두고 상사님이 그룹장으로 올라갔는데 회사 사정이 안 좋으니 이사 진급을 안시켜줬습니다. 상사님이 그룹장이 되었지만 저희 팀장은 새로 발령이 안나서 공식적으로 저희 상사님은 그룹장 겸 저희 팀장입니다.

(그룹장 겸 팀장이 되고 1년 동안 2명을 내보냈는데 제가 이 팀으로 오기 전이라 자세한 내용은 잘 모릅니다.)


여기서 갈등이 시작됩니다. 상사님은 그룹장 역활을 하고 있고, 그룹장 대우를 받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직급은 부장이다 보니 임원급 의전을 받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직책은 그룹장이고 아래 팀장을 할 직급자(부장)이 없어서 그 업무까지 겸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옆팀 A팀장은 다르게 생각합니다. 같은 부장이고 팀장인데 당신이 나보다 입사 조금 빠르고 나이 조금 많아서 선임 팀장으로서 그룹장 역활도 겸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대충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은 관점의 차이인것 같지만, 따져보면 큰 차이가 납니다.


상사님은 A팀장에게 그룹장으로서 지시를 하려고 하지만, A팀장은 팀장대 팀장으로서 협조요청이나 권고라고 받아 들이려고 합니다.



4.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것은, A팀장의 태도입니다. 같은 부장이긴 해도 성과평가를 할때는 그룹장인 저희 상사님이 A팀장의 1차 평가를 합니다. 

팀장정도 되면 실적이나 평판에 어긋나게 터무니 없게 높거나 낮은 평가를 주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평가자를 은근히 무시하는 태도는 좋을 것이 없습니다. A팀장은 무슨 깡으로 저런 태도를 보일까, 믿는 곳이 따로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팀장이 저런 태도를 보이니 옆팀 팀원들도 저희 상사님의 지시를 받는데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일때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사실 상사님의 리더십 문제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원이 아니더라도 강력하게 그룹장 포지션을 밀고 나가던가, 아니면 조금 겸손(?)하게 나가던가 해야 하는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5.

다시 말속의 뼈로 돌아가면, 중언부언 하는 말속에서 '어?'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부서가 나아가는데 딴지를 거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없느니만 못하다. 차라리 없으면 다들 조금 일을 더하면서 커버가 되지만, 딴지를 걸고 훼방을 하면 조금 일을 더하는 정도가 아니라 방해가 된다."

구조조정 없을거라고 부서원들을 안심시키는 자리에서 왜 갑자기 저런 이야기를 하나 생각을 했습니다만...


아, 이 양반이 하반기 구조조정이 있으면 A팀장을 내치려고 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만약, 구조조정이 있더라도 현재 인원으로 대규모는 어려을테고 임원 및 팀장급 물갈이 되는 선이 되지 않을까 생각 되는데..

상사님은 이런 기회(?)가 온다면 자신은 살아남고 A팀장을 밀어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구나...


제가 이 팀으로 옮겼을때, 퇴사하는 전임자가 '그룹장님은.. 구렁이 열마리쯤 마음속에 키우고 있는 양반이다. 속을 알 수 없다.' 라는 말을 했는데, 그게 이런 뜻이었구나 싶네요.


물론, 상사님은 이런 뜻이 아니었는데 저 혼자 오바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올 하반기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여름휴가 다녀왔는데 '구조조정대상입니다..' 이런 메일 와 있으면 멘붕.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90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442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3284
123426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1993) catgotmy 2023.06.11 159
123425 이런저런 이슈들 [12] 메피스토 2023.06.11 502
123424 [핵바낭2] 존 윅 보기 좋은 주말입니다 [7] 로이배티 2023.06.10 376
123423 (예능 바낭) 나는 SOLO 9기 방송. [4] 왜냐하면 2023.06.10 365
123422 [핵바낭] 확실히 이제 밤을 새우는 건 무리네요 [12] 로이배티 2023.06.10 429
123421 레알과 바르셀로나가 바이언 흔드네요 daviddain 2023.06.10 124
123420 OTT에 대해 catgotmy 2023.06.10 144
123419 여기서 인종차별 논쟁이 다 무슨 소용일까요 아이고~ [16] Sonny 2023.06.10 683
123418 내가 좋아하는 작품에 숟가락 올리는게 싫은 마음 [5] 분홍돼지 2023.06.10 426
123417 '목로주점'(1877) [15] thoma 2023.06.10 269
123416 외국인들과 공격성 [11] 여은성 2023.06.10 536
123415 이젠 하다못해 샘 오취리 실드도 등장하네요. [5] 분홍돼지 2023.06.10 547
123414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을 보다가 말고 catgotmy 2023.06.10 186
123413 프레임드 #456 [2] Lunagazer 2023.06.10 85
123412 궁극의 엔터테인먼트 머신 만들기 [6] skelington 2023.06.09 377
123411 산딸기 먹어본 사람 있나요 [8] 가끔영화 2023.06.09 287
123410 프레임드 #455 [6] Lunagazer 2023.06.09 112
123409 한국은 개인주의가 약해서 그렇습니다 [4] onymous 2023.06.09 629
123408 졸린 오후 이강인 ㅡ 아틀레티코 정리 기사 [3] daviddain 2023.06.09 202
123407 어쩌다 마주친 그대 차정숙 나쁜엄마 왜냐하면 2023.06.09 27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