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산의 부장들. 건조한 느와르로 깔끔하게 잘 만들었더라구요. 역사적인 배경을 모른 채 어느 마피아 조직의 권력투쟁 스토리로 생각하고 봐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지만, 특히 '박통'의 이성민 배우는 기대를 뛰어넘는 것이었어요.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의 패기 마저도 이미 옛날 옛적에 사라진, 말년에 가진 것 지키느라 전전긍긍하는 초라한 권력자의 모습. 

2인자 둘이서 대놓고 찌질하게 싸워대는 장면이나, 김규평(이병헌, 아마 김재규)의 우왕좌왕 하는 모습, 마치 봉준호 영화의 등장인물처럼 철푸덕 엎어지기도 하는 그런 장면들도 재미있었어요, 폼 깨나 잡고 있는 그들의 속성을 풍자하는 듯한..   

김규평이 '우리가 혁명을 왜 했습니까!'라고 묻는 장면이 있는데, 진짜 좀 물어보고 싶더라고요. 왜 했나요..? 

영화가 끝난 뒤 대학생 정도 되는 관객들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수군거리면서 나가기도 했어요. 폭넓게 대중성을 가지기에는 드라마가 살짝 부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 설날 씨름대회. 어릴 땐 명절 때 TV에 씨름 틀어놓는 게 왠지 그냥 싫고 그랬는데.. 이번 설에는 씨름 중계를 다 찾아 봤습니다. 근데 태백급은 연휴도 시작되기 전날인 23일에 이미 다 해치웠더라고요? 개회식도 그 다음날인데ㅋㅋ 음 이거 약간 찬밥 취급인 건지. 아무튼 금강급 경기만 좀 봤는데.. '씨름의 희열'이 아무리 상금이 걸린 대회 컨셉이어도 결국 예능은 예능이구나 싶더군요. 실제 경기는 더 살벌한(?) 느낌이었어요. 자세 싸움 하다가 경고도 많이 받더라고요.

관객석은 2천석이 가득 찼는데, 방송 영향도 있겠지만 요즘도 큰 경품이 걸린 씨름대회는 객석이 많이 찬다고는 들었어요. 설날, 추석 대회는 제일 큰 대회니까 옛날에는 송아지도 주고 그랬는데, 요새는 자동차 세탁기 등등 준다고. 다만 여성 관객들의 환호성이 많이 들리는 건 달라진 점 같더군요.ㅋㅋ

선수들의 손바닥만한 씨름 팬티를 꼼꼼하게 지역 특산물 광고판으로 활용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제주도청 삼다수, 영암군청 황토 고구마, 태안군청 6쪽 마늘.. 

 

'씨름의 희열'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아 보였던 최정만 장사가 의외로 예선 탈락한 가운데, 결승전은 전통의 강호인 이승호-임태혁의 대결이었습니다. 

와.. 그냥 화끈하더군요. 둘다 성격상 지루한 자세 싸움도 없고 시원하게 속전속결, 호루라기 불자 마자 공격적으로 맞붙어서 서로의 주특기를 마구 퍼붓는 식이었어요. 1,2판을 한 판씩 가져간 가운데 3,4판이 인상적이었는데, 임태혁 장사가 자신만의 기술인 '등샅바 밭다리'를 비롯, '앞무릎+차돌리기'를 시도하는 모습도 보이더라고요. 아마 승패에만 집착했다면, 이승호를 상대로는 섣불리 쓰지 않았을 기술일지도 모르는데.. 선수들이 경기 자체를 재미있게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이었어요. 

(경기 영상: https://youtu.be/K65FcIpr8FQ)


씨름의 희열 8회는, 처음으로 편집 때문에 짜증이 나는 회차더군요.ㅋㅋ 아니 매주 꼬박꼬박 한 조씩 다 보여주더니, 새삼스레 왜 끊기 신공을 펼치냐고요? 

아무래도 황찬섭 선수가 위험해 보이는데.. 경우의 수를 따지자면 아마 손희찬 선수를 2:0으로 이겨야만 하는거 아닌가 싶어요.

D조는 그동안 깨알 리액션 담당이기도 했는데, 자기들이 경기를 하다 보니 왠지 방송이 조용한 느낌이더군요.ㅋㅋ

예고편에서 보니 박정우 장사가 이승호 장사랑 경기를 하던데 또 잘하는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의성군청 연구실에서 또 무슨 연구를 해왔을지..   

설날 특집방송도 재탕 영상이 많긴 했지만 은근히 재미있더군요. 점잖아 보였던 선수들이 입담도 있고, 너도나도 윤필재 선수 흉내내기 하는데 빵터짐.ㅋㅋ  







6viPfhP.gif

(공격과_방어.gif)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0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6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74
123338 진짜루... 왜냐하면 2023.06.01 212
123337 오발령과 비사격 [2] Sonny 2023.06.01 575
123336 십수년만의 콘서트 관람 - 백예린 ‘SQUARE' [3] skelington 2023.06.01 344
123335 머라이어 캐리 Fantasy(1995) [1] catgotmy 2023.06.01 169
123334 유월 시작을 분노로. [8] thoma 2023.06.01 504
123333 연극 [벚꽃동산]을 보고 왔습니다 [4] Sonny 2023.06.01 247
123332 모기장 칠 때가 됐네요 [1] 가끔영화 2023.06.01 135
123331 [웨이브바낭] 척 노리스 영화를 처음으로 각잡고 봤습니다. '델타 포스' [6] 로이배티 2023.05.31 357
123330 프레임드 #446 [4] Lunagazer 2023.05.31 103
123329 [인어공주](2023) 보고 왔습니다 [5] Sonny 2023.05.31 790
123328 [인어공주](1989) 봤습니다 [2] Sonny 2023.05.31 386
123327 근황 [6] 칼리토 2023.05.31 474
123326 2010년대의 미국 대중음악 [2] catgotmy 2023.05.31 253
123325 북한에 대해 [5] catgotmy 2023.05.31 413
123324 오랜만에 안반가운 위급재난문자 [10] 예상수 2023.05.31 742
123323 [게임바낭] 플랫포머 게임 둘 엔딩 봤습니다. '플래닛 오브 라나', '서머빌' [1] 로이배티 2023.05.30 232
123322 Peter Simonischek 1946-2023 R.I.P. [1] 조성용 2023.05.30 153
123321 오늘 마지막 글: 윤석열은 죽을때까지 간호 못받았으면 좋겠네요 [2] 예상수 2023.05.30 548
123320 프레임드 #445 [4] Lunagazer 2023.05.30 105
123319 우주는 어떻게 끝나는가 [3] catgotmy 2023.05.30 26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