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페이스북을 보며

2020.01.29 05:53

어디로갈까 조회 수:1033

1. 은사님이 십여 년 간 운영하던 페이스북을 접으셨네요.  활발한 활동은 아니었으나, 가끔 올라오는 글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던 계정이었기에 시무룩해집니다.
마지막 공지글로 봐서는 온라인 속성에 염증을 느끼신 듯해요.  페이스북에서 유난떠는 몇몇 지식인에게 질려버리신 듯. 
그래서 해보는 생각. '소통하고 싶다'는 말, 그건 짐짓 전적인 개방의 제스처인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죠. 어떤 코드로 소통하고 싶다는 단서같은 게 있는 셈이고, 그게 또 이상한 일이 아닌 것입니다.
다만 당신이 가졌던 희망 때문에 갖는 당황감이나 약간의 환멸로 우울해하시는 모습은 안타깝습니다. 식사 대접을 할 시점인가 싶어요. 뭐 그런 자리 때마다 거절은 않으시고 "건방진 놈~" 쥐어박는 소리만 하시지만. - - 

2. 며칠 잠이 부족했기에 깊이 잘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툭 끊기고 말았어요. 어제 종일 커피를 끊었는데 카페인 결핍 때문에 불안해서 그런 걸까요. 
삶을 도모하는 방법이란 게  원하지 않더라도 나쁜 평가를 받는 외부의 물질도 유입해야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생존의 이런 조건을 의식에 적용하면, 무엇인가에 눈길을 주는 일이 관건이 되죠. 무엇이든 눈 속으로 들여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바라보는 겁니다.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죠. (듀게질하는 이유. - -)

3.소중한 것은 단념하기 어려워요. 그러나 때로는 소중한 것에 대한 집념이 단념의 형식을 띠기도 합니다.  "그렇게 살았다..."고 말하려면, 수십 년쯤의 인생 서사는 들먹일 수 있어야 한다, 고 생각해요.  선생님이 언급한 몇몇 지식인들 - '이렇게 살아야지'라고 가르치는 글들- 을 떠올리노라니 더 그런 마음입니다. 
문득 시 한 편이 떠올라서...

때때로/ 헤르만 헤세

때대로 한 마리 새가 울 때,
혹은 바람 한 점 나뭇가지에 불거나
개 한 마리 아주 먼 농가에서 짖을 때
그때 나는 오래 귀기울이고 침묵해야 하리.

내 영혼은 되돌아 날아가
수천 년 전 잊혀진 그때,
새와 바람이 나와 비슷하고 내 형제였던
그날로까지 날아간다.

내 영혼은 한 그루 나무가 된다.
한 마리 짐승과 구름떼가 된다.
모습이 변하고 낯설게 되어 돌아와
나에게 묻는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1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11490
112025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한국 기레기들 근황 [4] ssoboo 2020.02.18 1154
112024 네트에 사는 사람 [4] 예정수 2020.02.18 577
112023 늙는다는 것과 의자 이야기 [15] 겨자 2020.02.18 1052
112022 피케티의 대안 - ‘참여 사회주의’ ssoboo 2020.02.18 378
112021 조선일보 기레기가 친 사고 [2] ssoboo 2020.02.18 873
112020 [영화바낭] '이시국'에 맞게 봉준호의 데뷔작 '지리멸렬'을 봤어요 [2] 로이배티 2020.02.18 658
112019 스포일러] '섹스 앤 더 시티 2', '어제 뭐 먹었어' 15권, 존 그립 [7] 겨자 2020.02.18 554
112018 미통당, 미한당... 헷갈리긴 하네요. [1] 가라 2020.02.18 632
112017 씨름의희열... 스포... 이제 생방만 남았네요. [5] 가라 2020.02.18 302
112016 코로나19 낙관론 [11] 어제부터익명 2020.02.17 1316
112015 난 널 닮은 다른 사람을 절대 찾지 않을거야 가끔영화 2020.02.17 344
112014 [듀9] 소설 제목을 찾습니다 [1] 부기우기 2020.02.17 2438
112013 아이즈원, 피에스타 MV [4] 메피스토 2020.02.17 400
112012 (바낭) 골프 치시는 분 계시나요? [17] chu-um 2020.02.17 582
112011 [영화바낭] '주전장'을 봤어요 [6] 로이배티 2020.02.17 632
112010 CJ CGV주식을 정리했습니다. [8] S.S.S. 2020.02.17 1229
112009 1917 친구랑 같이 보러가도 될까요? [6] 산호초2010 2020.02.17 618
112008 레이디스 코드가 계약 만료 후 해체되었네요 [4] 모르나가 2020.02.17 780
112007 구닥다리 태블릿과 이어폰이 휴대폰 두배의 음향으로 가끔영화 2020.02.17 319
112006 “기생충 오스카 4관왕은 노대통령 덕” [10] ssoboo 2020.02.17 160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