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층간 진동에 대해 글을 썼는데 오늘도 엄청 울리고 있어서 고통을 잊고자 또 글을 씁니다.

처음 진동을 감지한 이후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고 몇 주째 계속 되자 진동 자체에 대한 고통 외에 바로 느낀 것은 고독감이었습니다. 
아...... 이거 정말 쉽지 않겠구나, 이런 종류라면 다른 사람은 잘 못 알아채거나 참으라고 할 것 같다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예상했던 반응 그대로였습니다.
아주 묵직한 중저음 진동이 쉬지 않고 계속 되는데 어떤 특정한 소리가 전혀 없으니 증명을 할 도리가 없는 겁니다. 
이게 또 10분, 20분 정도는 멈췄다가 엄청 심해졌다가 약간 잦아들고 해서 경비원분들이 체크하러 오셨을 때는 잘 감지를 못하셨습니다. 
오늘도 낮부터 진동이 시작돼서 관리사무소에 연락했는데 찾아오신 직원분이 젊은 분이어서 잔뜩 기대를 했더니 
웬걸, 이분은 전혀 모르겠다고 하시는 겁니다. 

둘 다 마스크 쓰고 우두커니 서있다가 "어때요, 진동 느껴지시죠?" "......아니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 작은 방에 들어가 보세요. 더 잘 느껴져요." "하;;;;; 저는 아무것도 못 느끼겠어요."  
다른 방으로 가서 둘이 또 우두커니 서있다가 "아니 저는 진동이 너무 심해서 머리가 멍멍한데 아무것도 못 느끼신다고요? 
( 웃음을 섞었지만 거의 우는 소리로 )" " 네; 저는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사회적 거리 유지하며 둘이서 대환장 파티 ㅠㅠㅠㅠㅜㅠㅜㅠㅠㅜㅜ

정말이에요, 정말이라고요, 몇 시간 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울려대고 있다고요.
아무 소리 없이 중저음만 계속되고 귀로 뭔가 들리는 게 아니라 골이 직접 울려대니 진짜 나한테만 들리는 건가? 환청인가? 이명 현상인가? 하고 
이제 나 자신을 의심하는 지경이 됐습니다. 
내가 나도 모르게 소머즈가 됐나? 소머즈 모르시는 분들 많겠죠. 있어요, 그런 거. 기계 귀를 가진 초능력 요원 옛날 미국 드라마.

밤에 또 엄청 울려대기 시작해서 비상 계단으로 오르락 내리락 해봤습니다. 복도에서는 다른 소음이 너무 많아서 모르겠는데 
비상 계단 출입문에서 제가 느끼는 진동과 비슷한 것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웅-웅-웅-웅-웅- 
한 층 한 층 올라갈 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아서 계속 올라갔습니다.

제가 사는 층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옆 집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문 밖에 한동안 그냥 내놓습니다. 
다른 옆 집은 식구가 여러 명인데 대문을 쾅쾅 닫고 다닙니다. 그 폭탄 터지는 듯한 굉음을 하루에도 십여 차례 이상 견뎌야 합니다. 
경비실, 관리사무소에 여러 번 민원을 넣었는데도 소용 없습니다. 
또 다른 집은 대문에 붙은 전단지를 모두 바닥에 버립니다. 미화원이 치운다 이거죠.

비상 계단으로 올라가 보니 다른 층들은 더 가관이었습니다. 우리 층에도 금연 주의문이 붙어 있긴 한데 
다른 층들에는 담배꽁초, XX침 뱉지 마세요! 라고 사진까지 찍어 유인물을 붙여 놓았습니다. 우웩. 
더 올라가니 먼지를 뒤집어 쓴 쓰레기, 폐기물들이 잔뜩 쌓여 있었습니다. 비상계단에 물건을 쌓아두지 말라는 경고문을 붙여 놨지만 
물론 아무도 치우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자전거들은 왜그리 난간에 붙들어 매놨는지. 경고문들이 붙어 있고 
바퀴에 바람도 빠진 것들도 있는 걸 보니 사용하지 않는 자전거들임이 분명했습니다. 대부분 안장들이 빠져 있는데 
이건 주인들이 그런 건지 관리사무소에서 그런건지? 

더 올라가니 더 기가 막힙니다. 여기에 소변 보지 마세요!! 경고문. 층마다 가지가지 하는군요? 
혹시 옥상 쪽에 아파트 전체에 진동을 주는 뭔가가 있나 해서 맨 윗층까지 올라갔습니다. 맨 윗층에는 전등이 없어서 컴컴했는데 
거기에도 붙어 있는 빨간 줄의 경고문. 여기는 소변보는 곳이 아닙니다!! 아니 왜 꼭대기까지 가서 노상방뇨를 하는 겁니까?
그 옆에 위험!!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써있는 문이 있어 여기가 옥상으로 통하는 문인가 보다 하고 문을 열었는데-- 
초저녁의 옅은 코발트색 하늘 풍경이 펼쳐질 줄 알았더니 정말 아무 것도, 한 점 빛이 없는 검은 구덩이여서 바로 문을 닫고 얼른 내려왔습니다. 
순식간에 콧속을 메우던 그 먼지 냄새. 빨려 들어 가는 줄 알았던 어둠. 옥상은 한 층 더 올라가야 하는 거고 거기는 무슨 기계실이었나봐요.

그리고 다시 들어온 집에서 중저음에 짓눌리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제 저는 우리 층 주민들이 양반네들이었네~하고 이 상태에 만족해야 합니까?
조금만 신경쓰고 조심하면 모두가 훨씬 더 쾌적하게 살 수 있는데 왜왜왜 왜 그럴까요? 저는 담배 연기와 각종 소음을 싫어해서 저부터 주의하는 편인데 
다른 사람들은 아닌가 봅니다. 뭐 나는 별로 신경 안 쓸테니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자고! 
비상계단에서 담배 피우고 침 뱉고 층마다 노상방뇨하고 영원히 안 탈 자전거는 폐기 비용 아까우니 난간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을게, 안장은 빼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산다고 생각하니 아득합니다. 한 사람이 이 모든 짓을 한다치면 그것도 역시 끔찍하군요.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며칠 전에는 악몽을 꾸었습니다. 꿈을 자주 꾸진 않지만 높은 곳에서 떨어질 뻔 한다든지 하는 게 악몽이었는데 
이번에는 길거리에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요. 락다운된 거였죠. 바로 그 다음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한 밀집 공간에 있었는데 
그만 제가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어요. 손으로 입과 코를 틀어막고 사람들 몸에 닿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그 곳을 빠져 나가려고 헤맸습니다.
어디선가 자꾸 기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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