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3시즌짜리 시리즈이고 시즌당 에피소드는 열 개씩. 편당 30분 내외의 시리즈입니다만, 일단은 시즌 1까지만 보고 적는 글이고 결말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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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블 데드 시리즈는 매번 결말이 괴상하게 끝났고, 특히 3편 결말을 생각하면 뭔가 좀 앞뒤가 안 맞는 느낌이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애쉬는 시골 마을 전자제품 매장에서 알바급 평직원 일을 하며 캠핑카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괴상할 정도로 자신감만 쩔어서 맨날 대마초 들이키고 동네 술집에서 여자 꼬시고 뭐 그러고 노는데... 그러다 어느 날 꼬셔서 차에 데려 온 여자가 애쉬의 '죽음의 책'을 발견하고는 읽어달라 그러고. 아무 생각 없는 인생이 모토인 우리의 애쉬찡은 그걸 우렁차게 읽어버려서 결국 다시 악마를 깨워 버리는데...



 - 편당 30분 내외라는 시간을 보면 아시겠지만, 호러를 빙자한 시트콤에 가까운 시리즈입니다. 사실 이블 데드 시리즈의 애쉬는 편마다 성격이 많이 달라졌는데 이 시리즈의 애쉬는 2편의 애쉬에 가까워요. 인생이 느끼한 개그인 캐릭터죠. 상당한 수위의 고어가 강물처럼 흐르고 나름 비중있게 묘사되던 인물들이 가차 없이 죽어 나가는 와중에도 늘 애쉬는 여유롭게 느끼한 아재 개그들을 치고 그래서 이 시리즈는 '개그물'이라는 근본을 깔고 갑니다.

 그리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좀 '악취미' 유머들이 많다는 거. 방금 전까지 정서적으로 교류하던 든든한 아군의 육체를 뭉개고 자르고 터뜨리면서 천연덕스럽게 썰렁 개그를 치는... 이런 식의 전개가 많으니 이런 취향 아니신 분들은 멀리하시는 게 좋아요.



 - 동시에 아주 확실한 추억팔이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배경은 분명히 21세기지만 드라마 속 보여지는 풍경들만 봐선 영화 시리즈가 나오던 80년대가 배경이라고 생각하고 봐도 전혀 위화감이 없어요. ㅋㅋ 애쉬 캐릭터야 뭐 배우까지 그대로 그 시절 스타일 드립들을 전혀 시대 업데이트 없이 (그래서 성희롱성 조크도 꽤 많습니다) 쳐대고 있고. 상대해야할 적들도 대략 그 시절 그 스타일과 디자인, 정서 그대로구요. 결정적으로 이야기와 연출이 굉장히 의도적으로 '옛날 이블 데드 영화' 수준과 스타일에 맞춰져 있습니다. 특히 시즌 후반으로 갈 수록 '옛날 이블데드'스러움이 강해져서 팬으로서 반갑고 좋더군요.



 - 단점을 꼬집자면 엄청 많은데 그게 뭐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뭐 예를 들면 스토리가 대충 건성이죠. 그냥 80년대 B급 호러 무비들의 평균적인 개연성 정도랄까요. 인물들 성격도 행동도 그냥 에피소드 따라 작가 목적에 맞게 확확 변화하고 어떤 세계관이랄까.... 이런 것도 그냥 아무 생각이 없는 수준에다가 캐릭터들에겐 내면이란 게 없어요. 애쉬와 함께하는 동료 캐릭터들도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구요.

 그러다보니 이야기가 싱겁습니다. 아니 뭐 뭐가 어떻게 되었든 결국 애쉬의 전기톱과 샷건으로 다 처리 될 거라 긴장감도 없구요. 그래도 어떻게든 긴장감을 만들어 보려는 노력도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약간 애쉬 팬보이들이 만든 시리즈 같기도 해요. 자기들끼린 재밌을 거고 시리즈를 많이 사랑하는 팬들도 킥킥대며 잘 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 을 우리가 알 게 뭐람!!? 이라는 마인드랄까. ㅋㅋ


 암튼 애초에 시작부터 '당연히 그럴 것 같은 분위기'로 밀어붙이는 시리즈라서 보고서 불평하느니 그냥 그런 부분에 아쉬운 느낌을 받을 거면 안 보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ㅋ



 - 대충 정리하겠습니다.

 원조 이블데드 시리즈의 팬이면서, 그냥 딱 그 시절 그 스타일을 즐기고 싶으신 분. 애쉬 캐릭터를 사랑하시는 분. 엉망진창으로 폭주하는 가벼운 스플래터 코미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보세요.

 이블데드 시리즈에 별 애정이 없으시거나, 애정은 있는데 21세기에 맞는 업데이트를 바라시거나, 뭐가 됐든 깔끔한 완성도를 바라시거나... 이런 분들이라면 관심을 두지 않으시는 게 인생에 이롭습니다.

 그리고 뭐... 팬이라도 해도 좀 아쉬울 순 있을 거에요. 이 시리즈에는 당시 영화판 1, 2, 3에 있었던 '총기 넘치는 능력자가 넘쳐나는 아이디어를 감당하지 못 해 이리 튀고 저리 튀는' 느낌 같은 건 없거든요. 그냥 캐릭터, 분위기, 이야기를 다시 살려내서 어떻게든 이어가는 정도랄까요. 그 정도라도 감지덕지인 저같은 팬에겐 정겹고 좋은 시리즈이긴 합니다만.




 + 이렇게 적어 놓으니 되게 허접하게 만든 드라마라고 얘기하는 것 같은데 그렇진 않습니다. 네. 의외로 기술적 완성도는 상당히 멀끔해요. 일부러 80년대 원조 이블데드 느낌을 내려고 허접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긴 한데 그 외엔 cg든 사운드든 모자란 구석은 없습니다. 호러도 뭐, 진짜로 '무서운' 느낌이 드는 장면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막판 가면 나름 제대로 만들어진 장면들도 종종 나오고 그럽니다.


 ++ 브루스 캠벨은 이 시리즈만 보고 있으면 연기를 잘 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 참 알 수가 없습니다. ㅋㅋ 애초에 이블데드 1편이 나올 때 브루스 캠벨은 샘 레이미와 함께 영화를 만들던 패거리였고 주인공으로 연기를 하게 된 이유는 단지 제작비를 아껴야 하는데 그 패거리들 중 유일하게 배우를 할 만큼 잘 생겨서... 였다고 하죠. 그래서 사실은 상당한 발연기를 하고 있었던 건데, 이 시리즈의 목표가 '그 시절 그 느낌 재현'이다 보니 정말 연기가 당시랑 똑같거든요. 그리고 애초에 '애쉬' 캐릭터의 매력 중 상당 부분은 그 브루스 캠벨의 모자란 연기에 뿌리를 두고 있기도 하니... 뭐 암튼 애쉬는 정말로 애쉬입니다. 그 시절 그 애쉬요. ㅋㅋㅋㅋㅋ


 +++ 사마라 위빙이 시즌 막판에 몇 에피소드만 출연합니다. 나와서 그냥 소리만 지르다 끝나는 역할이지만 그래도 예쁩니다!!!!!!


 ++++ 샘 레이미가 제작자로 참여했지만 각본도 안 썼고 연출도 1화 딱 한 편만 했습니다. 그래도 연출자들이 다 레이미 팬이라도 되는 건지 그 시절 레이미의 특징적인 연출들이 종종 튀어나와서 나쁘지 않았어요.


 +++++ 시즌 3까지 나오고 이후 시즌이 '캔슬'된 경웁니다. 깔끔한 완결은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지만 그래도 시리즈 팬이니까 봅니다. 어쩌겠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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