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작이구요. 런닝타임은 1시간 35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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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24... 또 너였습니까. ㅋㅋㅋ)



 - 주인공 미아는 2년 전 엄마를 잃고 아빠랑 둘이 살아요. 아직도 엄마를 잃은 슬픔 때문에 늘 울적하고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가족처럼 지내는 친구 제이드와 어린 동생 라일리 덕에 그럭저럭 살만 하네요. 문제는 얘들이랑 같은 학교 다니는 양아치 친구들입니다. 얘들이 얼마 전부터 어디선가 득템한 신기한 사람 손 모양의 아이템을 갖고 유령 빙의 놀이를 하며 sns 영상으로 올려대는데, 미아가 여기에 관심을 갖게 된 거죠. 그래서 미아는 제이드를 조르고, 라일리까지 데리고서 빙의 놀이 현장에 놀러가고. 당연한 수순으로 자기가 직접 그걸 해 봅니다. 근데 이게 훼이크가 아니었네요! 정말로 귀신이 보이고, 자기 몸에 들어와 어찌저찌 하다가 나가는 걸 다 느껴요. 근데 그게 희한하게 기부니가 좋습니다? 그래서 그런 거 기분 나쁘다는 제이드를 마구 설득해서 아예 그 양아치들을 집으로 불러 돌아가며 빙의 놀이를 하는 괴상한 파티를 벌이는데. 당연히 여기에서 심대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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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Z세대의 분신사바!!! 그리고 지나치게 성능이 좋은 저 손이 보이구요. 곧이어 펼쳐질 불행을 알지 못한 우리 비련의 주인공 미아씨도 보입니다.)



 - 현실엔 존재할 리가 없는 놀이를 소재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왜냐면 이 이야기엔 저 사연 깊은 손이 꼭 필요하고 저런 게 아무 데나 굴러다녀서 아이들이 쉽게 구할 수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하지만 그 부분을 잊고 생각한다면 결국 분신사바나 위저보드 놀이를 하다가 진짜 귀신이 들렸어요... 라는 식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흔한 이야기입니다. 와! 이렇게 흔한 설정으로 영화를 만들 생각을 하셨다니 님 자신감 좀 쩌시는 듯? 이란 생각도 들지만 괜찮습니다. 잘 만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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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러 영화의 주인공들은 당연히 개고생이 디폴트이지만 그 중에도 유난히 주인공을 괴롭히는 류의 영화들이 있죠. 이것도 그렇습니다.)



 - 일단 그 손을 갖고 귀신을 소환하는 놀이가 썩 괜찮습니다. 촛불 켜고, 그 손을 마주 잡고 '내게 말 해 봐' 라고 말하면 귀신이 보인다. '널 받아들일 게' 라고 말하면 귀신이 자신에게 빙의된다. 이때 90초 안에 손을 떼어내고 촛불을 꺼야 하는데, 시간 안에 정리하지 못하면 귀신이 그 사람에게 붙어 버린다... 로 끝이에요. 룰이 심플해서 이해하기 쉽고 또 굉장히 신속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빠르게 풀어낼 수 있구요. 결정적으로 연출이 박진감 있습니다. 예전에 듀게에 어떤 분이 예고편을 올려주셨던 기억이 있는데, 그 때 허허 이것 참 재밌어 보이네... 라는 생각을 하고 기억해두게 된 것도 요 귀신 소환 장면의 박력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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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찍으며 즐기기에 여념이 없는 우리 젊은이들. 이래서 Z세대 놈들이란... ㅉㅉㅉ)



 - 다음으론 드라마와 캐릭터들, 그리고 캐릭터들간의 관계를 잘 짜놨습니다.

 이 영화 최악의 빌런은 미아 본인입니다. 설정만 봐도 딱 그렇잖아요. 선택의 기로에 서면 설 때마다 언제나 정확하게 오답을 찍어내는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인데 이게 주인공이에요. 보면서 짜증이 나겠습니까 안 나겠습니까. ㅋㅋㅋ 하지만 이 양반이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이 캐릭터의 심리 묘사와 상황 설정을 통해 충분히 설득력 있게 풀어줘요. 그래서 보다 보면 화도 나고 갑갑하지만 동시에 측은해진단 말이죠. 그리고 그렇게 감정 이입이 되면 이 뻔한 이야기가 참으로 절절한 멜로 드라마가 되고. 덕택에 서스펜스가 강해집니다.


 덧붙여서 미아의 이 본의 아닌 진상질에 희생되는 주변 사람들도 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드라마가 있고 그런 배경에 어울리는 행동들을 해요. 그리고 그게 자연스럽게 이 영화의 클리셰 그 자체(...)인 스토리와 어울리며 개연성을 만들어 줍니다. 이러면 이게 결국 클리셰가 클리셰가 아닌 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별 야심 없이 만들어진 B급 호러 무비라는 영화의 정체성을 생각하면 상당히 세련되고 깔끔한 각본이라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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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같이 다 기능적인 캐릭터들이지만 그걸 사람 냄새 나도록 잘 다듬어 놓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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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거의 빌런처럼 등장했던 절친 엄마님... 인데. 알아 보시겠습니까? 에오윈님이세요.)



 - 그래서 참 뻔한 이야기를 괜찮은 아이디어와 설득력 있는 디테일로 풀어낸 잘 만든 호러 소품이다... 라고 간단히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만. 제 입장에선 좀 부담스러웠던 게요.

 불쾌한 방향으로의 자극과 스트레스가 많이 강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게 장면 연출에서나 이야기 전개에서나 양쪽으로 다 그래요.

 끔찍하게 디테일한 사지 절단 같은 것 없이도 참으로 구경하기 부담스러운 폭력 장면을 만들어내는 재주를 영화 내내 뽐내 주고요. 이야기 전개 측면에서도 계속... 불쾌하고 짜증이 납니다.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거의 모든 상황에서 언제나 최악의 선택만 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라구요. 근데 그 '최악의 선택'이 정말 거침 없이 점층법으로 강력해지다가 결국엔 극단까지 가거든요. ㅋㅋㅋ 그게 그 와중에 납득이 되고 개연성도 충분하기 때문에 더 스트레스에요. 결과적으로 보는 내내 으아... 제발 하지마. 그만 하라고. ㅠㅜ <- 이런 기분으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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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컬러 써클 렌즈와 필사의 미소 하나로 호러 완성. 요즘엔 웃는 얼굴이 호러 쪽 트렌드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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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고통류의 장면들... 이 많이 나오는 건 아닌데, 나올 때마다 임팩트 충분하게 잘 써먹습니다.)



 - 결론이 어제 얘기했던 '만분의 일초'와 좀 비슷해지는데요.

 담고 있는 이야기는 전통과 역사의 클리셰급 스토리 그 자체입니다. 한 10분만 보고 등장 인물 전원의 소개가 끝나고 나면 얘는 어떻게 되고 쟤는 어떻게 되고 영화의 엔딩은 대략 어떻게 될 것이고... 이런 게 빤히 다 보이거든요. 근데 그 뻔한 이야기를 설득력 있는 디테일로 뒷받침하고, 주인공 드라마를 공감할 수 있게 펼쳐 주고, 거기에다가 호러 장면들도 참 평범한데 효과적으로 잘 만들어 넣으니 뻔해서 오히려 더 잘 먹히는 이야기가 된 거죠. 뭐 그렇구요.

 탄탄하게 잘 만든 소품 호러 영화가 땡기실 때 한 번 보시면 괜찮을 겁니다. 다만 관람 스트레스가 좀 강력한 편이라는 건 감안을 하시구요. ㅋㅋㅋ 재밌게 잘 봤습니다만. 음... 아뇨 뭐, 잘 봤습니다. 끝이에요.




 + 주인공 절친 제이드양은 정말 보살입니다... ㅠㅜ



 ++ 요즘 호러 영화답게 'sns에 빠져 사는 Z세대놈들'의 문화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요소들이 꽤 있어요. 아주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서 중반 넘어가면 조용히 사라집니다만.



 +++ 어찌보면 청소년 마약 문제에 대한 우화 같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빙의 체험을 묘사하는 방식이 좀 그렇거든요. 여럿이 모여 파티하듯 즐기고. 위험해 보이지만 어쨌든 하고 나면 기분 짱 좋고. 하다 보면 절제를 잃고 남용하다 인생 망가지구요. 영화 중반부터 클라이막스까지 주인공이 겪는 후유증이나 저지르는 사고들도 마약 중독자 이야기로 바꿔 놓고 생각해도 별 위화감이 없습니다.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이런 이야기에서 '절대로 xx하면 안돼!' 라는 규칙은 필수이고. 또 그 규칙을 주인공이 어겨주는 것 역시 필수 요소 아니겠습니까. 미아는 첫 시도부터 제한 시간 90초를 넘겨 버리는 사고를 치고. 처음엔 멀쩡하지만 점차 귀신들을 보게 돼요. 하지만 뭐 개꿈이려니... 하고 오히려 그 아이템 소유주들을 절친 제이드의 집에 불러다가 계속 번갈아가며 빙의 놀이를 하는 빙의 파티까지 벌입니다. 문제는 그걸 내내 구경하던 제이드의 어린 동생 라일리가 '나도 시켜줘!'라고 졸랐다는 것이고. 평소에 라일리를 정말 아꼈던 미아가 마음이 약해져서 '그럼 50초만이다?'라고 조건을 걸어서 허락을 해버린다는 거죠. 그런데 라일리 몸 속에 들어간 귀신은 갑자기 미아 엄마의 말투로 미아에게 인사를 건네고. 몇 년을 그리워했던 엄마가 나타났다는 감격에 미아는 주변 친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90초를 아득하게 넘긴 2분여 동안 빙의를 유지시켜 버립니다. 그러자 라일리는 갑자기 단단 무거운 탁상 모서리에 자기 얼굴을 사정 없이 내려치고 눈알을 뽑아 내려는 등 피가 팡팡 터지는 자해를 하다가 병원에 실려가요.


 이 사건으로 미아는 제이드와 제이드 엄마에게 배척 당하게 되는데. 이 때부터 미아가 귀신을 보는 빈도가 높아집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사고를 치던 제이드는 본인 문제도 해결하고 라일리를 살릴 방법도 찾아 보려고 이 손의 원래 주인, 정확히는 주인의 유족(...)을 찾아갑니다. 비협조로 나오는 유족에게 본인 사연을 털어 놓으며 설득을 시도해 보는 미아입니다만. 조금 얘길 나누다가 "뭣이? 그 어린 애한테 그걸 시켰다고?? 니네 대체 뭐하는 자식들이냐!!?" 라고 혼만 나고 쫓겨납니다. 허허.


 얼굴이 거의 뭉개져서 병원에 입원한 라일리는 이후에도 빙의된 것 같은 행동을 보이며 자해를 하고. 미아는 이제 수시로 엄마 귀신(하지만 매우 수상한...)과 대화를 나누는 지경에 이르구요. 그래도 라일리를 살려 보겠다는 일념으로 과감하게 '아마 우리가 의식 끝낼 때 촛불을 안 꺼서 라일리가 이렇게 된 것 같다. 그러니 이걸 한 번 더 시킨 후에 촛불을 확실히 꺼 주자.' 라는 아이디어를 내고 제이드와 그 남친까지 설득해서 그렇게 해 보는데요. 결국 그 아이디어는 무위로 끝났고 갑자기 나타는 처음 보는 소녀 귀신의 인도에 따라 라일리의 극심한 고통만 확인합니다. 평소에도 라일리의 영혼은 수십 수백의 귀신들에게 붙들려 뜯어 먹히고 있다나요.


 그렇게 실패하고 울적하게 집에 돌아간 미아에게 아빠가 오랜만에 대화를 시도합니다. 엄마가 남겼지만 미아가 충격 받을까봐 숨겨뒀던 유서도 읽어주고요. 그런데 이 유서에 따르면 엄마는 우울증 같은 걸로 고통 받다가 자살을 했다는 거에요. 근데 미아가 만났던 엄마 귀신은 자기는 절대 자살한 게 아니라 그랬거든요. 그리고 여기에서 본인 마음 편할대로 엄마는 자살이 아니었다고 믿어 버리는 미아. 그리고 타이밍 좋게 출동한 엄마 귀신은 "저 아빠는 진짜가 아니라 아빠 흉내를 내는 귀신이다! 죽여야 해!!"라고 꼬시고. 결국 미아는 아빠의 목을 날카로운 가위로 찔러 버리고, 라일리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병원으로 출동합니다.


 병원에 간 미아는 챙겨 간 가위로 라일리를 죽일락 말락, 죽일락 말락 하면서 보는 사람 진빠지게 만들다가 결국 라일리를 휠체어에 태워 병원 앞 도로로 향하구요. 빈틈을 만들기 위해 라일리 집으로 유도 당했던 제이드는 그 곳에서 목을 찔려 죽을락 말락한 상태의 미아 아빠를 발견하곤 병원으로 돌아와 미아를 뒤쫓습니다. 그리고 미아는 이미 도로로 굴러떨어지기 딱 좋은 언덕에 도착한 상태구요. 놓을락 말락 고민을 하지만 이미 미아 눈에 라일리는 그냥 귀신으로만 보이고. 이때 나타나 자길 칭찬해주는 엄마 귀신이 시키는대로 휠체어를 놓아 버립니다.


 마침 그 앞을 지나가던 어떤 부부의 차 앞유리창으로 뭔가가 쾅! 하고 떨어지구요. 천천히 움직이는 카메라로 부딪힌 물체를 확인해 보면... 라일리가 아니라 미아였습니다! 그리고 언덕 위에서 라일리를 안고 엉엉 울고 있는 제이드를 보면 제이드가 미아를 밀어 버리고 동생을 구한 듯 하구요. 도로에 처참한 몰골로 쓰러져 있던 미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입니다? 귀신도 떨어져 나가고 몸도 다 나은 라일리가 퇴원하는 모습이 보이네요. 병원에 들렀다가 타박타박 걸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떠나는 아빠의 모습도 보여요. 근데 누구도 자길 보지 못합니다. 그러다 화면이 암전이 되고, 그게 서서히 밝아지고 나면 촛불이 보여요. 자신의 손을 맞잡고 있는 어딘가의 외국 사람 모습이 보입니다. 그 사람이 말 하겠죠. '내게 들어와 주세요.' 경악하는 표정의 미아를 짧게 보여준 후 바로 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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