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어벤저스에 평점을 주라면 98점은 될 것 같아요. 물론 절대적인 영화의 평가 기준에서는 아니지만, 프로젝트를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요. 이건 감독 마음대로 만들어도 되는 영화가 아니라 여러 가지 지침을 지켜가며 만들어야 하는 영화니까요. 높은 난이도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에 대한 점수도 감안해서 매겨야만 하는 영화예요.


 수많은 캐릭터들이 나와야만 하고, 캐릭터간의 시너지와 분량을 따져가며 적절히 퍼즐조각을 재배치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퍼즐조각이 없이 알게모르게 버프와 디버프를 가해야만 하죠. 그러면서 서사와 테이스트의 일정한 방향성을 유지해야만 해요. 자신이 다뤄보지 않은 퍼즐조각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만 하고요.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이 프로젝트를 누가 맡았든 이보다 잘 해내기는 힘들죠. 



 2.라스트 제다이가 쓰레기인 이유는, 감독이 스스로를 일개 영화 감독으로 여겼다는 점이예요. 하지만 아니거든요. 거대한 프로젝트에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점과 이어져야 할 점이 있어요. 물론 스스로의 능력이 그런 레귤레이션들을 뛰어넘을 수 있다면 질러버려도 돼요. 


 하지만 능력도 없으면서 자의식만이 가득한 사람, 프로젝트의 의미를 부감할 줄 모르는 사람은 나대지 말아야죠. 비싼 돈 주고 사와서 망쳐버린 스타워즈와는 달리, 마블 영화는 상당히 똑똑하게 이어져나가는 것 같아요. 얼핏 보면 감독을 부품으로만 쓰는 것 같지만 단독 무비에서는 감독들 나름의 개성을 꽤 살려주면서 영화를 만들고 있거든요. 



 3.어쨌든 부감하는 능력은 중요한 것 같아요. 부감하는 시야를 가지지 못하면 언제나 스스로에게 침잠되어서 징징대며 살 수밖에 없잖아요? 스스로에게만 연민을 느끼고 스스로의 기분만 중요하고 스스로에게 일어난 나쁜 일은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나쁜 일보다 특별히 더 나쁜 일이라고 믿으며 사는 상태...남의 시점을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상태 말이죠. '너희들은 특별한 나의 고민을 이해할 수 없어! 너희들은 씨발 모른다고!'라고 칭얼대며 살아가겠죠.


 그야 나도 징징거리기도 하고, 각각의 자극에 대한 역치나 반응은 개개인이 다르니 함부로 말할 순 없지만...어쨌든 자기 자신조차도 비웃을 수 있게 되어야 좋은 거죠.



 4.휴.



 5.주말에는 누굴 봐야 하나 했지만 결국 말았어요. 상대 쪽에서는 그 나이면 진지하게 작정하고 선을 보러 나오는 것일 테니까요. 적어도, 상대 쪽의 집에서는 말이죠. 그야 나도 나가면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그것이 저쪽의 진지함에 걸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어쨌든 그래서 주말엔 부평에서 지냈어요. 누군가의 집에 놀러갈 때마다 탈무드의 격언을 생각하곤 해요. 손님이란 것은 비와 같다고요. 비가 처음에 내릴 땐 모두가 좋아하지만 긴 장마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죠. '손님이란 비와 같다. 첫째 날에는 고기를 대접받고 둘째 날에는 콩을, 셋째 날에는 풀을 대접받는다.'였던가요. 뭐...나중에 기회가 되면 써보죠 이건.


 

 6.하아...뭐하죠? 어쨌든 '지금은' 지루하단 말이예요. 내일이 되면 끝날 지루함이지만 어쨌든 지금은 지금이란 말이죠. 지루함에 너무 집중하지 말아야겠어요.



 7.하아...지겹네요. 지겹다...예요. 중국판 프로듀스101인 창조101을 좀 봤어요. '중국에는 인구는 많지만 인재는 적다'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의외로 인재풀이 대단해서 놀랐어요. 내가 프로듀스101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거예요. 프로듀스 101의 대단한 점은 11명을 뽑는다는 점이 아닌, 90명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란 거요.


 이게 작가가 짜는 픽션이라면 어차피 떨어뜨릴 90명 대부분의 캐릭터는 모두 공들여 만들지 않겠죠. 그러나 프로듀스 101은 현실이잖아요? 그곳에 모인 101명 모두가 하나하나의 소우주인 거예요. 모두가 정말로 11명 안에 들어가고, 사랑받고 싶어하죠. 그러나 작가가 대충 써갈긴 캐릭터가 아닌 신이 직접 빚어낸 인간들도 결국 콜로세움에서 최후를 맞는다는 점이 좋아요. 


 중국의 연예계는 한국의 연예계에 비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살벌하겠죠? 기대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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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는 이러겠죠. 그냥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것뿐인데 그게 뭐가 콜로세움이냐고요. 그러나 인생에서 가장 칩을 많이 가지고 있는 그들과 나의 인식은 달라요. 


 나도 어렸을 땐 그랬거든요. 죽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살아야만 하도록 운명지어진 거라고요. 프로듀스101에 나오는 출전자들도 그렇겠죠. 아니 더 심하겠죠. 나는 잠재력이 많던 시절에도 모든 칩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배팅해 본 적이 없거든요. 하지만 그게 예체능계인 거죠. 가장 잠재력이 많은 시기에 모든 칩을 올인해야만 하는 거예요. 


 허나 나는 흐리멍텅하게 살아서 잠재력을 테이블에 올려놔 보지도 못하고 거의 날려버렸어요. 그러니까 이제 와서는 사실 모르는 거예요. 내게 잠재력이 많았는지 적었는지를요. 모든 칩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승부를 벌여 봐야 잠재력이 있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 수 있는 거잖아요? 이제 와서는 알 기회조차 없어져 버린 거죠. 스스로의 잠재력을 믿는 누군가가 이걸 본다면 시간과 노력이라는 칩 전부를 테이블에 올려놔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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