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온 신작중에 참 볼거 없다고 한탄하던 와중에 태국 영화가 순위권에 있어 반가운 마음에 보기 시작했다가

25분만에 접었어요.

너무 게으른 개연성과 참을 수 없는 배우들의 발연기와 성격 지랄맞은 고수가 신입을 싸다구와 폭언으로 후려치는 장면 때문에 못 참고 꺼버렸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 글을 쓰느냐?


초반 10분 정도만이라도 보면 남는게 있는 영화라서요.


아세안에 대해 정말 아는게 없는 한국 한국사람들 아닙니까?

아세안의 간판 국가라고 할 수 있는 태국 정도는 좀 알아야죠? 그냥 관광대국 태국이 아니라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찐 향기 같은거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초반 10분은 아주 훌륭한 강의 같아요.


태국은 계급사회입니다. 

그리고 한국보다 좋은건 온 사회가 ‘사다리’가 있다는 거짓말도 안해요. 

돌려 말하는거 없이 80%의 사람들에게 너희는 평생 거기에서 그렇게 살다가 늙어 죽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주입시킵니다.

그리고 80%의 사람들이 그걸 다 받아 들인다고 합니다. 그렇게 받아 들이면서 종교적으로 정신승리하는게 아니면 음주가무연애질 이나 마약으로 도피하고 뭐 그런….

4년제 대학 졸업한 젊은이들의 월급이 한국돈으로 60만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대략 20년전 상해의 임금수준입니다.  상해는 지난 20년간 거기서 두배 넘게 올랐지요.

그런데 그 대학이란 것도 졸 살만한 중산층 이상 되어야 다닐 수 있어요.


그래서 혹시 위에 언급한 이 영화의 온갖 악덕들을 10여분 만이라도 참을 수 있는 분들이라면 일단 한번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특히, 아 이런 세계도 있구나 하는 인식의 확장 뭐 그런거 좋아하는 분들에게 권합니다.


위에서 한국보다 좋은면을 이야기 했지만 실은 반어법입니다.

한국은 인류역사상 유래가 없는 장기간의 고속성장기를 거치면서 개천에서 용난 사례가 분명 있었고 사다리가 실재했던 시기가 분명 있었어요.

거기에다 아시아에서 거의 유일하게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체제 개혁을 이루어낸 사회적 역동성을 갖고 있기도 하죠.

그게 얼마나 사회적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될 수 있는건지 (사회적으로)무기력하게 느껴지는 태국의 젊은이들과 교류하면서 실감이 나더군요.


그런데 이제 한국에서 뭔가 그 역동성이 무너지고 거세되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더 강해집니다.

경제적 파국의 상황이 가장 크겠지만 미래 세대들이 혹시 (20여년전 일본의 젊은 세대들처럼)포기하는걸 선택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어요.


아…너무 옆길로 많이 새는거 같아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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