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작이고 런닝타임은 1시간 48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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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에서만 상영한다고!!!' 라는 게 굳이 포스터 이미지에 적어 홍보 포인트로 삼을만한 정보가 된 세상입니다.)



 - 이젠 더 이상 터키가 아닌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틸다 스윈턴이 도착합니다. 이 분은 '이야기'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님이신데요.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몸에서 열이 펄펄 나는 수상한 사람 비슷한 것을 잠시 마주치고. 잠시 후 발표회(?)에선 발표 중에 객석에 보이는 사람이 아닌 듯한 것을 보고 긴장하다 기절도 하구요. 나중에 기념품 구입차 들른 골동품상에서 작은 병 하나에 꽂혀서 사서 들고 옵니다만, 당연히 그 병에선 이드리스 엘바 진이 튀어나오겠죠.

 자, 어서 세 가지 소원을 빌어라! 그래야 내가 여기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다!! 라고 외치는 진입니다만. '이야기' 전문가답게 소원 비는 옛날 이야기들의 공식을 설파하며 소원 빌기를 거부하는 틸다님 때문에 이드리스 진은 난감해하다가, 꾸욱 참고 일단 자신의 사연들을 풀어놓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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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참 예쁘지 않습니까? 우리 밀러 할아버지는 참 취향도 폭 넓으시죠.)



 - 그래도 감독이 조지 밀러이고 그 '매드맥스' 이후에 처음 내놓은 작품인데. 그리고 틸다 스윈턴 주인공에 이드리스 엘바도 나오는데 희한할 정도로 화제가 안 되는 영화구나... 하고 있었죠. 다 보고 나니 크게 화제가 안 되는 건 이해합니다. 그렇게 막 크게 회자될만한 성격의 영화는 아니에요. 하지만 완성도가 떨어지냐, 혹은 재미가 좀 부족하냐고 따져 본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아주 잘 만든 영화이고 재미도 있는데 다만 뭐, 애시당초 소품이고 또 그렇게 화제를 만들만한 성격의 이야기는 아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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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둘이 사랑하는 이야기라니 참 어색할 것 같은데 그게 아주 근사하다는 게 포인트구요.)



 - 영화 도입부가 전개되는 이스탄불 시내를 보여주며 슬쩍 스쳐가는 간판에 '세헤라자데'라고 적혀 있거든요. ㅋㅋ 정말로 그런 이야기입니다. "야 내가 명색이 이야기 전문간데, 소원 비는 이야기에는 해피 엔딩이 단 하나도 없걸랑? 니가 뭔 함정을 파놓을지 내가 어떻게 알아???" 라며 소원 빌기를 거부하는 틸다 스윈턴을 어떻게든 설득하기 위해 진이 계속해서 3000년간 자기가 어떤 사람을 만나 뭐 했는지를 미주알 고주알 털어 놓는 부분이 이야기의 2/3를 차지해요. 딱 맞아떨어지진 않지만 대략 '아라비안 나이트' 분위기가 나겠죠.


 다만 이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진이 아닌 틸다 스윈턴이고, 그래서 진의 과거사 이야기들 사이에 틸다 스윈턴의 과거사가 끼어듭니다. 또 진의 이야기 도중에 틸다 스윈턴이 질문도 하고 추측도 하고 추임새도 넣으며 비평도 하면서 심심하지 않게 해주고요. 그러다 진의 이야기가 끝이 나면 주인공은 어떤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따른 드라마가 대략 30분 정도 전개된 후에 마무리됩니다. 뭐 대충 이런 식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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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중심은 나라는 거. 비인간 전문 배우 틸다님께서 이번엔 비인간은 남에게 양보하시고 갸랑 연애만 하십니다.)



 - 진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재미도 있고 나름 흥미롭기도 합니다만. 뭐 그렇게 막 임팩트 있고 그렇진 않습니다. 뭔가 좀 원형적인 이야기들이기도 하고 또 정말로 '옛날 이야기' 느낌이 제대로 나다보니 어른용 동화들 듣는 기분이거든요.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재미가 있어요. 왜냐면 일단 기대 보다(?) 그림들을 참 예쁘게, 혹은 강렬하게 잡아서 눈이 즐겁구요. 그 강렬한 이미지들로 만들어내는 분위기도 꽤 신비롭고 좋습니다. 진지함과 유머의 밸런스도 잘 잡혀 있어서 지루하지 않구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드리스 엘바가 이야기를 참 재미나게 잘 들려주고 (계속 나레이션을 합니다) 거기에다가 틸다 여사님이 리액션도 잘 해준다는 겁니다. ㅋㅋ 배우들이 굉장히 큰 역할을 해주는 영화였어요. 하긴 램프의 지니랑 연애하는 이야기를 어른들 보라고 만들어 내놓으려면 이 정도 배우들은 써 줘야 커버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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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아라비안 나이트 느낌으로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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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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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그림들이 자주 나와서 눈이 즐겁습니다.)



 - 주인공이 '이야기'를 연구하는 학자라는 설정. 그리고 진이 주인공을 설득하기 위해 택한 전략이 '이야기' 들려주기라는 것. 결국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주제를 매우 진지하게, 열정적으로, 그리고 애정을 듬뿍 담아 다루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진의 이야기에 '전문가' 주인공이 자꾸 끼어들어 뭐라 한 두 마디씩 논평을 하는 것들로 개그와 소소한 재미 포인트를 만들구요. 막판으로 가면 둘 사이의 로맨스(!)가 본격화 되는데 이때 둘의 사랑은 마치 '이야기'에 대한 주인공의 사랑처럼 묘사가 됩니다. 

 그러니까 이야기에 환장하는 사람이 자신이 어째서 그렇게 이야기를 사랑하는지에 대해 구구절절 고백하면서 그 사랑의 영원함을 선언한달까. 대략 그런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봤습니다. 그리고 이게 조지 밀러쯤 되는 사람이 만든 영화이니 아주 쉽게 납득하게 되더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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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 이야기꾼(?)과 이야기 비평가의 배틀 비슷한 전개로 소소하게 웃겨주는 부분들도 재밌어요.)



 - 그리고 이런 비유라든가, 숨은 의미 같은 걸 전혀 생각하지 않고 100% 정직한 로맨스물... 로 봐도 이게 썩 괜찮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둘은 모두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들로 묘사되는 데 여기에 덧붙여서 이 양반들이 이드리스 엘바와 틸다 스윈턴의 형상을 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이 둘이 의외로 괴상하게 잘 어울려요. 하하. 틸다님은 워낙 비인간 전문 배우셔서 본인 말고 파트너가 비인간이어도 힘을 발휘하는구나... 했네요. 연기 합도 잘 맞거니와 그냥 둘이 있는 그림 자체도 썩 좋았습니다.


 그리고 막판에 가면 저엉말로 그냥 정직한 로맨스물의 전개가 나오거든요. 그 파트가 상당히 감성 터지게 좋아서 조지 밀러 이 할아범은 로맨스도 잘 만드네... 틸다 스윈턴이랑 이드리스 엘바가 로맨스 연기도 잘 하는구나... 하면서 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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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말하지만 정말 상상하기 힘들었던 그림이라 전 매우 신기했네요. ㅋㅋ 미카엘 대천사님과 볼티모어 마약 조직 중간 보스의 연애라니...)



 - 에 또 뭐... 더 할 말이 없네요.

 기본적으로는 그냥 잘 만든 로맨스물입니다. 전혀 안 먹힐 것 같은 소재와 얼핏 보면 쌩뚱맞아 보이는 캐스팅이 조합되어 있지만 실제로 보면 그게 참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려서 웃으면서, 또 이입하면서 끝까지 즐겁게 볼 수 있구요.

 두 배우님의 팬이라면 아마 거의 두 배로 즐거우실 겁니다. 두 분 다 참 귀여우면서도 진중하게, 어찌보면 좀 얄팍할 수 있는 캐릭터들에 설득력을 부여해주는 식으로 런닝타임 내내 스타성과 연기력을 뽐내 주세요.

 그러니 좀 독특한 소재와 분위기의 로맨스 소품을 원하시는 분들, 배우님들 팬들께서 보시면 됩니다. 전 많이 즐겁게 봤어요. 끝.




 + 밀러 할배님이 이제 여든이 코앞이신데요. 전부터 말 많았던 '매드맥스' 속편은 만들 생각은 있는 건가... 하고 확인해 보니 '퓨리오사'가 이미 포스트 프러덕션 중이고 또 하나의 제목 없는 매드맥스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시군요. 사실 뭐 꼭 속편이 필요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만들어 주신다면 감사히 봐야겠죠 당연히. ㅋㅋ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내가 쫌 아는데 소원 비는 이야기에 나오는 소원 빌라는 놈들은 하나 같이 다 사기꾼이고 결말은 다 배드 엔딩이거등?' 이라며 소원 빌기를 거부하는 틸다 스윈턴에게 진이 들려주는 본인의 인생 이야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난 원래 시바 여왕의 연인이었는데 겁나 똑똑한 솔로몬이 나타나서 시바의 마음을 빼앗고 날 병에 가둬버렸다. 그리고 다음엔 오스만 제국의 시녀에게 구출됐는데 그 시녀의 황자 짝사랑을 도와줬으나 그 황자가 권력 암투에 밀려 살해당하고 시녀도 죽임을 당하면서 자기는 또 버려졌고. 그 다음엔 또 다른 황자들 권력 투쟁극을 구경만(...)하다가 간신히 한 여인에 의해 병에서 탈출했으나 그 여자가 '이 괴상한 놈아 병에나 들어가 사라져버렷!!!' 이라고 해서 어이 없이 또 감금. 그 다음엔 겁나게 똑똑하고 영민한 여성을 만나 그 여성이 꿈을 이루는 걸 도와주며 한참 행복했는데 그만 자신이 그 여성에게 집착을 해버리는 바람에 결정적인 순간에 또 버림 받고 감금. 뭐 대충 이런 식의 기구한 이야기구요.


 이 이야기를 쭉 듣고 난 틸다님은 진에게 '응. 나 소원 생각났어. 니가 날 사랑해주면 좋겠는데. 되겠니?' 라고 묻고요. 그렇게 둘은 연인이 되고, 틸다님은 진을 데리고 자신이 사는 도시로 갑니다. 그 곳에서 진은 인간들의 첨단 문물을 접하며 놀라워하고, 틸다님은 자기만 바라보며 있어주는 진의 존재에 행복하기 짝이 없습니다만. 어익후. 알고 보니 수많은 전파와 자기체(?)들이 난무하는 현대의 대도시는 진에겐 견디기 힘든 곳이었어요. 그래도 틸다 곁에 머물겠다는 진의 사랑에 틸다는 눈물을 흘리며 '그냥 니가 살던 곳으로 제발 떠나 줄래?' 라는 소원을 빌고 진은 그 소원을 들어줍니다.


 마지막으로, 틸다는 진의 사랑과 그 추억을 간직한 채 홀로 씩씩하게 잘 살아가구요. 그러다 세월이 흐르면 가아끔씩 진이 그를 찾아옵니다. 만나면 그동안 세상을 떠돌며 쌓아 온 진의 '이야기'를 들으며 주인공은 행복하구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떠나며 '당신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꼭 다시 돌아올게' 라는 약속을 한다네요. 이렇게 적으니 정말 하찮게 들리지만 실제로 보면 감성 터진다... 는 제 사족과 함께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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