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 스레드 잡담

2018.03.02 21:47

Kaffesaurus 조회 수:1271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기사들, 호평들을 읽고, 내용은 모르는 채 그린우드의 음악을 들으면서 기다리던 영화를 봤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아 이 영화는 예고편이랑 다른 영화이겠구나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직선적이어서 좋았습니다. (며칠전에 The woman in the window 를 읽고 TV  시리즈 볼때 처럼 박자 맞추어 나오는 suprise 순간들이 굉장히 지겹다고 생각했거든요).


영화는 달콤한 연예기간이 지나고 난 뒤 한 사람의 존재가 생활이 될 때를 이야기 합니다. 피그말리온도 생각하게 하는 데, 어떻게 생각하면 내가 만든 조각이라고 생각한 대상이 내가 만들기 전부터 자기 객체를 지닌 존재였다는 걸 잊은 사람의 이야기 이기도 하고요. 본인을 잃을 생각이 없는 사람이 이야기이기도 하죠. 알마는 이미 첫 만남에서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레이놀즈에게 말합니다. 눈싸움을 한다면 내가 이길거에요 라고. (뒤에 레이놀즈의 동생 시빌이 Don't pick a fight with me, you certainly won't come out alive. I'll go right through you and it'll be you who ends up on the floor. Understood? 라고 말하는 장면과 비교해보면 재미있습니다.) 그녀가 Whatever you do, do it carefully 라고 말하는 장면은 다 보고 나면 부탁이 아닌 경고처럼 느껴집니다. 예고편을 보고 후반에 나올거라고 생각한 취향에 대한 두 사람의 말다툼도 영화 전반에 나옵니다. 알마는 열려있는 사람이고 자신의 생각과 의도를 감추는, 게임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게 이 인물의 매력이고요. 레이놀즈와의 첫만남에서 알마의 얼굴은 정말 사과처럼 붉어지는 데 여기에는 아무래도 데이 루이스에게 공을 돌려야 할 거 같아요. 제가 읽은 봐에 의하면 데이 루이즈는 그 장면이 자신과 배우 비키 크리엡스의 첫 만남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데요. 그 장면은 두 인물의 그리고 두 배우의 첫 만남입니다.   


아침식사가 많은 이야기를 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레이놀즈가 뭘 먹는 지, 얼마나 먹는 지, 무엇을 안먹는다고 주장했다가, 아무 생각없이 먹는 지 만 따라가도 이 인물을 다 이야기 하더군요. 재미있어요. 중간 중간 알마의 아침식사가 레이놀즈를 짜증나게 하는 장면들은 보지 못한 프랑스 영화에서 나오는 '그 사람이 서 있는 방식도 나를 짜증나게 한다' 라는 대사가 떠오르더군요.


데이 루이스의 마지막 작품이라면, 여러모로 그와 잘 맞는 영화입니다.

참 우드콕이란 재미있는 성도 데이 루이스의 공이라는 군요.


데이트 중인 사람과 처음 같이 본 영화 입니다. 보고 나서 저희 상황과 비교 하면서 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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