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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인크래프트 횃불이 귀엽지 않습니까? ㅎㅎ


윤석열씨가 또 헛소리로 저를 열받게 하더군요. 꼴받으면(?) 광화문에 나가랍니다. 이제 저는 윤석열씨의 정치를 인터넷에 떠드는 것에서 허무를 느낄 지경입니다ㅎ 그는 시종일관 지록위마의 군령으로 모든 걸 다 해결하려고 하는데, 이건 단순히 국민이나 야당에 대한 정치적 도전이 아니라 이제 인간의 언어에 대한 도전처럼 느껴집니다. 윤석열씨의 패턴은 늘 정해져있습니다. 국가 지도자로서 하면 안되는 아주 경솔한 소리를 뭔가 내뱉습니다. 그걸 들은 당사자가 불쾌함과 황당함에 항의를 합니다. 그러면 또 누가 왜곡했다면서 자기 말은 그게 아니라고 합니다. 일단 여당 쪽에서 되도 않는 해석본을 첨부합니다. '그 말은 사실 그 말이 아니었다~' 그러면 대통령실에서 그걸 또 뒤집는 해석본을 내놓습니다. '내가 그 말 한 거 맞다, 근데 어쩔래?' 그러면 여당에서 또 해석본을 첨부합니다. '그... 렇게 말해도 그게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지 않나? 일단 문재인이 나쁜 놈이고~' 


이 패턴은 내수용입니다. 해외에서는 안먹힙니다. 남의 나라 사람들을 압수수색할 수 없으니까요. 그 결과 사태는 더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윤석열씨가 정말 대단한 것은, 외교적 결례를 거의 모든 세계 초강대국들에게 계속 저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펠로시 의장이 방한했을 때는 패싱했고, 미국에 가서는 미국 국회를 "이 새끼들"로 칭하면서 바이든 대통령도 매우 사적으로 바이든이 어쩌구 저쩌구라고 부르는 것이 전 세계에 보도되었습니다. UAE에는 이란이 주적이라면서 남의 주적을 함부로 정의하고 적개심을 부추겼습니다. 저번주에는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겠다며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협박을 하게 만들었고 거의 동시에 하나의 중국을 비판하면서 대만을 침락하는 것에 대해 중국을 공개적으로 질타했다가 가만히 안있느냐는 핀잔을 공식적으로 받았습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여왕 장례식 지각 논란...) 등 서방 세계와 아시아의 강대국들을 모두 열받게 만드는 이 파괴적 재능에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윤석열씨가 죽어서 입을 닫는 게 그가 살아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보다 한국의 국익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있습니다. 


윤석열씨의 이런 언어적 파행 때문에 오히려 '리얼'에 관한 집착이 더 강해졌습니다. 여기 듀게에서 회원들끼리 윤석열씨를 지탄해봐야 그건 아무 영향도 끼치지 못하겠죠. 아무리 명문을 써도, 어떤 글을 쓰고 수많은 이들의 반응을 끌어내도 그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회의가 더 심해졌습니다. 그래서 요새는 차라리 현장의 시위에 참여하는 게 저에게 개인적으로 더 위안이 됩니다. 윤석열씨는 사회적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인간입니다. 그렇다면 그 언어의 종류를 보다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바꿀 수 밖에 없죠. 이 퍼포먼스도 얼마나 영향이 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온라인보다는 그래도 조금 더 파괴력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참여하게 됩니다. 어떤 의미에서 모든 정치적 투쟁은 구술적 언어를 무시하는 권력에 맞서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종류의 언어로 사회적 번역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친한 친구와 같이 시위를 했습니다. 그는 이런 식의 사회적 활동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친구인데 그래도 참여해줘서 고맙더군요. 달리 구호를 외치지 않아도 되니 그냥 동네 마실나가는 느낌으로 천천히 걷기만 해도 된다면서 그와 행진을 참여했습니다. 시위를 다니는 동안 좀 아쉬웠던 점이라면 꽹과리나 음악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다는 것일까요. 큰 소리를 내야하는 건 알겠지만 행진에 참여하면서 너무 시끄럽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좀 고역이긴 했습니다. 세대적으로 405060이 주축이 되어있어서 102030이 참여하기에는 조금 이질감을 느끼겠다는 생각도 했구요. 어떻게 하면 박근혜 퇴진 집회 때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할까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어떤 부모들은 어린 아이를 데리고 시위에 참여해주셨더군요. 투쟁심의 대중적, 보편적 흥행을 고민하면서 저렇게 가족 단위의 참여자들도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저항이라는 게 이렇게 어려운 것이라는 걸 실감합니다. 그리고 박근혜 탄핵 집회가 일종의 "응징"의 성격을 띄고 있었기에 그토록 사람들이 많이 결집할 수 있었단 생각도 합니다. 윤석열씨는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응징의 대상으로 합의되지는 않은 느낌인데, 이걸 어떻게 하면 보다 선명하게 할 수 있을지요. 시위를 나갔다 오자 일본에 관해서 또 쌉소리를 하는 걸 보고 다음주 시위 참여도 혼자 심적 예약을 완료했습니다. 이 민주주의의 요정이 너무 지독해서 이런 식으로라도 스트레스를 안풀면 안될 것 같습니다. 듀게의 다른 분들도 어떤 식으로든 이 정치적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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