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뮤직)

2016.09.04 09:12

여은성 조회 수:634


 1.어떤 곳에서 일하는 어떤 사람이 있어요. '쵸커'라고 해 두죠. 쵸커는 본업은 음악이라고 주장하지만 어쨌든 돈은 필요하니까 시급이 좋은 가게에 나와 일해요. 쵸커에게 최종 목표가 뭔지 물었어요. 실현가능성과는 별개인 최종 목표요.


 쵸커는 방송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어쨌든 음악을 하며 평생 사는 게 목표라고 했어요. 한데...쵸커는 젊거든요. 엄청 젊어요. 그래서 야망의 크기가 벌써 거기까지 줄어들어버린 거냐고 묻자 아니라고 대답했어요. 원래부터 방 하나를 작업실로 마련해서 평생 음악을 할 여건만 갖출 수 있으면 만족이었다고 대답했어요.



 2.하긴 저의 최종 목표도 야망이라고 할 만한 건 아니긴 해요. 그야 한때는 야망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크기였죠. 문제는 살아오면서...목표의 스케일을 계속 달성 가능할 것 같은 수준으로 낮춰왔고 이제는 더 이상 낮추고 싶지가 않아요. 언젠가 썼듯이 인생은 두가지 뿐이잖아요. 죽는 것보다는 할만한 일과 죽기보다 하기 싫은 일이요. 여기서 스케일을 더 낮추는 건 죽기보다 하기 싫은 일이예요.


 그동안 써오던 글을 봤으면 제 최종 목표가 뭔지 짐작을 하시겠죠. 그리고 당연히 제 최종 목표는 추상적이지 않고 명확하게 숫자로 표현 가능해요. 애초에 수치화할 수 없는 건 딱히 믿지 않아요.

 

 그 숫자가 제게 의미하는 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되는 인생이예요. 다른 사람들은 계획을 세우면 실천을 하죠. 하지만...내 경우는 아니예요. 계획-실천의 단계가 금방 지나가거든요. 공을 던져버리는 것처럼요. 나머지 대부분은 던져버린 그 공이 그리는 궤적을 보며 옳은 궤적으로 갈지 걱정하는 것뿐이죠. 


 이 세상의 무서운 괴물 중 하나는 걱정이예요. 여러분이 무언가를 걱정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버리면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자신을 상상할 수 없게 돼요. 그 상황까지 가버리면 걱정이 없는 게 걱정이 되어버리는 거죠.



 3.어쨌든 쵸커의 말을 듣고 내가 하고 싶은 건 뭔지 생각해 보니 딱히 없었어요. 애초에 태어나고 싶지 않았던 인생이라 그런지 뭔가를 하고 싶어하는 열망보다는 뭔가를 하지 않아도 되게 하려는 궁리를 주로 해 왔거든요. 그래서 방송에 나가지 않고 유명해지지 않아도 음악을 하며 살고 싶다는 쵸커의 말에 좀 놀랐어요. 이 세상에 태어나 뭔가를 하는 것을 그토록 강하게 열망한다는 거요. 뭔가를 발판으로 삼지 않고 순수하게 뭔가를 한다는 거요.



 4.휴.



 5.앞 글에 썼듯이 사람들의 조언같은건 듣지 않아요. 물론 맞장구도 쳐주고 고개도 힘차게 끄덕이지만요. 왜냐면 사람들은 내게 도움을 주려고 조언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기분좋아지려고 조언하는 거거든요. 어차피 본인이 기분좋아지려고 하는 일인데 리액션 좀 크게 해주면 그들의 기분은 더욱 좋아질 테니까요. 나는 착한 사람이라서 이렇게 남을 돕는 걸 좋아하죠.


 하지만...최근엔 모두가 일괄적인 조언을 해와서 한번 친구에게 물었어요. 내가 어른이 되어야 할까라고요. 사실 물어보면서 이미 무슨 대답이 돌아올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친구는 예전의 친구라면 상상할 수 없었을 대답을 했어요.


 '자넨 절대 어른이 되지 말게. 어른이 된다는 건 패배의 학습에 불과하다네.'


 친구는 그렇게 말을 한 후 자네 하나라도 자네의 이상향에 도달하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어요. 약간 쓴웃음을 지어야 했어요. 나의 이상향은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걸 다 하지 않는 거니까요. 진작에 자살했다면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던 거예요. 


  

 6.하지만 뭐 이제는 자살을 할 수가 없죠. 어리지도 않고 늙지도 않았으니까요. 유감스럽게도 어렸을 땐 지금보다 멍청해서 뭔가 압도적으로 좋은 일이 일어날 걸로 믿었거든요. 어렸을 때 진리를 깨달았다면 아마 여기 없었겠죠. 인생을 살면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쁜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진리요.



 7.7번이네요. 이번해엔 생일파티를 7번 채웠어요. 내가 뭔가를 할 때마다 그게 다 삐져서 그러는 거라는 한마디로 정리해버리는 사람은 그것도 삐져서 그러는 거라고 했어요. 말싸움하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번 건에선 그 분석이 틀렸어요. 그냥 앞으로 나가고 싶지가 않을 뿐이예요. 앞으로의 인생은 지나간 날들을 반추하면서 매듭짓지 못한 모든 일들에 대해 과잉보상하거나 과잉보복하거나 이 두가지만 하며 살고 싶어요. 하긴 그러려면 노력을 해야겠죠. 열심히 황금광물을 캐는 건설로봇처럼요.

  


 8.솔직이 쵸커의 '음악이 본업'이라는 주장은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낮에 하는 일이기 때문에 본업이라고 주장하는 거라면 근거가 좀 약하잖아요. 돈은 밤에 하는 일이 더 많이 받는데 말이죠. 그러니까 쵸커의 '음악이 본업'이라는 주장은 설령 근거가 있더라도 수치화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싶어요.



 9.친구는 언젠가 썼던 파운드화를 샀다던 사람이예요. 언젠가 썼던 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내 기준으로는, 브렉시트를 틈타 매수한 파운드화가 오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국에 여행가는 사람이라면 이미 천국에 살고 있는 것 같지만 그의 기준으로는 아닌 것 같아요. 


 하긴 모두가 천국에 가고 싶어하죠. 이거 하나만큼은 모든 사람의 생각이 같을 거예요. 다만 천국이 삶을 마치기 전에 가는 곳인지 삶을 마친 후에 가는 곳인지에 대한 관점들이 다르겠죠.


 나야 당연히 전자라고 생각하는 쪽이예요. 천국도 지옥도 우리가 사는 세상 안에 현현하는 거라고 여기는 거죠. 아까전엔 내가 어렸을 때의 나보다 똑똑해졌다는 듯이 말했지만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직도 이번 삶 안에서 천국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으며 사는 걸 보면 말이죠. 하지만 그런 수치화할 수 없는 희망이 없다면 어떻게 살 수 있겠어요? 이러니 저러니 잘난 듯 떠들었지만 결국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건 숫자로 정리할 수 없는 그런 요소들인 것 같아요. 나도 그렇고 아마 쵸커도 그런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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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고 있는 것과 죽지 않고 있는 건 다른 것 같아요. 요즘은 살아가고 있는 쪽으로 전환하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편이예요. 최근엔 어떤 사람에게 먼저 미안하다는 말까지 했어요. 미안한 척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미안하다고 하는 걸 말이죠. 원래는 미안하다는 말따윈 안하는 게 규칙이거든요. 하지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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