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정범 그리고 김일란 감독님 GV

2018.02.05 16:50

Mott 조회 수:948

공동정범을 보고 감독GV 참여하고 왔어요. 

원래는 영화만 보려는 마음으로 동네에서 가까운 극장에 예매를 했었는데 시간이 애매해지는 바람에 취소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들어와서 아래 듀게 글을 보고 개봉관뿐만 아니라 GV가 남아있는지 폭풍검색하기 시작했어요.

GV가 1월 말에 몰려 있었어서 이제 다 끝난건가 했는데, 바로 다음 날 서울에서 김일란 감독님 GV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냉큼 예매를 하고 다녀왔지요. 


예매를 취소했던 건 시간도 시간이지만 영화의 무거움에 대한 약간의 부담감도 한 몫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봐서 다행이고 감독GV에 참석하면서 감독님의 얘기를 들었던 것도 무척 좋았습니다.


영화는 (아마도 대부분의 관객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초반에는 예상 가능한 도입부였는데 갑자기 어느 지점부터 그렇게 흘러가기 시작하고, 

그러한 방향은 용산참사라는 이슈 자체를 넘어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까지 생각하게 만들어요.


하지만 영화를 본 직후에는 사실 위로를 받았다는 느낌보다는 가슴이 답답했고 슬프다는 느낌이 컸어요.

이 나라에서 살면서 그 누구라도, 나나 내 가족도 어떤 형태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몇 년에 걸쳐 워낙 커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보는 내내 가슴이 너무 답답했습니다. 자꾸 동일시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말미에 희망이 보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감상은 '먹먹하다'였어요.


영화가 끝난 후 감독GV가 있었는데, 홍성수 작가가 사회를 보셨고 김일란 감독님이 참석을 하셨습니다.

그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이 너무나 의외였기에 감독GV가 반가웠어요.

홍성수 작가님이 관객들이 궁금해 할 만한 질문들을 먼저 하시고 감독님이 답변을 해주셨는데 흥미로웠고 영화를 보면서 떠올랐던 궁금증도 많이 해소됐어요.

작가님이 굉장히 적재적소의 질문을 잘 해주시더라고요. (최근 출간하신 책 주문했음 ㅋㅋ)


무엇보다 좋았던 건 마지막 관객의 질문에 대한 감독님의 답변이었습니다.

한 관객분이 작년에 암투병을 하셨다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몸관리를 하고 있고 이후 계획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셨어요.

그 질문에 감독님은, 이렇게 말씀해 주셨어요.


"작년에 병에 걸려서 큰 수술도 받고 했다. 세월호 다큐로 유명하신 한 감독님도 암으로 돌아가셨다. 

그런데 병이라는 게 물론 개인적으로 관리를 소홀하게 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요즈음에는 사회적인 요인을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

다시 말해 사회가 주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너무 힘들게 산다.

그걸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저는 이 자리에 와주신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안 그래도 힘들게 살고 있는 와중에 이러한 사회적 이슈를 다룬 무거운 영화를 보러 온다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스트레스일 수도 있는데,

그걸 감수하고 여기까지 영화를 보러 오신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제 기억력과 작문 실력의 한계로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위의 얘기가 요점이었습니다.

저는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걸 참았어요.

위로를 받았다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최근에 들었던 어떤 말보다 위로가 됐어요. 


극장을 나와서 그 추위에 먹을 곳을 찾아 헤매다가 술 한잔 했습니다.

원래 영화 보고 '일요일엔 낮술이지!'라며 술 한잔 하기로 하기도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술이 좀 땡겼어요.

적당히 마시고 들어가는 버스 안에서도 영화와 함께 자꾸 그 말씀이 머리 속에서 맴돌았습니다.

내가 지금 뭘 위해 살고 있나.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인 것 같지만 GV가 있으면 꼭 참석해 보시길 권합니다.


덧. 감독님을 아주 오래 전에 뵌 적이 있습니다. 감독님은 기억 못하시겠습니다만...;

가만히 앉아계시기만 해도 카리스마가 느껴져서 말을 걸기가 무서웠는데; 막상 말씀을 하시면 장난끼도 다분하셨던 기억이 있어요.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그 분이 맞는지 긴가민가했는데 GV 때 말씀을 들어보니 맞는 것 같아요.

저 분은 나중에 어떤 모습일까 어렴풋이 궁금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서야 이렇게 활동하고 계시다는 걸 알게 됐네요.

두 개의 문 때도 성함을 듣고 찾아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 땐 영화를 보지 못했어요.

그냥 예전 기억이 나서 기분이 좋았어요. 이제 관객으로서 응원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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