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 곱하기 콩 봤어요

2024.03.28 12:12

돌도끼 조회 수:350

시리즈 통틀어서 괴수액션이 가장 많이 나옵니다.
괴수들이 싸우는 동안 어그로 끄는 인간들 장면을 교차편집해 넣지도 않았습니다.
그게 중요하신 분들에게는 시리즈 최고작입니다.

괴수들의 액션은 70년대 고지라 시리즈의 괴수레슬링 스타일입니다. 살짝 무협 느낌도 나고... 거기 맞춰서 고질라의 디자인까지 바꿨습니다. 팔다리를 더 잘 쓸수 있는 형태로.

이번 영화도 콩의 서사이고 고질라는 게스트 참전 정도. 하지만 고질라가 화면에 등장하는 시간만큼은 시리즈 다른 작품들보다 더 많지않나 싶네요(실제로는 분량이 줄었다고 합니다)


스토리는 여전히 멍청한데, 전작들 보다는 살짝 나아졌다 싶어요. 적어도 그냥 멍청한 수준에 머물고 화딱지날 정도로 어이없는 건 안나옵니다. 그냥 참 편의적으로 대충짰다는 느낌은 강하게 들지만요. 예를 들면 등장인물 거의 전원이 그 인물의 배경에 상관없이 다들 척척박사님으로 나와요. 뭐든 한번 보기만 하면 다 알아내고는 썰을 척척 풀어냅니다. 어떻게든 사람들이 떠드는 시간을 줄여한다는 고뇌의 산물인 것 같기도...ㅎㅎ

이야기 진행이 딱 100년전 SF 소설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 시점에 이걸 재미있다 여길 사람은 썩 많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뭐, 지구공동설을 핵심설정으로 박아버린 시리즈니까 지금와서 달리 나갈 수도 없겠죠.

인디아나 존스(중에서도 2편)의 그림자도 상당히 보입니다. 지구공동의 미지 영역을 탐험하는 이야이기고 존스박사 역을 콩과 사람 주인공들이 나눠서 하고있는 느낌.
보면서 [스컬 아일랜드]가 이랬어야했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땅속 세계는 지리적 스케일을 키운 스컬 아일랜드이고 그 안에서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탐험하는걸 구경하는 재미가 살짝 있습니다. 살짝이요.

콩이 고질라에 비해 가지는 잇점은 이친구는 혼자서도 서사진행이 가능하다는 거죠. 인간에 아주 가까운 존재인데다 표정연기까지 가능하니까 마임과 무성영화적 연출로 얘 혼자만 있는 장면에서도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완전히 분리되서 자기만의 탐험을 하고, 사람들은 배경설정 정도만 해설해주는 역할이예요.
그러는 동안 고질라는... 뭘 하든 옆에서 사람들이 붙어서 뭐하고있는지 일일이 해설해줘야하기 땜에, 굳이 해설을 길게할 필요가 없는 일... 싸움질만 시키고 있습니다.

고질라와 콩이 한편먹고 대항하려면 거기 걸맞는 상대역이 있어야할텐데, 그부분에서는 좀 아쉽습니다. 새로나온 악역들은 디자인도 썩 끌리지 않고 설정을 거창하게 잡은 거에 비하면(박사님 설명대로라면 킹기도라급은 되는 애인거 같은데...) 보여주는 능력이 그렇게 설득력이 있진 않았고 최종결전도 좀 성급하게 끝난 느낌...
그래도 인류의 문화유산까지 포함해 철거작업은 참 시원스럽게 합니다.

딱 괴수영화팬들(단, 70년대 이전의 유치뽕짝 괴수영화들까지도 다 포함해 장르 전체를 좋아하는 팬들입니다.)을 대상으로 해서 '니들이 보고싶은 걸 보여주겠다!'고 만든 영화니까, 폭넓은 관객층에 어필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만... 보실 생각이 있으신 분은 덩치들의 거대함이 눈을 꽉 채우는 화면과 한발 움직일때마다 의자가 덜덜거리는 환경에서 보시면 본전생각은 안날 거 같습니다.


엔드크레딧은 8분쯤 되고 쿠키 없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7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3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477
123270 네이트온 AI챗 사용해봤습니다. [2] 스누피커피 2023.05.24 347
123269 6÷2(6-2) [2] 가끔영화 2023.05.24 149
123268 [웨이브바낭] 그냥 B급이라기엔 좀 미안한 고전 B급 호러, '리-애니메이터'를 봤습니다 [11] 로이배티 2023.05.24 377
123267 프레임드 #438 [2] Lunagazer 2023.05.23 103
123266 어떤 종류의 정체성은 부끄럽습니다? [20] 가봄 2023.05.23 952
123265 차정숙 3회까지 봤는데 [6] 2023.05.23 664
123264 Ray Stevenson 1964-2023 R.I.P. [3] 조성용 2023.05.23 218
123263 [웨이브바낭] 80년대식 나이브함의 끝을 구경해 봅시다 '마네킨' 잡담 [24] 로이배티 2023.05.22 635
123262 1q84랑 국경의 남쪽 번역 관련 [2] catgotmy 2023.05.22 261
123261 [넷플릭스] 글리맛이 많이 나는 ‘더 폴리티션’ [9] 쏘맥 2023.05.22 795
123260 에피소드 #38 [2] Lunagazer 2023.05.22 82
123259 프레임드 #437 [4] Lunagazer 2023.05.22 98
123258 압구정 폭행남 사건에 대한 커뮤니티 반응 [7] catgotmy 2023.05.22 988
123257 듀게 오픈채팅방 멤버 모집 물휴지 2023.05.22 119
123256 치과 의자는 왜 그렇게 안락할까? [10] Sonny 2023.05.22 547
123255 [웨이브바낭] 나름 짭짤했던 B급 무비 둘, '완벽한 살인', '오피스 배틀로얄' 잡담 [2] 로이배티 2023.05.21 293
123254 넷플릭스 힘에 영화관 다 망한다는데 [3] 가끔영화 2023.05.21 603
123253 뇌절의 질주... 아니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보고 왔습니다... 흐미... [15] Sonny 2023.05.21 566
123252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catgotmy 2023.05.21 168
123251 프레임드 #436 [4] Lunagazer 2023.05.21 7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