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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는 내내 저의 가장 큰 관심사 중의 하나가 바로 주인공 엘리오의 아버지 펄먼 교수의 전공 분야가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타 영화 관련 기사나 평론에는 펄먼 교수를 '고고학자'라고 소개하고 있었는데, 제가 보기엔 그는 영락없는 미술사학자였거든요. 그런데 왜 고고학자라고 하는 거지? 사실 고고학이라는 학문은 어렸을 적에 티비와 영화를 통해서 - 그러니까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 알고 있었는데 정작 대학에 가 보니 미술사학이라는 학문 분과가 따로 있더란 말입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고고학은 건물이나 무덤같은 옛 유적들을 중심으로 고대인들의 생활상을 연구하는 학문이었고 미술사학은 옛 사람들이 남긴 유물들 중에서 예술적 가치가 있는 미술품들 - 그림, 조각, 건축, 공예 - 을 중심으로 그 시대의 미학과 문화사를 연구하는 학문이었습니다. 여하간 제가 그 당시 미술사 수업을 들으면서 정말 와~이런 학문도 있구나 하면서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름다운 옛 그림과 조각이나 건축들 보면서, 뭐 그냥 보기만 해도 좋구먼 이걸 학문적으로 연구한다고?

 

그래서 저는 펄먼 교수가 왜 고고학자로 소개되는지 의아했지요. 이 양반은 미술사학자 아닌가? 프락시텔레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그리스 청동상들을 연구하고 있던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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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문은 곧 풀렸습니다. 제가 다시 알아보니 펄먼 교수의 학문분과는 '고전고고학'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에는 없는 학문 분과더군요. 여기서 '고전'이란 고대 그리스 로마를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서양의 학계에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고고학과 미술사를 함께 연구하는 '고전고고학'이라는 학문 분과가 따로 있더군요.

 

그도 그럴것이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학문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그 기원을 찾고 있죠. 그래서 이쪽만 연구하는 학문 분과가 아예 따로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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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시텔레스에 대한 얘기를 하는 펄먼 교수

 

"...고대 세계 최고의 조각가죠. 보세요. 몸에 직선이 하나도 없어요. 곡선 뿐이죠. 그러면서 한없이 과감하면서도 무심해요. 그래서 불멸의 모호성을 갖고 있죠."

 

 

프락시텔레스 하면 떠오르는게 크니도스의 비너스였는데 - 왜냐하면 고대 그리스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여인 누드상이었거든요 - 더구나 프락시텔레스는 대리석 조각으로 유명한 사람이라 청동상과는 매치를 못시키고 있었는데 여기 나오는 청동상들이 프락시텔레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니 호기심이 동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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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학교 다닐때 교수님이 저렇게 슬라이드로 작품 사진들 찍어서 설명해주는 수업을 처음 들었던 떄 생각이 났습니다.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죠. 저는 원래 사학과 학생이었기 때문에 칠판 가득 빼곡히 글자로만 채워지는 역사 수업에 아주 익숙했던 터라 이런 수업 방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진심 놀랐었죠. 지금이야 시청각 교재를 활용한 수업이 학교마다 활성화 되었지만, 그 때만 해도 저는 정말 처음 접하는 방식이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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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에는 펄먼 교수의 전공이 '고전학자'로 되어있더군요. 주로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문학을 위주로 연구하는 분야인듯 한데, 아이스킬로스나 소포클레스같은 그리스 비극들 혹은 베르길리우스같은 작가들의 로마 시대 서사시등을 연구하는 분야일텐데 각색 과정에서 고전고고학자로 바뀌었다고 하는군요. 바로 이렇게 근사한 조각들을 영화에 삽입하기 위해 그랬다고 하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인듯 합니다.

 

 

 

물론 대사로 안티고네가 어떠니 소포클레스가 어떠니 하면서 그리스 비극 이야기를 해도 되겠지만 영화는 영상으로 보여주는 몫이 크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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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고전고고학이라는 학문이 바로 고고학과 미술사학의 원조이기도 하죠. 독일의 고전학자 요한 빙켈만(1717~1768)이 1763년에 '그리스 미술 모방론'이라는 저서를 발표하고 이후 로마 지방 고대 미술 보관장이 되어 폼페이와 헤라클레네움을 조사하여 많은 기록과 논문과 저서를 남기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고고학'과 '미술사학'이라는 두 쌍동이 학문이 태어났으니까요.(1764년 저서 '고대미술사' 발표) 물론 이 두 학문이 고전고고학에서 분리되어 나온 것은 한참 이후의 일이긴 합니다만.

 

 

 

 

빙켈만의 업적이 의미가 있는 것은, 종래의 미술 연구라는 것이 미술가 개인의 전기를 위주로 정리되는 '미술가의 역사'였던 것에서 벗어나서 미술과 시대와의 관계, 미술에 담긴 정신상의 제문제를 탐구하는 새로운 양식을 수립하는데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에피소드 위주의 '옛 미술 이야기'가 아니라,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방법을 통해 한 시대를 고찰하는 고전 미술 연구의 전면적인 새 길을 연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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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래의 역사란 옛 사람들이 남긴 문헌의 기록이나 금석문에 적힌 기록들을 통해 연구하는 것이 전부였던 시대에, 방향을 돌려서 그들이 남긴 집자리와 무덤 그리고 미술품들을 통해 역사를 그려내고 그들이 살아온 삶의 방식과 미의식을 찾아내는 길을 새로이 들어서다니, 이러한 탐구력과 창조력에 감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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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올리버의 전공은 무엇이었을까요? 사실 영화를 보거나 원작 소설만 봐도 그냥 딱 정리가 되는데, 그는 고전 그리스 철학도이죠. 올리버는 영화 내내 헤라클레이토스(B.C. 540년~B.C. 480년 경)에 대한 책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올리버가 어느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인지는 별로 혼란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관련 팟 캐스트를 듣다 보니 계속 엉뚱한 말들이 들려오는 겁니다. 올리버가 펄먼 교수의 제자 라느니 조수라느니 어쩌니 하면서 그러니까 올리버도 고고학자라고 하거나 아니면 올리버와 엘리오가 고전 문학들 - 비단 그리스 비극 말고도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이나 18~19세기 영미 문학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 나누는거 보니 영문학자인것 같다는 얘기들이 계속 오가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저도 읭? 스러웠죠. 내가 뭘 잘 못 알아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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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엉뚱한 오해들이 속출한 까닭은 바로 엘리오의 부모님이 매해 여름 휴가철 마다 벌이는 '여름 손님' 초대 이벤트 때문에 벌어진 것이죠. 펄먼 교수 부부는 새 저서 출간 준비를 하는 각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을 위해 6주간의 여름 별장 초대를 제공합니다. 이건 정말 파격적인 조건입니다. 매일 한 시간 정도 펄먼 교수의 정리 작업을 도와주면 6주간 숙식을 제공 받으며 엘리오네의 여름 별장에서 지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 달 반 동안 각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은 마음 놓고 글쓰기만 할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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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정말 감탄한 부분입니다. 이건 뭐랄까요, 학계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나 할까, 돈 걱정 없이 한 달 반 동안 숙식을 제공 받으면서 글만 쓸 수 있다니! 석박사 논문을 비롯 연구 저서라 하더라도 출간 전에는 집중적인 검토 기간이 필요한 법인데, 엘리오의 아버지는 (대부분 빈곤한 처지일)젊은 연구자들을 위해 기꺼이 시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죠. 물론 전공 분야도 한정하지는 않기 때문에 법학도를 비롯 공학도들도 무수히 엘리오네 별장을 거쳐갔던 것이고요(문득 궁금해지네요. 이런 이벤트를 매해 벌이는 학자들이 진짜로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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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게 당첨이 된 여름 손님은 한 달 반 동안 정말 꿈같은(물론 제가 보기에) 생활을 합니다. 하루 종일 글 쓰고 운동하고(집안에서 하는 수영) 그러다 낮잠을 자거나 저녁에는 마을로 나가서 애들과 어울리거나(이 동네는 미국과 유럽에서 온 사람들의 별장지라 부모 따라 여름 휴가를 온 어린애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냥 듣기만 해도 정말 즐겁게 여름 휴가 보내는구나 싶네요.(가끔 친구들과 나중에 돈 벌어서 어디 해외에, 그러니까 동남아 같은데 별장 하나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꿈같은 소리를 하고는 하는데 - 듣자하니 어떤 웹툰 작가 선생은 주기적으로 동남아에 팬션 하나 빌려서 한 달 정도 처박혀 그림만 그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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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같이 영화 본 친구 하나는 계속 이 수영장에 대해서 얘기하길, 저거 천연 수영장 아냐? 그러니까 저 수영장 물이 지하수 같은데? 생각도 못했던 건데 문득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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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루 종일 자료들 읽고 생각하고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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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위해서는 정말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전거 타기 등 운동도 부지런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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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글쓰고 운동하고 가끔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다시 글쓰고 운동하고 놀러 가고...햇살은 이렇게 좋은데 말입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거 이래서 공부가 될까? 아니면 글쓰기가 제대로 되려나? 농담조로 하는 얘기들이 있는데, 왜 근대 학문이 이탈리아가 아니고 독일에서 발달했는지에 대한 얘깁니다. 이탈리아는 햇살이 너무 좋아서 공부가 안된다는 겁니다. 게다가 창 밖으로 보이는 풍광도 너무 아름다워서 말이죠. 공부는 고사하고 책 한 줄 읽기도 힘들테니 학문 발달은....반면에 독일은 1년 365일 날도 흐리고 밖은 우중충하고 아주 우울증 안걸리면 다행일 정도로 풍광이 그래서 다들 집에 틀어박혀 열씨미 공부만 했다는 겁니다.(물론 학자들이) 농담으로 하는 얘기긴 합니다만 이 영화 보는 내내 그 생각이 들더라는. 아, 저기까지 가서도 책만 파고 글만 쓰는게 과연 잘될까...

 

 

 

 

그런데 저라면 잘될것 같은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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