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꿈, 옵션)

2018.10.03 13:33

안유미 조회 수:536


 1.요즘도 사람들을 만나면 사람들은 내게 여은성님은 꿈이 뭐냐...고 물어보곤 해요. 그럴 때는 한번 생각해 보곤 해요. 아직 내게 가능한 옵션들을 말이죠. 그냥 허황된 꿈이 아니라 진짜로 현실에서 달성할 수 있을만한 옵션 말이죠.


 전에 썼듯이 그렇거든요. 이제는 '나 스스로가 무언가가 된다는'옵션은 거의 사라졌어요. 내게 남아있는 가능한 건 '내가 무언가를 손에 넣는'옵션뿐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젠 입만 열면 '될 수 있는 것'이 아닌 '가질 수 있는 것'에 대해 주로 논하는 거고요. 


 듀게 일기를 보는 여러분들은 내가 돈 얘기를 너무 자주 해서 짜증날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어요. 나는 가능한 얘기만 하고 싶거든요. 이 시점에서의 내게 남은 건 내가 얼마나 대단하게 될지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대단한 것까지 가질 수 있는가...그것뿐이니까요. 그래서 그것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2.그래요. 어렸을 때는 이건 진짜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건 자위가 아니라 사실이기도 했고요. 엄청난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으로 충만해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이제는 오늘의 모습이 진짜 나거든요. 언젠가 될 모습같은 건 이제 없으니까요.


 뭔가 또 투덜거리는 소리를 하려는 건가...싶겠지만 그건 아니예요. 전에 썼잖아요. 부동산을 싫어한다고요. 그건 내가 늘 말하는 잠재력 때문이예요.



 3.돈을 일정 이상 모은 놈들은 부동산을 사곤 하죠. 그래요. 보통의 경우에, 돈이 일정 이상 쌓이면 부동산이라는 걸 사는 거예요. 이른바 안전자산이란 놈들을 말이죠. 위치도 좋고, 월세도 꼬박꼬박 나오고, 향후 점진적으로 오를 만한...그런 부동산 말이예요.


 이전에 우리의 인생은 찰흙과도 비슷하다고 했었죠. 우리의 어린 시절엔 찰흙이 말랑말랑한 시기처럼 외력을 가할 때마다 그에 맞춰 쉽게 변형되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점점 잘 변형되지 않다가...어느 순간 완전히 굳어 버리는 거예요. 성장할 기회도, 잠재력도 끝나버리는 거죠. 


 나는 자산도 그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즉시 무언가에 투입할 수 있도록 스탠바이된 현금은 가장 말랑말랑한 찰흙과도 같죠. 아주 빠른 속도로 대폭적으로 변형될 수 있단 말이예요. 물론 잘못 운용하면 대폭 깎일 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잘만 운용하면 온갖 것을 빨리 흡수하는 어린아이처럼 무럭무럭 자라나는 거죠. 


 하지만 부동산은 '찰흙을 굳히는'행위와도 같아요. '이 정도의 크기와 모양이면 됐다' 싶은 마음이 들어서 지금의 형태와 지금의 부피 그대로 굳혀버리는 행위인거죠. 그야 부동산으로 자산을 '굳혀' 놓으면 줄어들 위험이 없다는 점은 좋겠죠.


 그러나 내가 보기에 부동산을 사는 건 '덜 좆같은 인생을 살기로'결정하는 일이란 말이예요. 왜냐면 그렇거든요. 부동산을 사서 월세나 타먹는 순간 돈이 가진 잠재력은 그걸로 끝이예요. 그건 '안전하게 고정되어버리는'것이지 더이상 빠른 속도로 팽창할 수가 없는 거란 말이죠. 안전해지는 대가로 잠재력을 포기하는 짓거리인 거죠.



 4.휴.



 5.그래요. 내가 부동산을 싫어하는 이유는 나의 자산이 끝없이 성장했으면 하고 바라기 때문이예요. 다른 사람의 의견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부동산을 산다는 건 나의 자산의 성장기를 끝내고 완숙기로 들어가기로 결정하는 것과 같거든요. 


 하지만 나 자신의 성장기가 끝나 보니 잘 알겠단 말이예요. 성장기가 끝난다는 건 그 순간부터 죽음을 기다리며 산다는 걸 말이죠. 그러니까...나의 자산은 늘 현금이거나 현금성으로 존재했으면 좋겠는 거예요. 절대로 성장기가 끝나지 않도록 말이죠. 성장기가 끝나지 않는 이상 계속 꿈을 꾸며 살 수 있거든요.


 그야 누군가는 이럴 수도 있겠죠. 어느 시점에선가는 찰흙을 단단히 굳혀 놓지 않으면 결국은 예상치 못한 나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요. 결국 자산이란 건 안정을 가져다주기 위해...우리의 인생에 안정과 평온을 가져다주기 위해 존재하는 거라고 말이죠. 그러니까 일정 이상의 규모가 되면 단단히 굳혀버려야 한다고 말이죠.



 6.하지만 아니예요. 사람들은 건물주가 부럽다고들 하지만 글쎄요. 건물주는 인생이 고정되어버리는 거란 말이예요. 한달에 2천만원을 받는 쩌는 건물주라고 해도 이번 달에도 2천만원...다음 달에도 2천만원...내년에도 2천만원...사람들을 닦달해서 월세를 올리기 전에는, 그가 발휘할 수 있는 교환가치는 한달 2천만원으로 고정되어 버린단 말이죠. 


 그게 제일 무서운 거거든요. 다음 날의 내가 어떨지 이미 알고 있고 내년의 내가 어떨지 이미 알고 있다는 거요. 성장기가 끝나 버린다는 건 그런 무서운 일과 마주하는 거예요. 위에 쓴 건물주처럼 되더라도 그냥 한달에 2천만원 받으면서 죽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는 거죠.



 7.가끔 일기에 투덜거리곤 하죠. 잠재력이 없는 시기니 어쩌니 하며 말이죠.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 자산은 굳지 않는 찰흙의 형태로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아침에 주식을 볼 때마다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처럼 살 수 있는 거죠. 어린아이와 내가 다른 건, 어린아이에겐 산타가 일년에 한 번 정도 오지만 내겐 산타가 매일 온다는 거죠. 나 자신의 잠재력은 많이 사라졌어도 잠재력을 가진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부동산따위는 절대 필요 이상으로 사지 않아요.


 그야 산타가 늘 좋은 선물만 가져오는 건 아니예요. 어떤 날은 좋은 선물...어떤 날은 나쁜 소식...뭐 이런 패턴이죠.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어쨌든 매일 아침마다 산타가 찾아온다는 거예요. 그리고 머리맡에 놓인 양말을 열어서 확인하기 전엔 거기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른다는 게 좋은 거고요.


 그래서 연휴 때마다 투덜거리는 글을 쓰곤 하는 거죠. 왜냐면 쉬는 날에는 산타도 쉬니까요. 오늘도 빌어먹을 휴일이라서 산타는 못 만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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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야 폭등을 노리고 사는 부동산도 있긴 하죠. 하지만 위에 쓴 개념의 부동산은 '이미 100명중 100명이 좋은 부동산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이상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종류의 것을 말하는 거예요. 안전하게 굳혀놓기 위한 부동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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