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라그나로크 이야기를 해서 말인데... 북유럽 바이킹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가 있는데요. 빈란드 사가라는.

혹시나 안 읽으신 분들에게는 실례지만 이제부터 그 만화의 초반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

.

.




그 만화 4권인가 5권 쯤에 만화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대목이 나오는데 지배력이 강했던 덴마크 령 왕자의 소규모 군대가 바이킹에게 몰살당하면서 후견인이 죽습니다. 그 과정에서 크누트 왕자라는 인물이 생사의 고민을 넘어 방탕한 천주교 신부를 통해 교리에서의 사랑이란 진정으로 이 세상에서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는데요.


생명에게는 불가능한 이유가, 그것은 진정한 사랑은 조건없고 차별없는 사랑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낌없이 내주고 사라지게 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이득이나 영달은 포기해야 하는 거죠. 상대에게 주건, 베풀건 자신의 고통에도 가치를 재지 않는 거라는 군요.


따라서 사랑이란 이름의 여러 사랑들은 진짜가 아니란 건데요. 연인의 사랑이란 건 짝짓기의 일부이고, 가족간의 사랑이란 건 혈족의 유대에서 비롯된 것이며 호감은 그저 짝사랑일 뿐이란거죠. 작가는 일전에도 우주 쓰레기를 줍는 만화에서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얼핏 얼버무린 것처럼 끝내고 만 적이 있어요. 그 사랑이야기를 다음 만화에서 이어나간 것인데, 다시 볼수록 어쩌면 사람에게 어렵고 불가능한 것이야 말로 그런 차별없는 사랑일지도 모르겠네요.




2.

좋아하는 사람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실감하고는 해요. 연애에 서툴지만 이 사람과 함께 생활하고 늙어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면 결혼을 결심하겠죠. 마침 나이를 먹어가는 게 실감났는데, 백년해로 라는 말의 무게를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자신의 주름살에도, 상대의 쇠약함에도 연정을 느끼는 나날이 오고... 싶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7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1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20
123263 [웨이브바낭] 80년대식 나이브함의 끝을 구경해 봅시다 '마네킨' 잡담 [24] 로이배티 2023.05.22 635
123262 1q84랑 국경의 남쪽 번역 관련 [2] catgotmy 2023.05.22 261
123261 [넷플릭스] 글리맛이 많이 나는 ‘더 폴리티션’ [9] 쏘맥 2023.05.22 795
123260 에피소드 #38 [2] Lunagazer 2023.05.22 82
123259 프레임드 #437 [4] Lunagazer 2023.05.22 98
123258 압구정 폭행남 사건에 대한 커뮤니티 반응 [7] catgotmy 2023.05.22 988
123257 듀게 오픈채팅방 멤버 모집 물휴지 2023.05.22 119
123256 치과 의자는 왜 그렇게 안락할까? [10] Sonny 2023.05.22 547
123255 [웨이브바낭] 나름 짭짤했던 B급 무비 둘, '완벽한 살인', '오피스 배틀로얄' 잡담 [2] 로이배티 2023.05.21 293
123254 넷플릭스 힘에 영화관 다 망한다는데 [3] 가끔영화 2023.05.21 603
123253 뇌절의 질주... 아니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보고 왔습니다... 흐미... [15] Sonny 2023.05.21 566
123252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catgotmy 2023.05.21 168
123251 프레임드 #436 [4] Lunagazer 2023.05.21 79
123250 스콜세지 신작 칸 프리미어 반응 [6] LadyBird 2023.05.21 672
123249 도르트문트 우승 가능?바이에른 주총리, "BVB는 우승하기에는 너무 멍청해"/해리 케인 자히비. daviddain 2023.05.21 85
123248 고양이의 보은 (2002) [1] catgotmy 2023.05.21 165
123247 [웨이브바낭] 피칠갑 인문학 고문 수업, '더 레슨: 마지막 수업' 잡담입니다 [3] 로이배티 2023.05.20 373
123246 [웨이브바낭] 호러라기 보단 감성 터지는 잔혹 동화, '굿 매너스'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3.05.20 343
123245 (드라마 바낭) 무정도시를 밤새며 봤어요. 왜냐하면 2023.05.20 226
123244 스팔레티가 나폴리 나가는군요 daviddain 2023.05.20 13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