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끔은 그래요. 보통...보통이 너무나 소중하다예요. 미친놈들과 놀고 나면 완벽하게 보통...완벽하게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꽁냥거리고 싶어져요. 소주도 먹고 맥주도 먹고...삼겹살도 먹고. '은성이형 밥좀 사주세요.'라는 말도 듣고. 


 완벽하게 보통인 여자애들과 완벽하게 보통인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그 여자애들이 기안84 욕을 하면 맞장구도 쳐주고요. '한심한 여자애들아, 기안84는 너희보다 최소한 5배는 잘나간단다. 그따위 비아냥은 기안84보다 잘나가게 된 뒤에 하라고.'라고 사실대로 말해주는 대신 '맞아맞아, 기안84는 한심한놈이야. 물론 못생겼고.'라고 맞장구도 쳐주는거죠. 그렇게...완벽하게 보통으로 꽁냥거리는 걸 하고 싶어진단 말이죠. 


 어제인가...그저께에 은성형님 술좀 사주세요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러니까...정신나간 술 말고 그냥 술을 사달란 말을 말이죠. 여러분에겐 별것도 아닌 말이겠지만 그 말을 듣고 갑자기 눈물이 날 뻔 했어요. 보통의 것에도 빛나는 것이 있다는 걸 상기하게 되어서 말이예요. 그 빛남도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말이죠. 나를 완벽하게 모르는 인간들 틈에 들어가서 거기서는 완벽하게 보통으로 행동하고 싶어요.


 여기서 쓴 보통은 평범하다는 뜻이 아니라 평균값이란 뜻이예요. 좋거나 나쁜 게 아니라 룰이랄까...레귤레이션이랄까 하는 게 어느 좌표에 찍혀져 있는지의 차이예요.



 2.생각해 보면 나는 대부분 그렇긴 했어요. 사람들끼리 모여서 무언가를 하거나 어딘가로 이동할 때는 늘...구석에 있거나 맨 뒤에서 행렬을 따라가거나 하는 게 나의 원래 행동거지였거든요. 보통으로 한다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나의 모습인 거죠.


 그것을 오랜만에 경험해 보니 그것도 비타민의 한 종류인 거라고 여기게 됐어요. 비타민 A B C D E F G가 있다고 한다면 이 7가지 모두를 섭취해야만 인간은 충만하게 살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범하게 카페에서 놀고 평범하게 식사하고 평범하게 영화보는 건 '아직 아무것도 되지 못한 거'라고 생각하던 시기도 있는데...그건 틀린 생각이었던 거 같아요. 그것 또한 여러가지 비타민 중 하나...계속 섭취하지 못하고 있으면 결국 사람을 돌아버리게 만들어버리는, 중요한 비타민인 거라고 굳게 믿게 됐어요.



 3.전에는 뭐 인생이 재미있으려면 미친짓을 계속 해야한다...이런 소리도 했지만 글쎄요. 생각해보니 그것도 비타민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미친짓을 하는 것이 인생의 상수여야 할 이유는 딱히 없긴 해요. 


 하긴 예전에는 미친짓이 결핍되어 있었으니까 그게 중요한 것처럼 느껴진 거겠죠. 결핍의 시기를 너무 겪게 되면 사람은 그렇거든요. 자신에게 없는 것이 하나의 파츠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그것이 자신을 완성시켜 줄 완제품이라고 잘못 생각하곤 하죠.



 4.휴.



 5.그러고보니 내가 발전하는 방법은 어떤 분야든 결핍을 채워나가는 식으로 되는 것 같아요. 수능을 칠 때도 도저히...'공부'라는 걸 하고 싶지가 않은 거예요. 공부를 해서 지식을 좀 쌓은 뒤에 문제를 풀어야 맞추는건데 그게 도저히 안 돼서 이렇게 했어요. 일단 아무것도 몰라도 무조건 문제집을 끝까지 푸는 거예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문제를 풀면 그야 거의 다 틀리지만, 그 때부터 틀린 문제를 맞출 수 있게 하나하나씩 해결해 가는 거죠. 그러면 한번 틀린 문제와 유사한 문제는 안 틀리게 돼요.


 다만 이 방법은 과탐이나 사탐 언어 등 다른 과목에서는 잘 통했는데 수학만은 예외였어요. 수학은 틀린 문제에서 답안지를 보고 '아 이게 정답이구나'하고 대충 때울 수 있는 게 아니라 답을 내기 위해 알아야 할 구조들이 있으니까요.  


 또한가지, 이 방법의 문제는 문제집을 가능한 많이 풀어야 한다는 거예요. 시험에 나올 수 있는, 유형화된 모든 문제를 틀려봐야 결핍을 깨달을 수 있는 건데 문제집 두세권만 푼 상태면 내가 틀린 문제 자체가 너무 적으니까요. 내가 틀리는 문제의 표본을 가능한 많이 모으기 위해 문제집을 많이 풀어야 했는데 그래도 이 편이 그냥 책읽고 공부하는 것보다는 할만했어요.



 6.운동도 그래요. 전에 썼듯이 처음에 피트니스를 갔을 때는 몇가지 운동만 했어요.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무게가 안 늘어서 왜 이러나...하니까 팔이랑 상체만 단련되어서 그런 거였어요. 상체로 무거운 걸 든다고 해서 반드시 상체의 힘만 개입되는 게 아니라 하체와 코어근육도 도움을 준다고 해서 코어운동을 하게 됐죠. 


 그렇게 무게를 올려가다가, 어느 순간까지는 스트레칭을 잘 안했는데 무게가 일정 이상 되니 가끔 생명의 위협을 느낄만한 순간도 왔어요. 예를 들어서 30kg짜리가 얼굴에 떨어진다면 욕이 나오겠지만, 80kg가 얼굴에 떨어진다면? 그 사람은 욕을 할 수조차 없는 상태가 되버릴 테니까요.


 물론 30kg드는 시기든 80kg를 드는 시기든, 그 무게는 들만하니까 드는 무게긴 해요. 그래도 일정 이상의 무게를 상대하게 되니 내가 낼 수 있는 최대의 스트렝스를 내려면 스트레칭이나 몸풀기로 사전작업을 해 줘야 한다는 것도 알게 돼서 스트레칭도 배우게 됐어요.


 그렇게 몇 년 지나니 운동을 하고 나면 다음에 운동을 잘할 수 있거나, 빨리 재개할 수 있도록 간격을 줄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여기게 됐어요. 테니스의 왕자 효테이전을 보다가, 시합을 끝낸 오오토리와 시시도가 정리운동을 하는 걸 보고 '저 쉐이들은 열정 있는 척 졸라 하네. 운동을 했으면 쉬어야지 왜 또 운동을 해.'라고 생각했는데 그 장면은 열정코스프레가 아니라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거였어요. 운동을 마치고도 약간의 정리운동을 하고, 냉탕에 가서 근육의 피로를 줄여주거나 하는 최소한의 것들은 하게 됐죠. 


 이 방법의 가장 나쁜 점은, 결핍을 직접 경험하고 시달려야만 한다는 거예요. 좀 똘똘하게 미리미리 매뉴얼도 보고 하면 나쁜 걸 겪지 않고 지나갈 수도 있을텐데...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하지만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으니 어쩔 수 없죠. 흠. 벽이 내게 다가올 때까지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가 부딪히고 나서야 깨닫게 되곤 하니까요. 



 7.그래요. 살 거라면 열심히 살 수밖에 없어요. 어쩔 수 없는 게, 인생에 나쁜 것들은 그냥 생겨나지만 좋은 것들은 절대 그냥 생겨나지 않거든요. 노력해서 나쁜 것들을 없애고 노력해서 좋은 것들을 가져다 채워넣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 


 하지만 가끔 착각하기도 해요. 인생에 없는 것이라고 해서, 번쩍거리는 거라고 해서 그게 반드시 좋은 건 아니거든요. 어떤 것들을 우리 인생에 없는 거라는 이유만으로 악을 쓰며 잔뜩 들여놔버리면...용량 과다로 우리를 돌아버리게 만들 수도 있어요. 지나치게 많이 섭취해버린 비타민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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