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라는 진통제

2019.11.09 10:11

어제부터익명 조회 수:690

친구 하나가 최근에 부동산 관련 사기를 당한 걸 알게 되었어요.

피해 금액은 2억 정도.

갭투자 관련한 깡통 전세 사건이었는데 법적인 소송과 형사 입건이 오고가고 한 거 같지만 

결과적으로 보상금은 한푼도 얻어내지 못했어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2억이라는 돈의 가치보다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 친구가 소진해야했던 인생의 시간을 생각했어요.

그리 풍족한 집안도 아니고 현재 벌이도 충분하지 않아요. 

게다가 피해 금액의 상당 부분은 역시 은행 대출 받아서 마련한 거였고요.

어림잡아도 그 사람 인생의 10년 정도는 소진하고 집착해야 

비로소 2억 정도를 마련할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사건의 전말을 들은 저는 금액의 얼마라도 받아낼 구석이 없을까 싶어서

이것저것 부동산 관련 법률 사례 등을 찾아보고 그 친구에게 연락했어요.

그런데 그는 이미 이 사건에 대해 더는 신경쓰고 싶어하지 않더군요. 

사실 처음 만나서 이야기를 들을 때조차도 돈을 잃었다는 사실에 대해 크게 괘념치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친구는 매우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어요.
그가 이번에 겪은 시련조차도 인간의 좁은 인식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다른 거시적인 의미가 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잠깐 혼란스러웠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는 마르크스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렇게라도 종교에 의지해 지금의 통증을 견뎌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요. 


엊그제 친구는 같은 평수의 집을 구하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았고 

이번에는 등기부등본을 꼼꼼하게 살펴볼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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