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글의 형태로 작성해서 말투가 이런 것이니 양해 부탁드려요. 그리고 방금 <오데트>에 관한 리뷰도 ‘회원 리뷰’ 게시판에 올렸으니까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읽어보세요. http://www.djuna.kr/xe/index.php?mid=breview&document_srl=14304166 )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현재 오랜만에 칼 드레이어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회고전은 4월 21일까지 계속 된다.) 오래전에 칼 드레이어 회고전이 처음 열렸을 때 상영작 전작을 보고 충만함을 느껴서 더 이상 영화를 안 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상영작들 중에 <게르트루드>(1964), <분노의 날>(1943), <잔다르크의 열정>(1928), <뱀파이어>(1932) 등 필견의 추천작들이 수두룩하다. 그 중 영화 사상 최고 걸작 중의 한 편이자 개인적으로 너무 사랑하는 작품인 칼 드레이어의 <오데트>(1955)를 다시 추천하고자 한다.(<오데트>의 상영은 3번 남아있다. 3월 27일 (수) 오후 4시 30분, 3월 30일 (토) 오후 2시, 4월 14일 (일) 오후 3시-상영 후 시네토크) 나는 이 글을 읽게 되는 사람들 중에 영화 관계자들이거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만사를 제치고서라도 이 영화를 꼭 한번 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듀게 회원분들 중에 <오데트>를 이미 본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여전히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들도 분명히 많이 있다. 올해 개봉작을 포함해서 국내에서 상영되는 영화들 중에 단 한 편만 추천할 수 있다면 나는 <오데트>를 추천하겠다. 이 글은 순전히 영업용이므로 사람들이 혹할 정보를 하나 주자면 <오데트>는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고 4K 디지털 복원판으로 상영된다. 개인적으로 역대 베스트 영화 10편 중에 한 편으로 뽑는 작품이기도 하다.(2022년에 발표된 영국 영화잡지인 ‘사이트 앤 사운드’ 역대 최고의 영화 리스트에서도 <오데트>는 비평가 선정 48위, 감독 선정 30위를 차지한 바 있다.) 나는 이 영화를 크리스천들이 많이 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한 크리스천들을 보면 아쉽고 이 영화가 크리스천들에게 덜 알려진 현실에 대해서는 너무 속상하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크리스천들에게 더 의미가 있으며 나는 이 작품이 영화와 신학이 만난 최고의 경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데트>는 나에게 가장 이상적인 영화 중의 한 편이기도 하다. 이창동의 <밀양>이 개봉했을 때처럼 <오데트>를 본 크리스천들과 열띤 대화를 꼭 나눠보고 싶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오데트>는 믿음과 기적에 관한 가장 위대한 영화다.

'오데트'는 덴마크어로 '말씀'이라는 뜻이다. 덴마크의 목사이자 극작가인 카이 뭉크의 동명의 희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오데트>는 보겐 일가의 신앙의 위기와 극복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주로 실내에서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되며 기법적으로는 롱테이크와 느린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촬영된 장면들이 많다. 이 영화의 느린 호흡은 이 영화에 자연스럽게 경건함과 초월성을 부여한다. 이 영화의 영상미는 특히 압권인데 섬세한 조명술로 인해 마치 베르메르의 회화를 방불케하는 아름다운 화면이 만들어진다.

영화 속 한 인물이 '현대 사회에서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영화는 어느 지점까지 그 말이 진실인 양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의심과 회의 속에서 영화 속 대부분의 인물들과 심지어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조차 기적을 믿지 않게 되는 상황이 되었을 때에서야 비로소 드레이어는 놀랍게도 우리에게 기적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기적은 더욱 경이적으로 다가오고 설득력이 있다. <오데트>는 결국 이 기적을 향해 나아가는 작품이다. 순수한 말씀에 대한 '믿음'이 '기적'을 실현시킨다. 그 기적과 마주하기 위해 우리가 영화의 느린 시간들을 견뎌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사 최고의 명장면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오데트>의 기적 장면은 볼 때마다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아무런 특수효과도 없이 기적을 담백하게 보여주는데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이 기적이 실제로 믿어진다. 진실로 기적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들었고 푹 자고 일어나서 <오데트>에서 기적 장면만을 본 관객일지라도 그 장면을 본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본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기적 장면 때문에라도 이 영화를 꼭 보라고 말하고 싶다. 장 뤽 고다르는 그의 작품인 <영화의 역사(들)>에서 영화사에서 기적을 보여준 감독은 알프레드 히치콕과 칼 드레이어밖에 없다고 했었는데 정말 틀린 말이 아니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아직 <오데트>를 못 보신 분들은 이번 기회에 꼭 보시기를 바란다.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이거 한가지는 단언할 수 있다. <오데트>를 보지 않는다면 당신은 스크린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진귀한 순간 중의 하나를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만약 당신이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영화 사상 가장 놀랍고 숭고한 순간 중의 하나를 마주하며 정말 기적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런 순간과 마주하기 위해서 우리는 영화를 보는 것은 아닐까?

마지막으로 국내에도 출간된 ‘죽기 전에 봐야 할 영화 1001‘에 실려있는 <오데트>에 관한 제프 앤드류의 글(https://naver.me/x0hk2F3N)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오데트>가 우리의 종교적 믿음까지 바꾸어놓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우리는 최고 수준의 영화예술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번 기회에 <오데트>의 기적과 대면하게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P.S: <오데트> 예고편(영국)

https://youtu.be/-uQEPjRog84

<오데트> 예고편(프랑스)

https://youtu.be/kfnDxOG3ljw

<오데트>가 상영되는 서울아트시네마 칼 드레이어 회고전 링크

https://www.cinematheque.seoul.kr/bbs/board.php?bo_table=program&wr_id=1144&sfl=wr_29&stx=1

네이버 지식백과에 실린 <오데트> 해설 링크. 내용이 좋다.

https://naver.me/xtHn0UKU

<오데트>에 관한 이충범 목사님의 글을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blog.naver.com/zeppurple/222635165309

한나래에서 출간된 ’칼 드레이어‘에 <오데트>에 관한 좋은 글이 실려있다.

http://aladin.kr/p/TF831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35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497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3912
123382 외국 국적을 가진 교포들 말입니다 [12] 빛나는 2010.07.14 4372
123381 미나리에 삼겹살 싸드셔봤나요? [19] 푸른새벽 2010.07.14 4337
123380 [소식] 앰버 연대기 재출간 [6] 날개 2010.07.14 3539
123379 이전투구 [2] 알리바이 2010.07.14 1983
123378 쌈사진 [17] 가끔영화 2010.07.14 4171
123377 [포탈 바낭] 바닐라 크레이지 케이크 먹었어요. [6] 타보 2010.07.14 4881
123376 (바낭) 고기글 보니까 갑자기 새송이버섯이 먹고 싶어졌어요. [9] hwih 2010.07.14 2540
123375 외계인의 귀여움 [4] 2010.07.14 4542
123374 동성애자의 비율 [16] 현재 2010.07.14 7087
123373 이상하게 배가 안고파요 [5] 사람 2010.07.14 7924
123372 [듀나인] 지난 게시판에서 본 역사서 제목이 기억이 안나요. [2] @이선 2010.07.14 1853
123371 [영화제] 제천국제 영화제 프로그램이 나왔어요~ [2] 서리* 2010.07.14 2858
123370 [질문] 저한테 자꾸 시비를 겁니다. [22] 愚公 2010.07.14 5071
123369 LSE에서 공부하고 있는 석사생입니다. 간단한 설문조사 부탁드립니다. :) [5] 말리지마 2010.07.14 3431
123368 듀나인] 장마철 빨래에서 냄새가 계속 날 때 [17] 산호초2010 2010.07.14 4251
123367 피자 주문하는 법 [9] setzung 2010.07.14 4524
123366 [bap] 체코사진가 이르지 투렉 '프라하를 걷다' [1] bap 2010.07.14 2808
123365 안기부에 끌러가 고문받고 간첩이란 누명을 쓴채 16년동안 옥살이를 했다면? [18] chobo 2010.07.14 3673
123364 KT웹하드 UCLOUD 맥용 클라이언트 나왔습니다. 왜가리no2 2010.07.14 2697
123363 연애하는 인간은 왜 낙타,사자, 그리고 아이가 되는가 [1] catgotmy 2010.07.14 342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