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에 첫 시즌이 나왔고 지금 두 번째 시즌까지 나왔으며 최소 두 시즌은 더 나올 예정인 시리즈입니다. 지금까지 나올 바로는 시즌당 에피소드 6개. 편당 런닝타임은 40여분 정도 되고 하나의 사건으로 한 시즌이 마무리되는 깔끔한 구성!! 일단 스포일러는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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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보고 나서 이걸 보니 포스터 등장 인물 선정이 좀 애매하단 생각이 듭니다. 극중 비중 순도 아니고 배우 유명세 순도 아니고... ㅋㅋ)



 - 간지나고 긴장감 넘치는 MI5 요원들의 임무 수행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공항에서 테러범을 찾아 폭탄 테러를 막는 건가 봐요. 그런데 중간에 전해준 놈이 잘못 말했는지 들은 놈이 잘못 알아 먹었는지 용의자 추적에 혼선이 생기고, 우리 훈남 현장 요원이 뒤늦게 죽어라고 쫓아가 보지만 테러범은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만원 전철 앞에서 폭탄을...


 훈련이었습니다. ㅋㅋㅋ 드라마 속 상황이었지만 천만 다행이죠. 근데 암튼 그 건과 관련해서 우리의 훈남 현장 요원 리버 카트라이트군은 MI5 최악의 요원들을 격리 차원에서 모아 놓는다는 평판의 '슬라우 하우스' 로 발령 받게 되구요. 거의 폐가급 건물에 위치한 그곳엔 각양각색의 사연으로 이 곳에 격리(...)된 찐따 멤버들이 우글거리며 매일매일 월급 도둑질에 전념하는 삶을 살고 있네요. 그래도 어떻게든 능력을 입증해서 본부로 돌아갈테야! 라는 꿈을 잃지 않는 리버 군이지만 동료들 꼴도 그렇고, 뭣보다 원래 전설의 요원이었다면서 이젠 게걸 식탐 비매너 비위생 무기력 폭언쟁이 할아범이 된 이 곳의 리더 잭슨 램이 '노오력'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니들은 어차피 구제불능 쓰레기들이니 그에 맞게 월도나 하며 살라고!!! 라고 매일같이 직접 훈화를 해주는 우리 멋진 상사님! ㅋㅋ


 그런데 그 때 우리의 허접데기들과는 아무 인연이 없어 보이는 인종 혐오 납치 테러 사건이 벌어지고. 그런데 그게 어찌저찌 하다 보니 이 무기력 무능력자들에게 와서 달라 붙어 버립니다. 본의 아니게 열심히 일해야 할 처지가 된 슬라우 하우스의 영웅들은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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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정보 기관 MI5 요원들의 스릴 넘치는 일상!!)



 - 전에 이 드라마에 대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제가 했던 생각은 대략 이랬습니다.

 와, 게리 올드만에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에 내가 좋아하는 올리비아 쿡도 나오네? 이건 애플티비 등록하면 바로 봐야겠다!!

 그리고 이때 알려진 정보만 봐선 뭔가 무능한 요원들의 활동을 보여주며 그동안 나왔던 영화들 속 슈퍼 스파이들 모습을 비꼬기도 하고, 그걸로 웃기기도 하는 하이퍼 리얼리즘 생활 밀착형 오피스 스파이물... 같은 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게... 직접 보니까 예상과는 전혀 다른 물건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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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 분들이 제 기대보다 훨씬 유능하고 성실하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ㅋㅋ)



 - 그러니까 일단 슬라우 하우스(찾아보니 '슬라우'는 '진창'이란 뜻이군요. ㅋㅋ) 멤버들의 능력치부터가 제 예상에서 벗어납니다. 

 도입부에서 마치 주인공처럼 등장하는 우리 훈남 요원 리버 카트라이트군만 해도 경험이 없어서 실수를 종종 하지만 열정 넘치고 피지컬도 최상급이면서 평소엔 머리 회전도 빨라요. 그리고 제가 너무 궁금해서 도입부를 다시 재생해서 확인해보니 모의 훈련에서의 대참극도 리버가 아니라 전달해준 놈 잘못이 맞더군요. ㅋㅋ 그리고 그 외의 멤버들도 대부분 인격적 결함 내지는 개인사적 비극 등으로 인해 이 곳에 와 있는 거지 능력이 특별히 떨어지는 멤버는 (있긴 한데) 별로 없구요. 결정적으로 우리 만사 귀찮은 리더 잭슨 램... 뭐 설명할 필요도 없지 않겠습니까. 체력과 비주얼(...)이 심히 상했을 뿐 그냥 현역 시절의 슈퍼 요원 클래스를 그대로 간직하고서 위기 상황마다 발빠르게 대처하고 지휘를 해냅니다. 


 그래서 보다 보면 오히려 본부의 정예 MI5 요원들이 허접해 보여요. 진짜 막 무능한 건 아닌데 뭐랄까, 헐리웃 액션 영화 보면 주인공들에게 주인공 노릇을 시켜주기 위해 매번 결정적일 때 삽질을 하는 '전문가들' 있잖습니까. 그냥 그 정도 느낌에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가 연기하는 리더만 혼자 똑똑합니다. 드라마 보다 보면 정말 저 아줌만 부하들 때문에 열불 터져 죽겠다 싶은 장면들 많이 나와요.


 거기에 덧붙여서 드라마의 빌런이 되는 테러리스트들... 얘들은 정말 허접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아무 능력 없이 그저 단순 무식 멍청한 사람들이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 얼마나 거대한 민폐가 되는가를 보여주는 분들이구요. 덕택에 역시 슬라우 하우스 멤버들의 능력들은 더욱 더 상향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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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 돌아이 3인조. 근데 이들의 멍청함이 이야기에 잘 녹아들기도 했고. 또 그 멍청함을 강조하는 게 참 바람직한 방향이란 생각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 그래서 결국 전반적인 분위기는 예상보다 훨씬 전형적인 '언더독' 스토리로 갑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무시, 멸시 당하는 하찮은 애들이 어찌저찌해서 그 잘나신 분들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는 이야기들 있잖아요. 다만 그래도 작가님이 센스가 있으셔서 얘들이 '우리 함 해보자!!!' 라며 똘똘 뭉치는 그런 전개는 없어요. 슬라우 하우스 사람들은 한 시즌 내내 각자 찢어져 돌아다니며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얼떨결에 최선을 다 하고 그 와중에도 서로 투덜거리고 짜증내고 결정적으로 아주 단단한 불신 관계(...)로 이어져 있어서 그런 건전 감동적인 분위기는 원천 봉쇄됩니다. ㅋㅋ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와중에 이 불신으로 뭉쳐진 슬라우 하우스의 루저들 캐릭터 묘사가 아주 좋아요. 사실 이게 되게 만화책스런 구성이거든요. 무기력으로 위장한 전설의 카리스마 요원, 혈기 넘치는 정의파 현장 요원, 사무실 잡일만 하는 것 같지만 수십년 묵은 짬밥으로 중요한 순간마다 뜻밖의 돌파구를 찾아내는 조용한 할머니, 소시오패스급으로 싸가지 없고 이기적인 컴퓨터의 신에다가 쓸 데 없이 다방면으로 유능하면서 뭔가 비밀을 숨기고 있는 요원 하나까지. 자칫하면 뻔하고 유치해지기 쉬운 캐릭터들인데 작가가 디테일을 되게 잘 심어 놓아서 그렇게 유치하다든가, 사기캐들이 모였다든가 하는 생각 별로 안 들면서 보다보면 다 정들고 귀엽고 응원하게 됩니다. 정말 다 좋더라구요. 그 비호감 컴퓨터 천재까지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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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멋질 줄 알았던 분들 제외하고 나면 가장 맘에 들었던 게 바로 요분이었습니다. 그냥 모든 방면으로 좋더라구요. ㅋㅋ)



 - 에 그리고... 근본적으로 메인 스토리 자체가 상당히 좋아요. 그러니까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고 등장 인물들이 계속해서 서로의 뒷통수를 쳐대는 다크하고 시리어스한 스파이물 스토리인데요. 하찮게 끝날 수 있었던 사건 하나가 그 뒤에 숨은 윗분들의 사정(+통제 불능 돌아이 하나) 때문에 복잡하게 얽히고 꼬이면서 대 파국으로 흘러가고, 그 와중에 죽어라고 머리를 굴려대는 잔챙이 스파이들의 개고생이 드라마틱하고 긴박감 넘치게 펼쳐집니다. 이 정도면 제가 몇 년간 본 스파이물들 중에서 매우 상위권이라고 느꼈는데. 원작자님이 아주 훌륭한 분이신가 봐요. 그리고 그래서 이후 시즌들도 기대를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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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두 분의 캐스팅은 그냥 이 드라마 그 자체랄까... 걍 둘이 함께 나오는 모든 장면이 명장면이란 느낌.)



 - 마지막으로 배우들 말이죠. 주역급으로 활약하는 캐릭터들은 누구 따로 얘기할 것 없이 모두 다 좋습니다. 글 서두에 적었듯이 제가 이걸 보기 시작할 땐 게리 올드만에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에 제가 좋아하는 올리비아 쿡도 나오기 때문에 본 거였는데, 이 분들도 좋고 나머지 사람들도 정말 다 찰떡 같이 캐릭터 소화를 잘 하더라구요.

 물론 대충 마주 앉아 아무 말이나 하고 있으면 그냥 간지나고 긴장감 넘치고 프로페셔널해 보이는 게리 올드만과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카리스마가 당연히 짱 먹긴 합니다만. 길쭉 젊은 훈남 사이먼 페그 같은 잭 로우든도 참 귀엽고요. (제가 재밌게 봤던 '아무 일도 없었다' 에도 나오셨죠. 이 배우 맘에 드시면 그 영화도 꼭 보시길!) 소심한 듯 당차고 영민한 할머니 사스키아 리브스? 저는 난생 첨 뵙는 분인데 어찌나 귀엽고 멋지고 매력적이시던지요. 그 외에도 뭐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쥐어 패고 싶어지는 컴퓨터 천재 역의 크리스토퍼 청이라든가, 제겐 '브라질'의 불쌍한 아저씨로 영원히 남을 것 같았던 조나단 프라이스라든가, 뭐 등등 다 좋았습니다. 물론 제가 좋아하는 올리비아 쿡도 잘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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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 '똘똘 뭉쳐서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전개 같은 게 1도 없어서 좋았... 다고 하면 이상한가요. 하하.)



 - 암튼 뭐...

 끝까지 다 보고 나면 이야기 하나 깔끔하게 완결되게 끝나는 시리즈이고 그 재미도 아주 훌륭합니다만. 동시에 슬라우 하우스의 귀염둥이들이 슬슬 각성할 기미를 보이면서 다음 시즌을 더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아주 멋진 첫 시즌이었네요. 유일한 문제는 다음 시즌 언제 나오나... 라는 걱정을 하게 만든다는 거. ㅋㅋ 뭐 시즌 1과 2의 공개 텀이 8개월이었고 그래서 시즌 2가 작년 12월에 나왔으니 시즌 3도 올해 안엔 나오지 않을까 싶구요.

 어쨌든 스파이물 좋아하는 분들은 꼭 보세요. 영국풍 스파이물에 사람들이 기대할만한 것들을 몽땅 때려 박고 '재밌게' 만든 아주 훌륭한 시즌이었습니다. 거의 흠 잡을 데가 없네요. 이미 3개월 무료 끝나면 해지하더라도 다음 시즌 뜨면 한 달 다시 구독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ㅋㅋㅋ 아직 애플티비+ 안 쓰시는 분들은 이거 시즌 3 나올 때 한 달 무료 끊어서라도 꼭 보시길. 뭣보다 제가 좋아하는 올리비아 쿡도 나오니까요. 꼭 꼭 보셔야 하는 겁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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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시죠!!! 하하하.)




 + 사실 이 글 깨작깨작 적는 와중에 시즌 2도 다 봤습니다. 시즌 1보다 더 재밌어요!! 우왕!!!! 시즌 3 언제 기다리죠!!!!?



 ++ 근데 영국인들은 정말로 평소에 이런 수위의 농담들을 농담이랍시고 주고 받는 겁니까? 보는 내내 정말 진지하게 궁금했습니다. 다른 어느 나라에 가도 바로 주먹, 칼, 총알이 날아올 드립들을 그냥 일상 대화로 드라마 한 시즌 내내 주고 받고 있으니 그것 참...;



 +++ 아 그리고 뭐 촬영이든 미술이든 뭐든 흠 잡을 데가 없는 작품인 가운데 선곡 센스도 참 좋은데요.


 

 그 와중에 이 곡을 정말 수십년만에 듣고 확 꽂혀서 반복 재생하고 있습니다. ㅋㅋ 이 장면에서 올드만옹도 정말 귀여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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