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워낙 '망작이다!'라는 평이 압도적이어서 오히려 궁금증이 생겨서 봤습니다. 사실 전 망작, 괴작 좋아하거든요.



 - 별 무의미한 일이지만 스토리를 간단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잭이라는 연쇄 살인범이 있습니다. 딱히 유능한 건 아니...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정말 대책 없이 일을 막 치는 수준의 연쇄 살인범인데 그냥 운이 좋아요. 그런데 이 양반이 'Verge'라고 불리우는 누군가(에필로그 들어가기 전까진 목소리만 나옵니다)에게 끌려가면서 '심심하면 내 얘기 좀 해도 될까?' 라면서 자신이 저지른 살인들 중 좀 의미 있는 거 다섯개만 이야기해보겠다... 라는 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 감독이 감독이니 당연한 얘기지만 뭐 일반적인 연쇄 살인마들 나오는 스릴러 장르 영화들 같은 분위기를 생각하면 안 됩니다. 잭은 어리버리하고 구질구질해서 카리스마 같은 건 약에 쓸래도 없으며 심지어 연민을 느낄만한 무언가도 없습니다. 전혀 무매력 캐릭터인데 하는 짓은 구역질 나오도록 잔인하구요. (라스 폰 트리에답게 금기를 조롱하는 위악적인 살인 장면이 여럿 나오니 이런 데 면역 없는 분들은 꼭 피하시길) 나오는 살인 사건들도 뭐 그 자체로 어떤 스토리가 있는 게 아니에요. 사실 이 영화의 메인 파트는 스토리가 아니라 자신의 이런 행동들이 예술이라고 박박 우기는 잭의 궤변들과 거기에 반박하는 Verge의 인문학적 토론 부분입니다. 

 근데 뭐 '모든 예술은 사랑이다!'라는 Verge의 주장도 그냥 납득하기엔 좀 허접한 느낌인데, 또 살인이 예술이라는 잭의 주장도 그다지 솔깃한 구석이 없기는 마찬가지여서 어쩌라고... 모드로 보다 보니 히틀러가 자꾸 화면에 등장합니다. 그래서 아 이 양반 그 히틀러&나치 발언 때문에 욕 먹은 게 어지간히 억울했구나... 싶다가 또 중간에 예술이 어쩌니 하는 대화 부분에서 라스 폰 트리에 본인의 영화들 장면이 막 튀어나옵니다?

 그제서야 뒤늦게 깨달았죠. 아 이거 자기 얘기구나. 그러니까 저 잭이란 놈이 본인이고. 잭의 살인은 역겹다고 욕 먹는 본인의 영화들이고. 자꾸 여자들 죽이는 장면들만 나오는 건 본인이 여자 주인공 영화만 주구장창 찍어댔기 때문이고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이 남자인 이유는 그게 자기 얘기라서...;



 - 근데 그렇게 생각하고 영화를 마무리하고 나니 더 의아해집니다. 그렇담 영화 속에서 잭이 떠드는 이야기들이 다 감독 본인의 본심이었을까요. 음. 그런 것치곤 논리들이 그렇게 설득력 있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그렇다면 Verge의 반박과 비난들은 라스 폰 트리에가 실제로 들어왔던 비판들이었을까요. 그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문제는 제 입장에선 양측 주장이 다 그냥 심드렁하게만 들렸다는 거. 물론 제가 무식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전 그랬어요.

 그런 와중에 처음에도 말 했듯이, 어쨌거나 비중상 영화의 본체를 이루고 있는 잭의 다섯가지 사건들이 별로 재밌지가 않습니다. 장르적 쾌감이야 애시당초 바랄 게 아니었다고 쳐도 뭐 딱히 곱씹어볼만한 것도 없고. 뭐를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엽기적으로만 달리는 사건들이라... 

 결국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제겐 그냥 재미가 없는 영화였어요. 라스 폰 트리에 자신에겐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제게는 뭐...



 - 유지태가 나오죠. 네. 근데 나오기만 합니다. 우마 서먼도 잠깐 나와서 급히 퇴장하긴 하지만 그래도 퇴장 전까진 나름 가볍게 여흥 정도로라도 연기할 꺼리가 있었고 나름 본인이 그걸 즐길 수도 있었겠다 싶은데, 유지태는 '카메오'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비중이나 역할이나 거의 뭐 굴욕 수준(...) 그래도 그런 줄 알면서 본인이 출연하겠다고 한 것일 테니 본인은 즐겼겠죠. 그럼 된 거죠.



 - 라스 폰 트리에의 정신 세계가 정말정말 궁금하신 분들만 보세요. 사실 전 님포매니악이나 멜랑콜리아 같은 영화들까지 다 그럭저럭 재밌게 본 사람인데 그래도 이 영화는 참 재미 없었습니다. 막판에 나오는 명화 패러디(?)성 예쁜 그림들은 기억에 남지만, 딱히 남에게 추천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들 상대로 쉴드 쳐 줄 맘이 드는 영화는 아니네요.



 - 아 그리고 결말... 스포일러니까 내용은 안 적겠지만. 역시 궁금해집니다. 진심일지 아니면 또 하나의 위악성 농담일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1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6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92
123266 [듀나인] 1970~80년대 영화의 OST앨범을 듣고싶으면 어떻게 하시나요? [4] bighug 2010.07.14 2230
123265 오늘 눈치 빠르고 야망 가득한 홍준표가 이기면 좋겠군요 [5] 가끔영화 2010.07.14 2835
123264 어머니들 정장 어떻게 입으세요? [11] august 2010.07.14 3772
123263 전화 빌려주는 글 읽다 보니 생각나서... [14] 진달래타이머 2010.07.14 3113
123262 울진군청, 마리당 300만원 하는 희귀어를 상어밥으로! [22] chobo 2010.07.14 6838
123261 인셉션 보신분들께! [4] fuss 2010.07.14 3075
123260 나르샤랑 손담비 신곡 웃기지 않나요? [12] 불타는용광로 2010.07.14 4880
123259 오늘 오무라이스 잼잼 보셨나요? [5] @이선 2010.07.14 3759
123258 나르샤가 MBC 음악중심에 출연하지 못하는 이유 [8] mezq 2010.07.14 5283
123257 [퍼옴] 삐삐해지하면 3천만원 준답니다? [3] Apfel 2010.07.14 3736
123256 벌레와 비둘기에 시달린 나날 - 2부 비둘기 편 [8] 남자간호사 2010.07.14 2420
123255 여배우 발견..두근두근 시트콤과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6] 러브귤 2010.07.14 3048
123254 [듀나인] 인강 소리 크게 할 수 없을까요? [1] BONNY 2010.07.14 2739
123253 한나라당 망하려나요(당대표 스포) [9] jwnfjkenwe 2010.07.14 3663
123252 다시 보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 [1] 달빛처럼 2010.07.14 2228
123251 등업고시 통과!! [2] YRED 2010.07.14 1833
123250 일드 트릭은 진짜 볼수록 재밌군요~! [4] 장외인간 2010.07.14 3536
123249 갤럭시S냐 아이폰4냐... [13] 너도밤나무 2010.07.14 3794
123248 죽으면 전에 죽었던 사람들 모두 만날수 있을까요? [10] 모메 2010.07.14 3539
123247 왜 설리는 장난스런키스에 입성하지 못했을까 ^^ [12] 감동 2010.07.14 492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