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게시판이라 쓸 생각이 없었는데

갑자기 관심이 폭발하는거 같아서.... ‘어차피 망할테니’  안심하시고 관심 끄시라는 취지에서 글 하나 남깁니다.


.

1.

정의당이 이번 선거에 왜 망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정의당 스스로 잘 분석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계속 망할 것이고 미래는 없을 겁니다.


이번 선거에서 망한 이유를 만약 ‘연동형 비례’ 관련 미통당의 꼼수와 민주당의 뒤통수로 찾는다면 

가장 잘못된 분석이 될거에요.  “그게 아니야 이 바보들아!”



2.

 핵심은

 4년전 민주당의 혁신으로 인하여 한국 정치의 판이 바뀌었다는 것을 정의당이 눈치 못챈 것이 가장 큰 패착입니다. 

 4년전 민주당에서 일어난 일이 바로 한국 현대정치의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그 전의 민주당은 국회의원들의 연합체로 주권자들과는 철저히 괴리된 정당이었습니다.

그런 정당이었기 때문에 계파별 공천 나눠먹기를 거부하고 시스템 공천을 하겠다고 나선 문재인에 대항해

몇몇 호족들이 대통령병 걸린 안철수를 내세워 당권(공천권)을 회수하려고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문재인 역시 이 벽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 예상을 했으나 

원칙주의자 앞 뒤 꽉 막힌 문재인이 사고를 칩니다. 

박지원계, 손학규계,김한길계, 정동영계 기타 등등 어중이 떠중이들 모두 안철수 따라 나가버립니다.

사람들은 민주당은 이제 끝났다고 말하는 순간이었으나 

사실 그 때부터 민주당의 혁신은 시작되었죠. 

권리당원들이 수십만명씩 구름처럼 몰려 들었거든요.


중간에 지금의 윤석려리처럼  당시 김종인이라는 문재인의 헛발질이 있었고 민주당을 탈당해서 정의당에 들어 오는 사람들이 있던 위기의 순간도 있었습니다만....

듀게에서 찾아 보시면 제가 그분들을 만류하던 글이 있을겁니다.  그런 분들 정의당 들어 오는거 하나도 반갑지 않다. 남아서 민주당이나 제대로 만드시라고 

시스템공천과 권리당원 수십만명의 위력으로 제1당이 되고 정당지지율로 꽤 오랫동안 40%를 넘나 드는 아주 튼튼한 정당이 되버립니다.


민주당은 문재인식 정당혁신이 있기 전까지는 몇몇 스타 정치인에 따라 지지자들이 들락 거리는 곳이었을 뿐입니다.

혹은 딱히 지지하진 않지만 저 놈들에 비하면 괜찮으니 할 수 없이 찍어는 주는 그런 정당이었습니다.

이른바 ‘콘크리트’가 없는 정당이었어요. 천막정당, 유목민 정당이었죠.  그런 정당이 바뀌었어요. 정의당은 그걸 못 본거에요. 바보.


4.

4년전 20%가 조금 넘는 사람들만이 민주당에 정당투표를 했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 등 민주당의 위성정당에서만 40%를 차지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민주당은 더이상 차선이나 차악으로만 선택 받았던 정당이 아니며  자기만의 브랜드와 충성도 높은 지지층을 갖고 있는 정당이 된 것입니다.


정의당은 이러한 민주당계열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고 그래서 망했습니다.

현재의 민주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지지층은 이전의 지역주의 혹은 지역혐오의 틀에 갖혀 있지 않으며

3040을 주축으로 하여 정치 고관심층인데 이들이 주로 지역은 민주당 비례는 정의당(진보정당)을 찍던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정의당은 이미 ‘사표나무’ 아래에서 입만 벌리고 있으면 굶어 죽는 판이 되버린거죠.


게다가 열린 민주당이 나와버렸습니다. 

열린민주당은 민주당 주류에서도 매우 적의를 갖고 대하며 통제가 안되는 독립 정당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5.

이미 변화된 정세속에서 가만히 있어도 민주당 지지층의 표를 얻어 먹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없어졌음에도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원래교섭단체라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미친거죠.

만약 그런 목표를 세웠다면 가만 있을게 아니라 민주당 지지층들에 대하여 적극적인 구애를 하는 메세지를 던졌어야 했습니다.

심상정은 반대로  ‘탄핵’이란 쓸데 없는 말을 해버렸어요.  손발도 안 맞고 머리와 혀도 따로 노는 심상정의 바보짓이었죠.

심상정의 ‘탄핵’ 발언은 물론 한마디도 틀린 말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더라도 정권이 삽질하여 민심을 잃으면 탄핵 당할 수 있다는 말이죠.

문제는 이런 말은 정당대표로서는 해서는 안되는 말이었습니다.  정치평론가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

게다가 민주당 지지층의 표를 얻어 원내교섭단체 의석을 확보하겠다고 했다면 절대 해서는 안되는 말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낡은 운동권 출신 진보정치인의 한계였어요.


6.

2년만에 정의당 지지율이 1/3 토막이 나버렸습니다.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당대표가 사퇴하고 새로운 지도부로 선거를 치뤄야 하는 상황입니다.

심상정은 그저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를 하고 뒤로 물러섰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집토끼라도 지켜야죠.  이번 총선 결과 단 2석에 그치더라도  이젠 이미 떠나간 산토끼는 잊어버려야 합니다.

왜냐면 그 산토끼들이 전에는 갈 데가 없었지만 지금은 들어갈 집이 생겼거든요. 더 이상 산토끼가 아닌 ‘남의 집 토끼’가 된거죠.

노동, 여성, 환경, 복지 등의 분야에서 여전히 해묵은 문제가 쌓여 있는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며

민주당이 눈치 보느라 감히 손을 대지 못하는 정책들이 있습니다.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이 공동체의 지속성을 위해 꼭 넘어야할 벽들이 있어요.

그에 대한 좌고우면하지 않는 매우 편향되고 직선적인 주장을 더욱 분명하게 제시하면 됩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약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신 크게 내주면 됩니다. 

그 목소리가 (미통당처럼) 정치적 이해와 득실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라 공동체의 지속성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나오는 목소리가 되면

더 많은 지지와 연대를 얻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진보정치의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

참고로 전 투표권을 갖게된 이래 줄곧  ‘진보정치세력의 독자적 세력화’라는 전략에 따라 정당 투표를 해왔습니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2012년 심상정 후보의 사퇴로 딱 한번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를 했었고 

그 전이나 그 이후에도 모두 진보정당 후보에게만 투표를 해온 골수지지자입니다. 

물론 총선과 지선의 경우에는 지역구 상황에 따라 민주당계열 후보에게 투표하는 편입니다.

제 주변에는 정의당 지지자와 진성당원도 꽤 되는 편입니다.  

특히 NGO 활동하는 지인들의 경우 대부분 정의당 지지자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의 선거에서 ‘부동층’의 양상을 보여주는 사람들이죠. 

늘 끝까지 지켜보고 전략적으로 판단해서 투표를 합니다


저나 지인들 여전히 정의당을 지지하고 있고 이번 총선에서도 정의당에 투표할 것입니다.  

아무리 못나도 내 정당이니까요.

3% 못 넘겨 당을 해체하게 되도 그럴거냐고 조롱하는 이들도 있을것입니다.  

그런건 뭐 하도 많이 당해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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