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녀석이 생겼을 때 와이프를 꼬셔서 처음으로 성능을 따져볼만한(?) 카메라를 샀던 게 벌써 7년 전이네요.

후지 x100s란 물건인데 사실은 그냥 생긴 게 예뻐서(...) 샀던 거였지만 이미지 센서가 나름 큰 편이고 후지필름의 컬러 필터 색감이 취향에 맞아서 잘 썼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언젠가 풀프레임 한 번은 써보고 싶다능!' 이라는 욕망에 어떤 지인분이 '이렇게 저렇게 구성하면 가성비 최고인 것인데요.' 라고 기름을 부어버리는 바람에 6년만에 기변을 했죠. 가격이 뚝 떨어진 소니 a7ii 오래된 모델을 렌즈 미포함 신품으로 사고 거기에 가성비 좋은 국산 단렌즈를 달면... 뭐 이런 유혹이었는데



음... 이게 중요한 건 아니겠구요.



암튼 카메라를 산 이후로 정말 알차게 찍어댔습니다.

집에서 일상도 찍고 가족 행사도 찍고 그냥 밖에 나갈 때도 어지간하면 꼭 들고 다니고 학교 행사도 찍고 지른 물건들 인증샷도 찍고.

그래서 첫 카메라를 은퇴시킬 때 카운터를 확인해보니 대략 7만장을 찍었더라구요. 허허. 장하다 내 검지.

그리고 새 카메라는 처음에 좀 적응이 안 돼서 더 가열차게 찍었죠. 이제 1년 조금 넘었는데 대략 2만장을 넘게 찍은 것 같습니다. 

근데 문제는... 



그동안 인화를 한 번도 안 했어요. ㅋㅋㅋㅋㅋ



물론 영원히 인화 안 하고 디지털로만 간직하는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카메라를 살 때 생각이 '언젠간 인화해서 앨범 만들어야지' 였거든요.

근데 어쩌다가 한 두 주 전에 문득 '아, 인화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했고.

운명의 장난으로 마침 그 때 제가 예전에 학교 일로 가입해놨던 사진 인화 사이트에서 '앞으로 열흘간 지른 금액 20% 포인트 적립 행사라네' 라는 메일을 보냈고.

그래서 아, 이걸 동기로 삼아 이번에 인화를 해봐야겠다... 하고 사진 모아둔 폴더에 들어가서 삭제 당하지 않고 살아 남은 파일 갯수를 확인해보니 대략 3만개. ㅋㅋㅋ

거기에다가 핸드폰으로 찍었던 사진들에까지 생각이 미치니 과연 이게 이성적인 짓인가 심각하게 고민이 되더군요.



...결국엔 기한 안에 마무리해서 인화를 했습니다.

나름 '이건 꼭 인화 해야해!' 라는 생각이 드는 사진만 고르려는 게 처음의 마음이었지만 파일 무더기의 절반 쯔음에선 이미 멘탈이 무너지고 머리가 텅 비어서 막판엔 아무 거나 막 사이트에 올려대고 있었고. 결과는 1694장. 택배 박스를 받아 저울에 달아보니 6킬로그램이 넘는 사진 무더기가... 하하하하;;



문제는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한 번 컴퓨터 하드가 뻑이 나서 삭제됐던 사진 파일들을 복구한 적이 있어요. 그러는 과정에서 파일명과 exif 정보가 다 날아가 버렸죠.

그리고 한참 쓰다가 카메라 내장 시계가 맛이 갔는데... 귀찮아서 냅두고 그냥 찍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사진들이 찍은 날짜 순으로 정렬이 안 되어 있었고. 그걸 또 사이트에 대충 마구 골라서 올리다보니 받아든 사진들도 순서가 엉망진창.

24시간동안 무더기와 싸우며 순서를 맞춰보려고 발악을 하다가 나중엔 함께 사는 분에게도 도움을 청하고... 뭐 이렇게 안 해도 될 고생을 사서 하는 즐거운 연휴입니다.



이제 순서 맞추기는 대충 끝내고 앨범 한 권의 2/3 정도 채워 넣었는데. 사진 수가 워낙 많으니 코멘트 같은 건 엄두도 안 내는데도 시간이 엄청 걸리네요.

허리도 아프고 눈도 침침(...)해져서 컴퓨터와 핸드폰을 하루 정도 멀리하는 아름다운 효과도 있었습니다. ㅋㅋ

근데 인화한 것들 다 앨범에 우겨 넣으려면 이번 연휴를 다 써도 모자라다는 게 문제네요. 영화도 게임도 전폐하고 사진만 넣고 있는데도. ㅠㅜ



그래서 결론은,


1. 언젠가 인화하겠다는 맘으로 사진 찍으시는 분들, 최소한 1년에 한 번 정도는 뽑아서 정리하시길. 안 그러면 로이배티됩니다.

2. 카메라 시계 상태 잘 관찰하세요. ㅠㅜ

3. 역시 인화할 맘이 있으신 분이라면 걍 생각 없이 '이 그림 예쁜데?' 싶을 때만 찍지 마시고 나중에 앨범에 정리할 것도 생각해가며 찍으시길. 분명히 상황은 뭔가 기억할만한 행사, 이벤트인데 앞뒤 맥락 없이 자식놈 얼굴만 찍혀 있으면 앨범에 정리할 때 계륵이 되더라구요.



 + 결국 제 사진들은 세 종류. aps-c 센서 카메라와 풀프레임 카메라, 그리고 폰카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만. 인화해서 정리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1. 꼭 풀프레임이 아니어도, aps-c 정도만 되어도 4x6 사이즈로 인화해서 앨범 장식하는 데엔 전혀 모자람이 없습니다.

 2. 근데 풀프레임이 확실히 낫긴 나아요(...) 뭐랄까 그, 특히 자연광에서 찍었을 때 빛의 느낌이 좀 더 풍부한 느낌이랄까요.

 3. 하지만 저 말고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그딴 거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냥 자기 만족. ㅋㅋㅋㅋ

 4. 폰카도 요즘 물건들은 빛이 충분한 상황에서 찍은 사진이라면 역시 인화에 별 문제가 없고 가끔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잘 찍힌 사진들도 있네요. 하지만 실내, 저조도로 가면 답이 없습니...

 5. 좀 재밌었던 건 폰카의 '인물사진' 모드였습니다. 왜 중심의 인물은 살리고 배경은 나름 자연스럽게 날려주는 후보정 효과 있잖아요. 이게 자칫하면 어색한 합성사진처럼 되어버리긴 하는데 운 좋게 잘 찍힌 것들은 진짜 괜찮은 카메라로 찍은 듯한 느낌을 줍니다. 다만 제 폰(구글 픽셀2 XL)의 경우엔 이 기능을 쓰면 해상도가 뚝 떨어져서 사진이 살짝 티나게 소프트해지더군요. 

 6. 마지막으로, 구리게 찍혔는데도 불구하고 인화할 수밖에 없었던 폰카 사진들이 꽤 많습니다. 왜냐면 역시 순간 포착에는 폰카만큼 편리한 게 없으니까요. 다음에 핸드폰을 바꿀 때가 되면 다른 건 다 구려도 카메라 성능은 괜찮은 걸로 사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 쌩뚱맞지만


9958D1465EAC2E4421

(뭐 사람 얼굴은 하나도 안 보이니 괜찮겠...)


제일 맘에 드는 사진입니다.

초점도 안 맞고 엉망진창 못 찍은 사진이지만 그 당시에나 지금이나 너무 맘에 드네요.

잘 했다 내 앞발.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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