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8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1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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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옥풍운의 인물들이 학교로 침입한다!!!'라는 카피와 아래 설명 사진의 조합이 좀 웃겨요. 그만큼 '감옥풍운'이 흥행작이었나 보죠.)



 - 1988년의 홍콩 학교 풍경으로 시작합니다. 중학교라고 적혀 있는데 한국식으로 따지면 고등학생들이구요. 근데 이게 뭐랄까... 거의 '폭력교실1999'에 나오는 학생들급인데요? ㅋㅋㅋ 학교 양아치들이 다 바깥 세상 실제 조폭들과 연결되어 있고. 선생들 뭐라 하는 건 당연히 개무시에 그냥 대놓고 자기들끼리 영역 싸움, 패싸움을 벌여댑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 학교의 예쁜 여자애 원결영씨 한 명을 두고 두 조직의 양아치들이 시비가 붙고 패싸움이 붙다가 사고로 한 명이 죽어요. 당연히 경찰이 출동하는데, 이젠 조폭들 본체가 출동해서 그 여학생에게 증언을 포기하지 않음 가만 두지 않겠다고 을러대구요. 그래도 고민과 고민 끝에 어찌저찌 용기를 내어 증언을 해 버린 원결영 학생에게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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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작의 주인공은 특이하게 범죄자도 아니고 성별도 여성에 나이도 학생입니다만. 이전 작들 주인공들 못지 않은 개고생을 하게 됩니...)



 - 아무도 관심 없으실 정보지만 임영동이 만든 풍운 시리즈는 그러니까 총 네 편이랍니다. 1987에 용호풍운과 감옥풍운, 1988년에 학교풍운. 그리고 1990년에 성전풍운... 이렇게 되는데요. 알고 보니 먼저 나온 세 편을 진짜 풍운 시리즈로 치고 네 번째 영화는 걍 묻어가기 제목 붙이기 정도로 치더라구요. 일단 네 번째 영화가 워낙 망작에 가까운 퀄이라 그런 것이기도 하겠고. 또 먼저 나온 세 편은 사회 고발성 메시지에 나름 현실적 톤으로 만든 영화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렇다고들 합니다.

 근데 제가 본 순서는 왜 이랬냐면... 그냥 연도를 잘못봤어요. ㅋㅋㅋ 암튼 뭐 그렇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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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비판!!! 인 듯한 당시 홍콩 사회의 조폭 문제를 그린 영화입니다. 저 뭐 들고 계신 분은 감독이 아니라 형사 캐릭터구요. ㅋㅋ 나름 중요한 인물입니다.)



 - 사실 요즘 기준으로 볼 때 '용호풍운'과 '감옥풍운'은 그렇게 현실 고발 의도를 담은 영화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그런 메시지가 안 느껴지는 건 아닌데, 그냥 그런 토핑을 얹은 스릴러, 액션 영화에 가깝다는 게 2023년 관객의 소감이었구요. 근데 이 '학교풍운'은 정말 작정하고 현실 비판을 위해 만든 영화라는 게 팍팍 느껴져요.


 일단 스타 캐스팅이 없습니다. 임영동과 지난 두 편을 함께한 배우들 중 몇몇이 또 나오긴 하는데 단역 내지는 악역 뿐이구요. 중심에 서서 이야기를 끌어 나가는 건 당시 기준 안 스타인 어린 배우들이에요. 하필 주인공 여학생역을 맡은 게 원결영이라 지금 와선 좀 보람이 없긴 합니다만 당시엔 그랬다고 하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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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의 영어 제목 'School on fire'의 참된 의미...)


 그리고 이전작들 대비 한 명을 주인공으로 세우는 게 아니라 여러 중심 인물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데 갸들이 다 대표성이 있습니다. 정의롭고싶지만 조폭 믿고 설치는 양아치 학생들과 실제 조폭 앞에서 한 없이 쪼그라드는 선생 하나에, 조폭들 싸움 때문에 인생이 정말 대차게 꼬이는 모범 학생, 혼자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에 적당히 타협하며 일 하지만 속으론 자괴감 폭발하는 형사, 어찌저찌 하다 보니 조폭이 되어 버린 비교적 양심 있는 청소년,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악을 혼자 다 짊어진 조폭 빌런님... 같은 식이고 각자 다 자기 스토리가 있어요.


 마지막으로 촬영에 멋이나 기교를 최대한 배제하면서 현실 기록의 느낌을 의도한 게 많이 느껴집니다. 1988년에 홍콩에서 장르물 만들던 감독님이라 그게 좀 힘들었는지 별로 안 그런 장면들이 많이 보이긴 합니다만. ㅋㅋㅋ 대체로 그렇구요. 몇 번 나오는 싸움 장면들도 홍콩 액션 영화들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걍 아마추어들 개싸움 스타일로 연출이 돼요. 이 정도면 애 많이 썼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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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지, 아크로바틱 액션 이런 건 거의 아주 성실하게 제거되어 있습니다. 다들 개싸움에 결과는 피칠갑.)



 - 근데 뭐 다 됐고... 내용이 진짜 충격적입니다. 뭐 당연히 조미료도 많이 들어갔을 거고, 또 최악 상황들의 컴필레이션식으로 스토리를 구상했을 거라는 건 감안하면서 봤습니다만. 어쨌든 만들어진 모양새가 진지한 사회비판물이니 아예 없는 얘길 지어내거나 그렇게 비현실적일 수준으로 과장을 하진 않았을 거... 라고 생각하면서 볼 때 내용이 진짜 많이 세요. 그래서 영화가 끝나자마자 폭풍 검색을 해봤지만 쓸만한 정보는 못 찾았네요. 정말로 1980년대의 홍콩 학교는 이 모양이었던 걸까요. 저라면 걍 자식을 학교 안 보냈겠다 싶은 상황들의 연속이라. ㅋㅋ 


 그리고 사실 이게 홍콩 조폭에 대한 이야기에 가까워요. 학교 상황이 중심이 되긴 하지만 그 밖에서 조폭들 설치고 다니며 일반 시민들에게 민폐 끼치는 상황들이 계속 나오는데 그 역시 참 많이 빤따스띡했습니다. 그 동네 조폭들이 그렇게 문제였다고 대충 듣긴 했지만 이 정도였다니. 갑자기 대한민국은 참 살기 좋은 나라였다는 생각이 막 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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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낮 동네 식당에 모여 협상 중인 조폭들과 거길 또 찾아가서 잔소리하는 경찰들)



 - 당연히 꿈도 희망도 없는 암울한 이야기입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부터 끝날 때까지 상황은 계속 지저 세계로 파고들어가고, 그 와중에 참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고 인생을 망쳐요. 그래도 영화니까 관객들 사정 봐줘서 마지막에 조금은 갑갑함을 해소해주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역시 엔딩 장면 이후에 주인공들에게 펼쳐질 미래를 생각하면 역시나 암울한 건 마찬가지구요. 그렇게 다 보고 나서 기분 찝찝해지는 영화인데... 그래서 더 궁금해지네요. 정말 그 시절 홍콩의 조폭들은 저런 지경이었을까요. 글 다 적고 나서 또 좀 찾아봐야겠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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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교사 캐릭터 때문에 더 스트레스 받으며 본 것 같아요. 참 갑갑한데 또 생각해보면 제가 저 입장이래도 딱히...;)



 - 결론은요. 개인적으론 풍운 시리즈들 중 가장 인상 깊게 봤고 또 좋게 봤습니다.

 이전 두 편과는 완전히 다른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과감한 캐스팅과 촬영 방식, 멀티 주인공 방식까지 새롭게 도입된 모든 부분들이 다 영화의 주제를 강렬하게 드러내는 쪽으로 잘 맞춰져 있고. 또 그 부분부분들이 다 준수하게 잘 되어 있어서 그냥 완성도가 가장 높은 게 아닌가 싶었네요. 덧붙여서 이런 소재의 홍콩 영화를 저는 전에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 인상적이기도 했구요. 근데 뭐, 비슷한 이야기 여러 편이 나올 수 있는 성격의 영화가 아니기도 하죠.

 암튼 그렇습니다. 조폭은 아아아아아아주 나쁜 것입니다. 갓 블레스 대한민국!!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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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운 시리즈 세 편에 모두 출연하며 모두 메인 빌런 역을 소화하신 장하신 분. 갈수록 진상도가 높아지셔서 이 영화에선 정말 레전드를 찍습니다. ㅋㅋㅋ)




 + 다 보고 나서 한국은 어떻게 조폭들 문제를 지금 수준으로 억제할 수 있었을까. 가 궁금해져서 이것저것 열심히 찾아봤습니다. 뭐 그런 이야기를 이 글에 장황하게 덧붙일 필욘 없겠고, 암튼 이 정도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 이 영화의 조폭들 모습 중에 좀 인상적이었던 게. 뭔가 보통 조폭 나오는 영화들을 보면 '가오' 잡는다고 여자들한텐 좀 폭력을 덜 쓰기도 하던데 여긴 그딴 거 없어요. 잔챙이 고딩 조폭들부터 조직 보스까지 누구 하나 빠짐 없이 다 여자들을 대놓고 무시하고 조롱하고 마구 두들겨 패요. 근데 생각해보니 사실 이게 더 그럴싸하기도 하더라구요. 어차피 만만한 놈 패면서 폼 잡는 게 그 양반들 일이니...;



 +++ 이 영화는 한국에 개봉은 안 했었나 봅니다. 검색해도 홍콩 개봉일자만 나오고 한글 들어간 포스터 이미지도 한 장도 안 나오네요. 하긴 뭐 내용을 보면 그 시절 한국에서 개봉을 하는 게 더 어색했을 것 같기도 하구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주인공 원결영 학생의 증언으로 양아치 조폭 학생들 몇 명이 교도소로 가게 되고. 그 댓가로 주인공은 학교에서 양아치들에게 신나게 얻어 맞아요. 그걸 도와주려했던 담임 선생은 (하필 담당 과목도 윤리입니다 ㅋㅋ) 그러다 조폭 보스를 대면하게 되고 바짝 쫄아서 학생들에게 쪽을 팔고 본인 직업에 대한 격심한 자괴감에 빠지구요. 그 길로 보스에게 끌려간 주인공은 조폭 패거리 앞에서 속옷 바람으로 모욕을 당하고 '니가 감옥 간 우리 애들 변호사비 대신 내' 라는 요구를 수락하죠. 다행히도 이 분에겐 믿음직한 절친이 있었으니, 성매매로(...) 본인 용돈은 물론 가족 생활비까지 다 충당하며 살던 그 절친의 도움으로 매달 간신히 빚을 갚으며 살아가게 되구요. 또 그 과정에서 그나마 인간적인, 그리고 처음부터 주인공을 짝사랑했던 (사실 도입부의 패싸움은 얘가 시작한 건데...;) 새끼 조폭의 도움도 받으며 둘은 연인 관계로 발전합니다.


 그런데 그 절친이 나중에 같은 반의 조폭 꿈나무 학생에게 차이고 신나게 두들겨 맞은 후 정신줄을 놓고 오토바이로 폭주하다 사망해버리고. 좌절한 주인공은 학교에서 친구가 남긴 마약을 먹고 헤롱거리다가 학교에 불을 질러 버렸네요. 당연히 퇴학일 거라 생각하고 집 나가 새끼 조폭 남친과 동거하며 대충 행복한 셈 치려고 애를 쓰는데 이 놈이 집에 연락 한 통 안 하니 아빠는 실종 신고를 하고. 경찰이 조폭 보스를 찾아가 '얼른 안 찾아내면 빡세게 단속해 버린다?'고 을러댄 게 화근이 됩니다.


 보스는 당연히 주인공의 연애를 알고 있으니 그 집으로 찾아가 버럭버럭한 후 새끼 조폭에게 마약 판매를 지시하고. 남편(...)이 그런 일 하는 게 싫었던 주인공은 보스를 붙들고 성매매를 자처해요. 그런데 그걸 또 누가 주인공 아빠에게 알려주고. 아빠는 성매매 업소를 찾아가 난동을 부리다가 새끼 보스를 패서 기절시켜 버리고 보스에게 덤벼들다가 뒤늦게 정신 차리고 칼 들고 달려온 새끼 보스에게 대낮 길거리에서 찔려 죽습니다. 그 꼴을 다 보고도 깔깔대며 비웃는 보스에게 빡쳐서 달려든 담임 교사 때문에 경찰 아저씨는 보스를 경찰서로 연행하지만 뭐 당연히 딱히 죄 지은 게 없으니 (그 현장에선 정말 아무 일도 안 했습니다 ㅋㅋ) 풀려나구요.


 그렇게 아빠의 원수가 풀려나는 꼴을 본 주인공은 눈이 뒤집혀서 칼 들고 보스가 놀고 있는 클럽으로 달려가고, 그 자리엔 남친도 있었고, 또 이 여자애 찾으려고 담임과 경찰 아저씨가 따라갔고, 결국 클럽은 대환장 피바다 아수라장이 됩니다만. 중과부적으로 간신히 도망친 주인공팀과 그를 쫓는 조폭팀, 그리고 경찰 아저씨는 한밤의 빈 학교 교실에서 대치하며 또 다시 피바다를 벌이는데... 결과적으로 보스는 담임 선생에게 한쪽 팔을 잘리고 뒤늦게 도착한 경찰의 권총을 한 탄창 선사 받고 교실 창 밖으로 떨어져서 확실하게 사망. 온통 칼에 찔리고 베여 피범벅이 된 주인공들이 앰뷸런스에 실려 학교를 떠나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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