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입니다. 의외로 흔한 상황. 신입 혹은 입사 2~3년쯤 된 사원 혹은 대리가 있습니다. 일 잘 하고 열심히 해요.

 

전임자들은

 

- 타 부서에서 보내온 문서를 처리할 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타까지도 그대로 복사&붙이기했고

- 그래도 일이 좀 쌓여서 타 부서에서 급하다고 난리가 났는데도 본인은 6시가 되면 칼퇴근을 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이 사원은 좀 의욕이 있어서

 

- 타 부서에서 보내온 각종 서류를 마치 본인이 그 부서 직원인 것처럼 꼼꼼히 다 검토해서 오타 수정은 물론 법적으로 틀린 것까지 잡아내고

- 그러느라 일이 늦어지면 제 때 일을 맞춰주기 위해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 출근도 불사합니다

 

그런데 이 친구... 부서에서 일을 좀 하다보니 이 부서에 심각한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알게됩니다. 본인이 보기에 부서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팀장과 본인밖에 없는 겁니다. 거만한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팀장도 어느 정도 인정. 팀장으로서는 나이 잔뜩 먹고 배째는데 익숙해진 직원들에게는 최소한의 일만 시키고, 일 시킬만한 막내에게 일을 몰아준 것이죠. 수치상으로 봐도 본인이 한 달에 30건의 일을 처리한다면 다른 팀원들은 2~3건 처리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할 때마다 뭔가 틀려서 전화통에 불이 나죠. 그런 주제에 자리에 앉아 성실하게 전화를 받지도 않고 어딘가에 짱박히니 결국 막내가 전화 받아서 대신 대답해주느라 야근 시간만 늘어납니다.

 

상사에 대한 존경심이 없어지고, 그게 이런 저런 상황에서 표정과 말투로 알게 모르게 티가 납니다. 이렇다보니 후배에게 무시당한다고 느낀 선배들이 살벌한 뒷마다를 시작하죠. "그 색히는 기본이 안되어있어." "후배로서의 도리를 안해." "걔 평판 겁내 안좋더만." 뭐 딱히 근거를 대는 건 아니지만 무작정 씹어대니 소문은 야금야금 퍼져 나갑니다. 사정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막내를 예의 없는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죠. 상사들은 업무 시간 내내 놀고 칼퇴근할 때 막내는 매일 밤새 야근을 하건 말건. 매주 주말을 희생하건 말건.

 

어느 정도 찌들어있는 사회인인 저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막내에게 "다 그렇다. 더럽고 치사해도 걔들이 상사고 너의 평가자인데 어쩌겠니. 속으로는 ㅂㅅ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겉으로 티는 내지 마. 속이 뒤틀려서 막 아부하고 칭찬하지는 못하더라도 싫은 티는 안낼 수 있잖아. 니가 잘못한 게 있다면 그거야. 티낸 거." 하고 맙니다. 생각해보니 어느새 저도 모든 사람이 돈값을 하는 살맛나는 회사에 대한 희망을 버린지 오래더군요. 어릴 때라면 같이 "그런 썩어빠진 회사가 있나!!" 라고 분개했을 거 같은데 이젠 "포커페이스 유지 못한 니 잘못도 있음" 이라고 얘기하고 있으니.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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