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시위가 뭐? 왜?

2022.03.27 17:29

soboo 조회 수:857


1.

 조금 된 이야기인데 업계 후배가 박사까지 따고 실무경력 착실히 쌓다가 결혼하고 아이를 갖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모차 운전을 시작한 뒤에 하는 이야기가….


 “ㅅㅂ XX형 한국이 이렇게 장애인에게 적대적인 도시환경인지 처음 알았다니까요. 

  복귀 뒤에 진로를 어떻게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공공환경으로 갈라구요. 내가 이거 다 뜯어 고처놓을거야!! ㅅㅂ”

 * 적당히 편집 첨삭한 대사


 자신이 유모차를 밀고 다녀보니 한국에서 가장 잘 났다는 서울이라는 도시라는게 사지 멀쩡하고 체력 좋은 젊은 사람을 기준으로만 공공환경이 

 만들어져 있다는 겁니다.  평소 같으면 걸어서 5분 걸릴 거리가 유모차 끌고 15분 정도 걸리는데 그놈의 ‘턱’과 ‘계단’이 너무 많아서 죽을 맛이라는거에요. 

 참고로 그 후배는 여성이지만 왠만한 남자들도 가까이 다가가면 움찔할만한 떡대의 소유자였다는게 함정; 


 2.

 또 하나는 저보다 사회적 감수성이 충만한 측근이 상해만 오면 하는 이야기


 “와…여기는 지하철 타기가 너무 편해~  가는데마다 에스컬레이터 다 있어!”


 상해는 연식이 오래된 1,2,3,4호선도  상행 에스컬레이터는 모든 역에 다 설치되어 있고 별도의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도 대부분 다 설치되어 있습니다.

 비장애인 중에서도 체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계단은 신체 건강한 사람들이 막 뛰어 올라가죠.

 그리고  최근 개통된 노선중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상하행 모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상해가 서울보다 장애인 혹은 신체기능이 많이 떨어지는 노인들에게 좀 더 친화적인 도시환경, 사회환경이라는 아주 간단한 증거는

 대중교통단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공장소에서 쉽게 장애인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겁니다.

 서울에서는 10여년을 출퇴근하면서 한달에 한두번 마주칠 수 있었다면 상해에서는 어딜 가나 거의 매일 마주치게 되더군요.

 상해에서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뭔가 다름을 깨달을 정도로 두 도시의 차이가 컸다는 거에요.

 

 최근까지 살던 상해 다운타운에 가장 오래된 전철역사 중에 하나는 원래부터 협소한 지역공간 때문에 장애인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대신 휠체어 승강기가 있어요.  한국에도 있죠.  난 한국에서 살면서 그것이 실제 가동되는것을 거의 본 기억이 없습니다.

 상해에서는 아주 자주 쉽게 그 승강기가 사용되는걸 보게 됩니다. 사용자는 그 대부분 보호자가 그 휠체어를 밀어주고 있던 노인들이었어요. 

 벨을 누르면 역무원 하나가 나와서  장치를 가동시키고 승강기가 안전하게 위로 아래로 도착할때까지 운전을 하고 돌아갑니다.

 한국도 이건 마찬가지일거에요.  그런데 한국에선 왜 실제 사용하는걸 거의 본적이 없었을까요?? 



3.

 나는 ‘장애인 시위’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장애인 이동권에 매우 적대적인 도시환경을 만들고 있는 도시행정가와 적절한 예산을 배분할 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장애인 시위로 인하여 ‘불편함’을 겪는 시민들이 있다면 그 불편함을 초래한 도시행정가들과 정치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정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책임을 크게 갖고 문제해결을 해야할 공당의 대표라는 새끼가  시위하는 장애인들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이 놈은 정말 미친놈이에요. 

 그 시위로 인해 내가 출퇴근마다 불편함을 겪었다면 당장에 짜증이 나는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건 시민으로서 갖는 자연스러운 감정일 거에요.

 하지만 공당의 대표라는 새끼가 그런 시민들의 불편함과 불만을 부추기고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장애인 시위대를 비난한다?  이런 놈은 정치하면 안되는 겁니다. 


 심지어 모든 지하철역 장애인 엘리베이터 설치는 이명박이 서울시장 시설 공식적으로 약속한 것입니다 -_-;

 

 한편, 이미 멀쩡하게 설치되어 있는 엘리베이터도 비장애인들이 눈치 안보고 꽉꽉 채워 이용하는 바람에 정작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도대체…. 지난 20년간 이 나라에 무슨 일이 벌어진건가요?

 라떼는….그 엘리베이터는 늘 아무도 이용하지 않았어요. 당연히 항상 비워져 있고 멈춰져 있다가 장애인 및 노약자 등 많이 불편한 분들이 이용하는거라는

 암묵적인 룰이라는게 있었다고 기억을 합니다. 적어도 전 단 한번도 이용해 본적이 없습니다. 


4.

 한국사회는 노키드존도 그렇고 이번 대선에서 대 놓고 벌어졌던 페미 백래시도 그렇고 뭔가 겉만 그럴듯하게 바뀌었지 점점 더 숭악해진거 같지 말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4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0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04
123193 남한테 기억 되기 [1] 가끔영화 2023.05.14 142
123192 모르고 지나쳤던 명작, 이번엔 애니 [6] LadyBird 2023.05.14 511
123191 [넷플릭스] 택배기사, 2회까지 본 소감은.... [6] S.S.S. 2023.05.13 629
123190 러브 미 이프 유 데어 (2003) catgotmy 2023.05.13 184
123189 프레임드 #428 [4] Lunagazer 2023.05.13 98
123188 나겔스만이 토트넘 감독 후보에서 아웃/감독 찾기 47일 [3] daviddain 2023.05.13 153
123187 [웨이브바낭] 저렴한 장르물 셋, '마더 앤 머더', '프레이: 인간사냥', '극장판 카케구루이3' 잡담 [2] 로이배티 2023.05.13 290
123186 참 이상하고 신기한 태국정치 [2] soboo 2023.05.13 542
123185 오셀로를 읽었습니다 [6] Sonny 2023.05.12 274
123184 주말에 읽을 책. [2] thoma 2023.05.12 265
123183 프레임드 #427 [5] Lunagazer 2023.05.12 105
123182 남호연 개그맨이 뜨나봅니다 [1] catgotmy 2023.05.12 510
123181 녹수가 길동이 한테 [2] 가끔영화 2023.05.12 184
123180 검사와 피의자 [1] 왜냐하면 2023.05.12 239
123179 [웨이브바낭] 그래서 HBO 시리즈 버전 '이마 베프'도 봤습니다 [10] 로이배티 2023.05.11 464
123178 '면도날', 애플티비+'유진 레비 여행 혐오자 -' [2] thoma 2023.05.11 303
123177 외로움에 대해 [3] catgotmy 2023.05.11 303
123176 재미로 해보는 여러분의 플래이 리스트는? [7] Kaffesaurus 2023.05.11 394
123175 프레임드 #426 [4] Lunagazer 2023.05.11 107
123174 넷플릭스 신작 비프 추천(온전히 이해받는 것에 대해) [6] 가봄 2023.05.11 53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