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3편까지만 봤는데 CG 수준이나 그를 위한 제작비를 빼면 넷플릭스보다는 TVN이나 OCN스러운 정서가 있습니다. 

근데 이게 부정적인 의미는 아닙니다.

넷플릭스의 한국 sf 작품을 예를 들자면 ‘고요의 바다’ 나 ‘정이’ 같은 작품들이 생각나는데 차라리 그런 작품들보다는 낫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여전히 ‘차라리’가 강조되지만요.


되게 진지한 얘기를 하는 아포칼립스물처럼 보이는 광고와 달리 실상은 가벼운 sf 오락물입니다.

가난한 난민인 주인공 소년이 알고 봤더니 강철뼈의 뮤턴트 인간... 뭐 이런 이야기입니다.

물론 ‘고요의 바다’도 월수와 신비의 소녀가 등장하고 ‘정이’도 신비한 모성 AI 어쩌구가 나오긴 합니다만..

하여튼 말도 안되는 것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시간과 노력을 헛되이 소모하는 선배들과 달리 여기선 울버린 소년을 두고도

“세상이 망해가는데 저런게 안생기란 법 있냐?”라고 퉁치고 지나갑니다.


“그래, 이거야!”

이 대사가 나오는 순간 무릎을 치며 진심 벌떡 일어났습니다.


굉장히 유치한 소년만화같은 이야기 수준이에요. 하지만 이 작품의 유치한 sf적 표현방식에 잘 들어맞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실 혜성 떨어져서 인류 99%가 죽었다는 오프닝 나레이션에 ‘이런대도 정부가 yuji가 되는거야?’ 싶은 생각이 바로 드는데 이 작품을 온전히 진지한 sf로 받아들이는게 쉽지 않거든요.

솔직히 신경 쓰이는거 따지면 소품 하나하나 신경 거슬리죠. 현재 국내 밴 차량 모델 중 가장 미래적인 스타리아가 (당연히) 경찰 차량으로 쓰이는거나 (이 작품은 최소 40년 후의 미래가 배경) 군인들이 k-1소총을 사용하거나 QR코드가 식별장치로 쓰이는거나 몰입 깨는게 열거하자면 끝도 없겠죠.


밑에 ‘천명그룹‘의 총수역의 배우는 생긴게 진심 금방이라도 “우리 연구소가 개발한 태껸X는 안드로메다인에 맞설 인류의 마지막 희망일세”라는 대사를 치게 생겼습니다.

IMG-9180

뭐랄까 sf든 판타지든 뭐든 장르물의 핍진성은 작품이 노력한다고 획득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쓸데없이 현실성 따지지 않도록 잘 훈련된 관객군이 있어야 가능한게 아닐까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작가들도 유치하게 보이기를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할것 같구요.

봉준호의 말을 살짝 훔치자면 유치함이라는 허들을 넘으면 훨씬 더 많은 작품을 즐겁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 병약 미소녀 노윤서는 이 작품에선 튼튼하게 나와서 안심했다가 총 맞고 죽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2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1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000
123328 [인어공주](1989) 봤습니다 [2] Sonny 2023.05.31 386
123327 근황 [6] 칼리토 2023.05.31 474
123326 2010년대의 미국 대중음악 [2] catgotmy 2023.05.31 253
123325 북한에 대해 [5] catgotmy 2023.05.31 413
123324 오랜만에 안반가운 위급재난문자 [10] 예상수 2023.05.31 742
123323 [게임바낭] 플랫포머 게임 둘 엔딩 봤습니다. '플래닛 오브 라나', '서머빌' [1] 로이배티 2023.05.30 233
123322 Peter Simonischek 1946-2023 R.I.P. [1] 조성용 2023.05.30 153
123321 오늘 마지막 글: 윤석열은 죽을때까지 간호 못받았으면 좋겠네요 [2] 예상수 2023.05.30 548
123320 프레임드 #445 [4] Lunagazer 2023.05.30 105
123319 우주는 어떻게 끝나는가 [3] catgotmy 2023.05.30 267
123318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3] 조성용 2023.05.30 513
123317 크리에이터, 거미집, 킬러 오브 더 플라워문, 미션 임파서블: 데드레코닝 파트1 새 예고편 예상수 2023.05.30 239
123316 점심시간을 빌려, 한달만에 잠깐 쓰고 갑니다:비뚤어진 어른들 [4] 예상수 2023.05.30 465
123315 ‘다음 소희’ 없도록…경기도의회, 현장실습생 안전보장조례 입법예고 [1] 왜냐하면 2023.05.30 183
123314 버호벤의 <캐티 티펠>/안데르센/<늑대의 혈족> daviddain 2023.05.30 180
123313 [웨이브바낭] 세상의 모든 영화 감독 지망생들에게 바칩니다 '달은... 해가 꾸는 꿈' [18] 로이배티 2023.05.29 627
123312 Yesterday, Ditto, I am, DibloVI,지브리스튜디오 애니 그리고 수영 [4] soboo 2023.05.29 282
123311 '큐어' 짧은 잡담 [11] thoma 2023.05.29 431
123310 외로우니까 좋네요 [6] catgotmy 2023.05.29 411
123309 누구일까요? [5] 왜냐하면 2023.05.29 208
XE Login